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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지진 규모 계산식 실제보다 과소 평가"

지난 3일 오후 기상청에서 이미선 지진화산감시센터장이 북한 인공지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3일 오후 기상청에서 이미선 지진화산감시센터장이 북한 인공지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3일 북한의 제6차 핵실험 당시 기상청은 인공지진의 규모를 5.7로 발표했다. 반면 미국의 지질조사국(USGS)에서는 6.3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때도 기상청은 규모를 4.3으로 발표했지만, USGS는 규모가 5.1로 산정했다.
 
이처럼 기상청이 발표하는 지진 규모가 전반적으로 과소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지진 규모는 핵실험 같은 인공 지진뿐만 아니라 자연 지진에서도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특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측정하는 지진 규모 값에 비해서도 지속해서 0.2 이상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서 발생한 자연지진의 경우도 USGS와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규모가 3.5라고 밝혔으나 기상청은 이보다 작은 규모 3.2라고 발표했다.
 
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과거 개별적으로 지진 측정값을 발표해왔으나, 현재는 기상청 발표와의 차이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대외적으로 발표는 하지 않고 연구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지진 규모를 공식 발표하는 것은 기상청이 유일하다.
지난 23일 북한에서 발생한 두 차례 자진에 대해 기상청은 자연지진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기상청]

지난 23일 북한에서 발생한 두 차례 자진에 대해 기상청은 자연지진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기상청]

한국지진연구소 김소구 소장 등 지진학자들은 "기상청의 지진 규모 계산식은 문제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진 리히터 규모 1의 차이는 에너지로는 30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확한 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상청이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의 규모를 작게 발표하는 바람에 핵 폭발력 수치도 외국에 비해 적게 계산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기도 하다.

지진 전문가들은 지난 9일과 15일 기상청이 개최한 두 차례 자문회의에서 규모 계산방식의 개선을 건의했으며, 25일 기상청도 이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기상청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인공지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3일 오후 기상청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인공지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진 규모 왜 차이가 날까

리히터 지진계를 개발한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는 1935년 지진 규모 산정 방식을 제안했다.
100㎞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지진계가 1㎜ 움직이면 이를 규모 3.0으로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지진계의 흔들림 크고 작음에 따라 지진 규모를 계산하자는 것이었다.
현재도 이 같은 원리를 따르지만 국가별로, 기관별로, 연구자별로 다른 지진 규모 계산식을 채택하고 있다.
지진 규모나 관측지점의 지질 구조의 특성을 반영하고, 인공지진이냐 자연지진이냐 등을 감한해 별도의 계산식을 사용한다.
지진파의 주파수, 진앙과의 거리 등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상청이 사용하는 지진 규모식과 지질자원연구원이 쓰는 것이 다르고, 미국(USGS)이 사용하는 것도 당연히 다르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지각을 따라 전달되는 근거리 지진의 계산식과 땅속 멘틀을 거쳐서 전달되는 원거리 지진의 규모 계산식도 다르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의 경우 남한에서는 동해의 해저 지각을 거쳐 온 지진파를 관측하는데, 동해 해저의 지각이 아주 복잡해 지진파가 오는 동안 감쇠, 즉 신호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USGS에서 원거리 측정하는 경우는 복잡한 동해 해저 지각의 영향을 받지 않아 비교적 정확하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핵실험 때 지진 규모를 측정해 폭발 규모를 산정하는 방법은 과거 핵실험이 자주 있었던 1950~60년대에 원거리 측정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원거리 측정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3일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3일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계산식을 쉽게 못 바꾸는 이유는

지진 규모 계산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고, 기상청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북한의 6차 핵실험에서는 기존의 계산방식으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인공지진 규모 산출식은 고주파 대역에 맞춰졌는데, 이번 핵실험 지진파에는 저주파 에너지 비중이 컸다"며 "저주파 에너지를 반영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진파의 주파수나 진앙과의 거리 등에 따라 매번 계산식을 달리 할 경우 일관성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 어떤 계산식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1978년 이후 계기 관측을 하고 있는데, 초기에 관측한 지진의 경우 지진파형이 남아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계산식을 새로 마련하면 과거 측정값도 다시 계산해야 하는데, 지진파형이 있어야 계산이 가능하다.
최근 데이터만 새로 계산하면 과거 측정치와의 비교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일단 기상청은 지진 규모가 작은 것은 기존의 계산식을 사용하고, 규모가 큰 지진에 대해서는 새로 마련될 계산식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오후 기상청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인공지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3일 오후 기상청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인공지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외부 전문가 참여 확대 추진

기상청은 북한 핵실험 규모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고 지진 분석과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25일 발표했다.

우선 국내외 전문가들 참여한 국제 학술대회 등을 통해 지진 규모를 재분석하고 수정 발표하는 절차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 지진 매그니튜드(규모) 위원회 (가칭)'를 운영해 분석의 정확도와 객관성을 높이기로 했다.
 
기상청 이덕기 지진화산연구과장은 "지질자원연구원 등 국내외 전문기관과 협력해 인공지진 전용 분석시스템을 개발하고, 한반도에 특화된 인공지진 규모식에 대한 연구개발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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