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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의 기적vs세월호 참사…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

2016년 제작된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 포스터.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즈 1549편의 승객ㆍ승무원 155명이 전원 구조된 실화를 영화화했다.

2016년 제작된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 포스터.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즈 1549편의 승객ㆍ승무원 155명이 전원 구조된 실화를 영화화했다.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31분.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운 US에어웨이즈 1549편 여객기가 미국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 이륙 후 8분 만의 아찔한 사고였다. 원인은 새떼와 충돌로 인한 엔진 화재. 기내에선 ‘충돌에 대비하라(Brace for impact)’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모두가 마지막이라 생각한 그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155명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적의 출발은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의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관제탑은 회항을 권유했지만 설렌버거 기장은 무리한 회항으로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 위에서 더 큰 사고를 낼 수 있다고 보고 기수를 급히 허드슨 강 쪽으로 틀었다.  
 
기적을 완성시킨 건 뉴욕 지방정부의 완벽한 상황 통제와 효과적인 현장 지휘였다. 라과디아 공항 관제탑을 통해 US 1549편의 조류 충돌 소식을 접한 뉴욕 재난관리국(OEMㆍOffice of Emergency Management, 뉴욕의 재난관리 컨트롤타워)은 비상알림시스템을 통해 뉴욕과 뉴저지의 항만청, 뉴욕 경찰국ㆍ소방국, 뉴욕 비상의료서비스국, 미 해안경비대 등 8개 기관에 비상상황을 알렸다. 조류 충돌 후 1분 43초 만에 이들 8개 기관의 응급대응팀이 출동했다. 그 시각 승객들은 기장과 승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불시착 후 2분 만에 모두 비행기 바깥 날개 위 등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불시착 3분 만인 오후 3시 34분 첫 구조선박이 도착했고, 곧 이어 뉴욕소방국 화재구조선(오후 3시 39분)과 구조선박 6대(오후 3시 40분), 미 해안경비대 구조선(오후 3시 48분)이 연이어 도착해 구조활동에 나섰다. 마지막 승객까지 전원 구조가 완료된 시각은 오후 3시 54분. 불시착 후 단 23분 만이었다. 이후 비행기는 수면 아래로 침몰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해진 ‘허드슨 강의 기적’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ㆍ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의 존 콕스 사고조사위원은 “절대 기적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뉴욕시 산하 기관들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정해진대로 움직인 시스템 덕분”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재난대응시스템의 핵심은 철저한 현장지휘권에 있다. ‘재난 발생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지휘를 맡는다’는 대원칙이다. US 1549편의 조류 충돌 소식이 전파된 직후 북허드슨소방구조대는 스스로 구조작업을 주도해나갔다. 북허드슨소방구조대 프랭크 몬테인 대장은 당시 선착장에 있던 자체 구조선이 1척 뿐이란 사실을 안 즉시 인근의 대형 민간선박(페리)에 구조대원을 탑승시키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페리는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인명구조에 나섰다. 뉴욕경찰국은 사고 정보를 접한 직후 잠수사를 태운 헬기를 급파, 현장 상공에서 잠수사를 직접 투입시키는 작전을 감행했다.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에서 중앙정부에 상황 보고를 올리고 지시를 기다리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일은 없었다. 잠수사들은 물에 빠진 여성을 구출하고 비행기 내부로도 진입해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사람들을 수색했다. 허드슨 강변에는 구급차 65대, 소방관 14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실상 유일한 부상자인 승무원 도린 웰시는 사고 후 언론 인터뷰에서 “뉴욕시는 응급상황에도 잘 준비돼 있었다. 응급실로 실려갔을 때 의사가 100명이나 대기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원 구조에 걸린 23분 동안 뉴욕 지방정부 산하기관들은 스스로 컨트롤타워가 되어 사고 전파→구조선박 출동 →잠수사 투입→응급 의료 등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목포해경 소속 123정이 세월호 선체 부근으로 다가가고 있다. [중앙포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목포해경 소속 123정이 세월호 선체 부근으로 다가가고 있다. [중앙포토]

반면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현장에 출동한 목포해양경찰이 중앙정부 지침을 기다리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고 구조 지휘를 주도했더라면 더 많은 인명을 살려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목포해경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뒤인 당일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38분까지 해경은 청와대에 보고할 사진과 영상을 보내라고 123정에 계속 독촉했다. 당시는 배가 급속히 기울어 승객 탈출 유도에 여념이 없어야 할 때였다. 인명 구조보다 중앙정부에 보고하는 게 급했고 중앙정부 지시를 기다리느라 황금같은 시간을 보낸 셈이다. 세월호 참사는 대형 인명 사고에서 현장과 가장 가까운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은 현행 중앙집권적 체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2015년 6월 7일 당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오른쪽)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론에 밀려 뒤늦게 메르스 확진 환자 경유 병원 명단을 공개하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6월 7일 당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오른쪽)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론에 밀려 뒤늦게 메르스 확진 환자 경유 병원 명단을 공개하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도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는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 메르스 첫번째 감염 환자가 병원을 4군데나 거쳐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중앙정부는 국민 혼란을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그 사이 메르스는 빠른 속도로 지역 사회로 퍼져갔다.
반면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심야에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서울시 조치계획’을 발표하며 환자 감염 경로 등 메르스 정보를 공개해 중앙정부와 대조를 이뤘다. 결국 중앙정부는 성난 여론에 밀려 뒤늦게 1ㆍ2차 감염자를 확산시킨 병원 이름을 공개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메르스 총력대응 협의사항’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제는 중앙과 지방 정부 간 대등한 입장에서의 정보 교환이 아니라 종속 관계에서 지시 및 보고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자체는 또 당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물론 국민안전처, 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 곳곳에 상황보고를 해야 했다. 지방정부가 지역 주민의 보건ㆍ복지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구조적ㆍ기능적 한계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2012년 10월 충남 부여군 백제보 상류 금강에서 물고기가 대규모 폐사했을 때도 ‘권한 없는’ 지방정부(충청남도)는 제때 손을 쓰지 못했다. 수리권과 치수권, 보(洑) 운영 등 대부분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어서다. 충남도 한 관계자는 “초기 이상징후 발견시 물 흐름이나 유속을 변화시켜 용존산소를 늘리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 지방정부가 권한이 없다 보니 신속한 초기 대응에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금강 물고기 폐사 등은 결국 지방분권 개헌이 왜 필요한지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드슨 강의 기적은 철저히 지방분권화된 재난구조 체계 때문에 가능했다”며 “세월호 참사 때도 지방행정기관에 인명 구조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고 정확한 시스템에 따라 움직였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호(號)가 침몰하는 비극을 맞지 않으려면 중앙정부는 국방ㆍ외교ㆍ통상 등에 집중하고 그 밖에 생활 문제는 현장의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지방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림 연세대(정치학) 교수도 “현행 중앙집권적 헌법은 지방정부가 맡아야 할 시대적 요구를 담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 문제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현행 헌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구ㆍ박성훈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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