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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미아리 텍사스’ 업소 대부분 떠나고 88곳 어둠 속 영업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이른바 ‘미아리 텍 사스’의 20일 밤 골목 풍경. 오가는 이가 드물고 업소들이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어 을씨년스럽다. [하준호 기자]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이른바 ‘미아리 텍 사스’의 20일 밤 골목 풍경. 오가는 이가 드물고 업소들이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어 을씨년스럽다. [하준호 기자]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 적힌 표지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온통 어둠이었다. 골목 안 건물의 유리창에는 검은색 종이가 붙어 있어 안을 볼 수 없었다. 입구에는 중년 여성들이 의자에 앉아 행인의 동태를 살폈다.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군데군데 있는 폐업으로 텅 빈 업소는 오갈 데 없는 길고양이들의 쉼터가 됐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의 풍경이었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인 환승주차장에서부터 내부순환로를 따라 종암네거리까지 길게 연결돼 있는 이곳은 고층 건물들에 둘러싸인 ‘외딴섬’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집창촌, 2004년 9월 23일 시행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의 발원지였던 이곳은 퇴락했다. 이곳이 속한 ‘신월곡 1구역’은 2003년부터 재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개발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이곳에는 88개 업소, 350여 명의 업주와 여성 종업원들(경찰 집계)이 있다. 업주 대부분은 건물주에게 100만~200만원씩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이다.
 
1988년 처음 이곳으로 왔다는 업주 A씨(55)는 “이 앞길이 원래 다 주차장이었다. 주말에는 관광버스로 단체 손님이 왔다. 아가씨들이 모두 손님을 받고 있으면 업소가 문을 닫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열어 달라’고 문을 두들겼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에는 업소 수가 400개 안팎이었다.
 
지금과 달리 성매매특별법 발 효 전인 2004년 7월에는 성매매 업소들이 불을 환히 밝히고 ‘영업’했다. [오종택 기자]

지금과 달리 성매매특별법 발 효 전인 2004년 7월에는 성매매 업소들이 불을 환히 밝히고 ‘영업’했다. [오종택 기자]

이곳은 2004년 정부의 ‘성매매 근절’ 의지가 강하게 담긴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탔다. 이듬해에는 화재가 발생해 여성 종업원 5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A씨도 그즈음에 다른 일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튀김 장사와 휴게소 주방 일을 하다 3년 전 이곳에 돌아왔다. 그는 “부양할 가족이 많아 살림이 어려웠다. 익숙한 곳이라 돌아왔는데 매출이 3분의 1도 안 된다. 앞일을 생각하면 답답하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고 했다.
 
업주들에 따르면 요즘 손님의 대부분은 소득이 적은 젊은이나 일용직 노동자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종종 오는데, 이들을 받지 않는 업소도 있다. 여성 종업원들의 나이대는 대개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이다. 스무 살에 이곳으로 와 고교생 자식을 혼자 키우고 있다는 여성 종업원 B씨(39)는 “손님들은 우리를 함부로 대하고 갈수록 더 과한 걸 요구한다. 특히 특별법 시행 이후 요구사항을 듣지 않으면 ‘신고할 테니 환불해 달라’ 협박을 한다”고 털어놨다. 다른 일을 해 볼 생각은 없었는지 묻자 “매일 생각하지만 당장 다른 일을 배우자니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어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나 여성단체에서 이들의 탈성매매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발적 참여가 많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생계 문제’다.
 
68년 종로3가 성매매 집결지가 옮겨가면서 처음 군락을 형성했던 이곳을 둘러싼 과제는 널려 있다. 유태봉(71)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자율정화위원장은 “여기 사람들은 모두 막차를 탔다. 나아갈 수도, 물러날 수도 없는 처지다”고 말했다. 성매매 집결지만 해체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월곡동 집결지 수시 단속 및 종합 합동점검을 실시하는 서울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청량리 588’은 관계부서의 지원 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폐쇄가 이뤄져 기존에 종사했던 성매매 여성들이 영등포·동두천 등 다른 집창가로 분산됐을 뿐 근본적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협력해 적극적이고 유연한 ‘관리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십여 년째 해결되지 않은 집창촌 문제, 이 보고서는 우리가 해야 할 고민의 시작점을 제시하고 있다. 
 
홍상지·하준호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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