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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대단한 파워" 피해자 엄마에게 온 90통의 편지 폭탄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이후 잔혹한 학교 폭력을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과거 반짝 관심을 얻었다 사그라들었던 학교 폭력 사건들이 다시금 발굴·재조명되고 있다.
 
어머니에게 "가출하겠다"는 편지를 두고 집을 나간 학생이 사실 친구들에 의해 감금·폭행당했던 과거 사건도 이번 학교 폭력 여론과 맞물려 인터넷에 호출됐다.
 
잔혹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청소년 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이전의 일이라 크게 공론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7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친구가 보내온 수상한 편지'편에 소개된 내용으로 범행의 잔혹함과 사건 이후 가해자의 뻔뻔함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보다 못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 SBS 방송화면]

[사진 SBS 방송화면]

시작은 쪽지 한 장이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어느 날 부모님 앞으로 한 장의 쪽지에 글을 남겨놓고 가출했다.
 
편지에는 "계속 집에 있는 게 너무 답답하고 지루해서 잠시 나갔다 올게. 잠은 친구네 집에서 2~3일정도 자고 집 들어올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부모는 쪽지 내용이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피해자가 가출 전 남긴 쪽지. [사진 SBS 방송화면]

피해자가 가출 전 남긴 쪽지. [사진 SBS 방송화면]

 
아이는 10일 뒤에야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피해자의 엄마는 "아들이 가출 10일 뒤 집에 들어온 줄 알았는데 돈을 요구했다. '엄마, 나 12시까지 돈을 갚아야 한다'며 (지갑에) 손을 대면서 돈을 뺏으려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부모가 말하고 있다. [사진 SBS 방송화면]

피해자 부모가 말하고 있다. [사진 SBS 방송화면]

아이의 행동이 이상해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긴 부모님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듣게 된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가출한 것이 아니라 강요에 의한 가출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가출한 줄로만 알았던 아이는 사실 열흘 동안 감금당해 있었던 것이다.
 
폭력 피해자인 그 아이는 사건을 널리 알리기 위해 방송 제작진을 찾아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악몽도 꾸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냥 저처럼 피해받는 애들만 없으면 좋을 것 같다"며 "제가 고통받았던 만큼만 가해자들이 고통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달라는 제작진에 "온몸을 전체적으로 다 때렸다. 죽고 싶을 정도였고,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이 설명한 당시 상황. [사진 SBS 방송화면]

경찰이 설명한 당시 상황. [사진 SBS 방송화면]

 
피해자가 당한 폭행은 한번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4개월동안 CCTV가 없는 곳에 끌려다니며 맞았다고 밝혔다.
실제 피해 사진. [사진 SBS 방송화면]

실제 피해 사진. [사진 SBS 방송화면]

또한 "세 명이서 동시에 저를 벽에다 기대어 놓고 때린다던가, 분신사바나 귀신을 부른다며 코를 때려 종이컵에 코피를 반 컵 가까이 받았다. 성기에 담뱃불을 지지기도 했다"며 귀를 의심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가해자가 협박하며 구강성교를 요구했다는 피해자의 증언. [사진 SBS 방송화면]

가해자가 협박하며 구강성교를 요구했다는 피해자의 증언. [사진 SBS 방송화면]

 
심지어는 "가해자가 여동생을 납치해서 강간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작진에게 "가해자가 '네가 구강성교를 한 번 해주면 네 여동생을 안 건드리겠다'"고 협박했다며 어렵게 말을 전했다.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들의 지속적 폭행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피해 학생의 상태가 심각했다. [사진 SBS 방송화면]

피해 학생의 상태가 심각했다. [사진 SBS 방송화면]

 
충격을 더하는 것은 가해의 주모자가 피해자의 오랜 친구였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부모는 "가출 당시 박훈(가해자의 가명)에게 전화해 아들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며 "거기에 박훈은 '모른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부모는 아들을 괴롭힌 것이 오랜 친구인 박훈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제작진에게 이 사실을 알리던 부모는 오열했다.
 
부모가 피해자를 찾아 연락한 친구가 사실 가해자였다. [사진 SBS 방송화면]

부모가 피해자를 찾아 연락한 친구가 사실 가해자였다. [사진 SBS 방송화면]

결국 가해자들은 구치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가해자 부모로부터의 합의 종용 편지가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가해자 부모들은 피해자 부모에게 "형건이(피해자, 가명)아버님은 참 대단한 파워를 가지고 계시네요"라며 "가해자들의 생명이 아버님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죽이시든 살리시든지 아버님의 선택을 조용히 두렵게 기다리고 따르겠습니다"라며 당당하게 90여통의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피해자의 부모는 편지를 받고 또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피해자가 받은 가해자측 편지. [사진 SBS 방송화면]

피해자가 받은 가해자측 편지. [사진 SBS 방송화면]

 
가해자의 편지에는 "솔직히 나도 사람이야. 혼자 독방에서 외롭고 힘들어. 이제 좀 나의 사과를 받아줘", "이제 용서 해주실 때 되지 않았나요? 저에겐 너무 가혹하네요" 등 사과를 구하거나 반성하고 있다는 뜻으로만 보기엔 힘든 내용이 담겨있었다.
 
가해자 편지의 내용. [사진 SBS 방송화면]

가해자 편지의 내용. [사진 SBS 방송화면]

가해자의 편지의 내용에 대해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합의서 한 장 써주는 일을 마치 작은 일처럼 보이게 한다. 반성문이 아니고 '합의 강요문'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회심리학과 교수의 설명. [사진 SBS 방송화면]

사회심리학과 교수의 설명. [사진 SBS 방송화면]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오는 행위에 대해서 김용민 변호사는 "형량을 정할 때 반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피해자랑 합의했는지 이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최종적으로 합의가 안 됐다고 하더라고 합의를 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은 양형에 유리한 요소다"라고 밝혔다.
 
합의가 되지 않아도 합의를 위해 편지를 보낸 사실이 가해자 입장에서 형을 낮출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변호사의 설명. [사진 SBS 방송화면]

변호사의 설명. [사진 SBS 방송화면]

 
제작진의 인터뷰에 응한 가해자의 할머니는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합의를 안 해주냐. 웬만하면 보상 받고 어린아이들이니까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작진이 "피해 학생이 어느 정도 상태인지 할머니는 아세요?"라고 묻자 "하지만 그걸 넓게 이해를 해주시고 합의를 해줘야 한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가해자 할머니의 주장. [사진 SBS 방송화면]

가해자 할머니의 주장. [사진 SBS 방송화면]

 
사건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제작진에 전한 피해자 부모는 "재판장님이 제대로 처벌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측의 심경. [사진 SBS 방송화면]

피해자측의 심경. [사진 SBS 방송화면]

 
피해자는 마지막으로 "죽어서도 다시 만나기 싫다. 어떤 걸 다 해준대도 절대로 다시 보기 싫다"고 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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