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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태평양서 수소탄 실험 위협했지만 "ICBM 실거리 발사 실험 명분 쌓기”

미 국방부는 '죽음의 백조' B-1B 랜서 폭격기가 북한 동해 상공의 국제 공역을 비행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미국령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1B 랜서가 발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 국방부는 '죽음의 백조' B-1B 랜서 폭격기가 북한 동해 상공의 국제 공역을 비행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미국령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1B 랜서가 발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 뉴욕타임스(NYT)의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22일(현지시간) “정보 당국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냉전시대 때 미국이 했던 대기권(고도 100㎞) 내 핵실험의 역사를 연구해 왔다”며 “대기권 핵실험은 지하 핵실험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끌리는 방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그냥 그렇게 하도록 두는 것보다도 더 위험하고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2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강경 대응 조치’가 “태평양상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실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어 기자의 진단처럼 미국 내에서는 이 외무상의 발언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탄 실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외신들이 주목하는 것은 선박 등을 이용해 직접 태평양에서 공중이나 해상 폭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캐서린 딜 미들버리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이달 초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영국 BBC 방송에 “북한이 기술적 필요에 의해 연내 지표면 혹은 해상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대기권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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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권 핵실험은 핵무기 개발 초기에 실시됐던 방식이다. 방사능 낙진 등으로 인한 피해가 치명적이다. 냉전 시대 때 경쟁적으로 공중 폭발 핵실험을 했던 미국과 소련이 결국 이를 멈추기로 상호 합의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미국, 소련, 영국 3국은 1963년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에 서명하고 대기권과 수중에서는 핵실험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기권 핵실험은 80년 중국이 한 것이 마지막이다.
 
태평양 해상에서 수소탄 실험을 하는 데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태평양에는 북한령이 없다. 수소탄 실험에 필요한 핵물질과 장비 등을 선박을 이용해 이동시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회원국들이 자국에 기항하는 선박의 북한발 화물을 무조건 검색하도록 했다. 최근 채택된 결의 2375호는 공해상에서도 북한 선박을 검색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포함시켰다.
 
두 번째 방법은 수소탄을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태평양에서 폭발시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인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지금까지 북한이 쏜 최대 사거리가 약 3700㎞인데 미 알래스카가 5500㎞이니 더 길게 쏠 기술적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수소탄 탑재 미사일을 태평양으로 쏘아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에 핵탄두를 장착해 발사 실험을 하는 것은 사고 시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소탄 엄포는 화성-14형 실거리 발사 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북한의 다음 수순은 태평양을 향한 연속 ICBM 시험발사 또는 괌에 대한 포위사격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어떤 방법이 됐든 북한이 차순의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한다면 이전의 지하 핵실험과는 차원이 다른 군사적·정치적 파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커진다는 의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달 초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김정은이 2019년 대기권 핵실험을 강행하면 미국이 북한 핵시설 공격으로 대응해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실제 강행할 경우 김정은이 노리는 극적 효과 이상으로 심각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응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에는 국가 체제의 존망을 건 도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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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