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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의 뜻 왜곡하는 선거제 바꿔야 한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77.2% 투표율은 제15대 대선 이후 가장 높았다. 선거에 대한 우리나라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가 다시 고조되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높은 투표율은 박근혜 대통령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투표로 보여주고 싶은 유권자가 늘어난 일시적 효과라고 본다. 이 정도의 투표율은 앞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되레 유권자의 선거 외면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본다.
 
이는 현행 공직선거법이 유권자의 알권리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유권자와 후보자 간 접촉과 정보 전달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공명성에 초점을 맞춘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규제해 선거운동을 획일적으로 만들고, 유권자 관심 끌기를 저해한다. 가령 현행 공직선거법은 유권자와 후보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선거운동을 빡빡하게 옥죔으로써 선거 후 많은 선거사범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경제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간 정보 교류나 접촉 없이 상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갖게 하기가 어렵듯이, 선거에서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상황에서 유권자의 자연스러운 선거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선거운동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므로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선거비용 관련 수입과 지출 규제를 통해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을 포함한 정치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학계와 시민단체, 뜻있는 입법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국정치학회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원안을 20대 국회에 제출했다. 20대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하면서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 관심이 커진 이번 국회는 정치관계법을 개혁할 호기다.
 
그러나 불행히도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에게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하는 느낌을 들게 하지만 한편으로 현직 의원에게는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선거 관련 개혁이 필요한 또 다른 곳은 선거 제도다. 득표율과 의석률 간 괴리를 보이는 현행 선거제는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는 유리하지만 소수당엔 불리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의당은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선거구제를 원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선거제 개편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가능하지만 권력구조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문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편은 개헌과 관련이 있으니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는 견제와 균형, 협치와 분권 차원에서 함께 논의되는 게 맞다.
 
20대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전국 순회 국민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개헌특위의 헌법 개정 논의가 권력구조에만 치중해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미진할까 걱정이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헌법 개정보다 더 어려워, 헌법 개정 논의가 선거구제 개편에 막혀 진전되지 못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개헌특위에서 국민주권적 개헌 방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가 국회 개헌특위 논의 사항을 이어받아서 국회와 협의하면서 자체적으로 특위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 반발이 있었지만 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개헌에 대한 공감이 있었던 만큼 개헌 논의는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정당 간 개헌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선거제 개편이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현행 선거구제와 공직선거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유권과 비례성, 표의 등가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정이 되지 않은 이유는 거대 정당과 현직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서의 공정성, 사회에서의 정의를 과거 어느 정부보다 강조한다. 과연 선거제와 공직선거법을 볼 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기업 횡포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로 지적되지만 거대 정당이 의석과 국고보조금, 국회 운영에서 누리는 이익과 횡포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그러나 선거운동은 자유롭지 못하며 선거 제도는 공정하지 못하다. 훼손된 공정성을 바로잡기 위해 기득권층의 희생이 필요하다.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관련법 개정, 나아가 개헌과 선거제 개편이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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