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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수주 외교’ 앞둔 장관 불러들인 국회

김기환 경제부 기자

김기환 경제부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나갔다. 이날만큼은 각료 아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석해 한 표를 던졌다. 김 후보자는 재석 국회의원 298명 중 찬성 160표를 얻어 인준에 통과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김 장관은 이날 중동 건설현장에서 ‘수주 외교’를 하고 있어야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 대표로 구성한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을 이끌고 18~23일 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의 건설 담당 장관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국회 표결 때문에 해외건설 수주 지원 활동은 취소됐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이 ‘대리 출장’을 떠났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 장관이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잇따른 인사 실책 논란으로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 부결 부담이 컸던 청와대·여당이 ‘의원 출신 장관’ 총동원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예정된 해외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 표결에 참여했다.
 
김부겸 장관은 19~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열린정부 파트너십 고위급 회의’에 신규 운영위원국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었다. 도종환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유엔총회에 참석해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활동을 펼칠 계획이었다. 국회 표결에 참석한 한 장관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수주 가뭄’이 장기화한 데다 ‘탈(脫)원전’ 역풍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중동은 그나마 돌파구다. 올 1~8월 해외건설 수주액 중 중동 비중은 48%에 이른다. 특히 사우디는 해외건설 누적수주액 1위(1391억 달러) 국가다. 이런 상황에서 김 장관이 출장 당일 일정을 취소한 건 상대국에 대한 결례일 뿐만 아니라 경쟁국과 비교해 수주 의지마저 떨어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중동 수주전은 조 단위 금액의 프로젝트를 따내는 경쟁이다. 대통령까지 나서도 모자랄 판인데 국내 정치 일정에 주무장관이 발목을 잡혀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현미·김부겸·도종환 장관 등은 여당 의원이자 국무위원(장관)이다. 여야 싸움에 필요한 ‘한 표’ 때문에 수시로 동원하기엔 어깨가 무거운 자리다. 국회에 협치(協治) 문화가 진작 싹텄다면 중요한 해외 경제협력 일정을 앞둔 장관이 급하게 동원됐을까. 타협할 줄 모르는 극단 정치에 경제까지 흔들린다.
 
김기환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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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