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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물 고민 안 해 좋아” “더치페이 한국선 안 맞아”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1년(28일)을 앞두고 법 해석과 경제적 측면 등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점차 뿌리를 내려 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1년(28일)을 앞두고 법 해석과 경제적 측면 등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점차 뿌리를 내려 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2차에서 술에 완전히 곯아떨어지는데 더치페이가 되겠는가. 한국의 음주 문화에선 어렵다.”(오누키)
 
“전체적으론 사회가 투명해지는 방향으로 간다. 터키에도 도입하고 싶다.”(알파고)
 
“애들 학교 선생님 선물 걱정 안 해 좋긴 한데….”(루싱하이)
 
“학생이 준 초콜릿도 먹으면 안 되나. 당혹스럽다.”(페스트라이쉬)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1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의 눈에 우리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김영란법 1년을 맞아 중앙일보는 외국인 4명을 초청해 지난 22일 좌담회를 열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미국)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루싱하이(盧星海) 중국 CCTV 서울지국장, 오누키 도모코(大貫智子)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 특파원, 알파고 시나씨(터키) 하베르 코레 편집장이 참석했다.
 
서울 거주 외국인들이 22일 중앙일보사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한 좌담을 했다. 오른쪽부터 임마누엘 페이스트라이쉬 교수, 오누키 도모코 마이니치 신문 특파원, 알파고 시나씨 터키 하베르 코레 기자, 노성해 중국 CCTV지국장. [최정동 기자]

서울 거주 외국인들이 22일 중앙일보사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한 좌담을 했다. 오른쪽부터 임마누엘 페이스트라이쉬 교수, 오누키 도모코 마이니치 신문 특파원, 알파고 시나씨 터키 하베르 코레 기자, 노성해 중국 CCTV지국장.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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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은 속지주의라 외국인들에게도 적용되는데. 어떤 체험을 하셨나.
▶알파고=“(한국) 검사와 바닷가의 횟집에 갔다. 친한 형님 같은 분이라 그분이 밥값을 낼 것 같았다. 메뉴를 보니 3만원은 넘을 것 같았다. 그분이 ‘넌 기자이고 난 검사니 김영란법에 걸릴 거 같다’며 나가자고 하더라. 솔직히 ‘지인들끼리 이래야 하나’ ‘이게 뭔가’ 싶었다. 또 내가 쓴 기사 때문에 도움을 받았다는 중소기업 대표에게서 선물을 받았는데, 5만원 한도를 넘는 것이라 거절하고 다시 연락하지 않은 적도 있다.”

▶페스트라이쉬=“학교 생활에서 심각하게 느낀 건 없다. 다만 외부 강의가 문제다. 서울처럼 큰 도시에 살려면 순수한 교수 봉급만으로는 어렵다. 글도 쓰고 외부 강의도 다니는데 한도가 정해져 있고, 신고 방법도 매우 복잡하다. 정치인들처럼 한 번 강연에 수백만원 받는 것도 아닌데 불편하다. 역차별 같다.”
 
한국에서 지켜본 김영란법 1년은 어땠나.
▶오누키=“한국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더니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앞으로는 모두 n분의 1로 계산할 것처럼 난리가 났었는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한 분위기다. 술을 많이 먹는 문화에서 더치페이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루=“취지는 좋았고 변화도 기대했는데 지난해부터 (대통령 탄핵 등) 큰 이슈가 많아 그 와중에 잊혀진 것 같다. 문화 자체가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한국에서 기업 하시는 중국 분들께 물어보니 다른 편법으로 많이들 (접대)하는 모양이더라.”

▶알파고=“식사비처럼 현실성 없는 부분은 조정돼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회가 투명해지는 방향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훼농가나 한우업체 등에서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불법) 안마업소를 금지해서 안마업소 주인들이 못살겠다고 한다고 그걸 풀어줘야 할까. 언젠가 터키에도 도입하고 싶다.”
 
여러분들의 나라에도 비슷한 법이나 규정이 있나.
▶오누키=“2000년 일본판 김영란법 ‘국가공무원윤리법’이 도입됐다. 98년 당시 대장성(현 재무성) 엘리트들이 금융업체에서 접대받은 게 들켜서 생겼다. 속옷을 입지 않은 여종업원들이 서빙하는 비싼 샤브샤브집에서 접대를 받은 ‘노팬티 샤브샤브 사건’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식사비를 신고토록 했고, 골프는 안 되고, 장례식 부조금도 제한하는 등 공무원들에게만 적용된다.”

▶루=“중국엔 공무원이 접대받는 걸 제한하는 여덟 가지 규칙이 있다. 금액까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영향은 크다. 공무원과 식사하는 자리에선 술도 못 마신다. 그러니 물병에 술을 담아 가는 등의 편법도 생겼다. 한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중국 속담에 ‘군자는 막되 소인배는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어기는 사람이 있다.”

▶알파고=“터기엔 ‘꿀 항아리를 잡는 사람이 당연히 손가락을 빤다’는 속담이 있다. 권력이 있다면 어느 정도 비리는 당연하다고 보는 인식이 있다. 큰 비리는 뇌물죄 같은 형법으로 다스린다.”
 
식사비나 선물비용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알파고=“친한 사람들에게 좋은 식사를 사고, 식사를 대접받는 건 한국 고유의 문화 아닌가. 일본처럼 큰 사건이 터진 뒤였다면 사람들이 불만이 없을 텐데 (식사비 규정은) 억지로 만든 듯한 느낌이다.”

▶오누키=“더치페이가 한국 문화엔 안 맞는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만나도 ‘오늘은 내가 낼게요’ 하지 않나. 일본은 택시비도 똑같이 나눠 내고, 12명이 밥을 먹어도 12분의 1씩 잔돈까지 계산해 낸다. 식사비 논란은 본질을 벗어나 있다. 법 취지는 ‘접대받지 말고 더치페이 하라’는 것인데 논란은 금액 문제로, ‘3만원은 오케이, 3만1000원은 안 된다’로 이상하게 번지더라.”

▶페스트라이쉬=“식사비는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가 안 되는데 이해가 안 된다. 교수는 큰 비리를 저지를 위치도 아닌데 포함시켰고,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의 청원 활동이) 빠져 있는 건 큰 문제 아닌가. 큰 비리는 그쪽에서 터지는데.”

▶루=“아내의 마음이 편해졌다. 명절 때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선생님에게 무슨 선물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서다. 중소기업이나 농가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데, 한국은 명절 때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중국보다 더 정착돼 있어 더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얼마 전 폐기해야 할 정도로 오래된 미국 헬기를 샀다는 (방산비리) 보도가 있었는데 그런 비리를 어떻게 막을 건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강혜란·문병주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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