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경제 view &] 자동차 노조, 일본처럼 변해야 산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1967년 현대자동차가 설립된 이래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일본으로부터 배우고 기술을 도입하면서 인건비 경쟁력과 근면을 바탕으로 세계 5위권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 일본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까지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전부터 활력과 기대는 꺾이고 ‘우리 자동차산업은 여기서 주저앉는구나’ 하는 위기 상황이다.
 
한국 완성차는 2016년도에 국내 생산이 33만대 감소, 수출은 35만대 감소한 이래 올해 들어서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일본은 국내생산이 올해도 7월까지 7.8% 증가했으며, 수출은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다. 해외 생산은 한국이 올해 들어 7월까지 12%가 감소한 데 비해 일본은 2.7%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올해 1~8월 9.2% 감소한 86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으나, 일본계 자동차는 같은 기간 증가세를 보이며 444만대를 판매했고, 중국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올해 1~7월 45.5%가 감소한 50만대 판매에 그친 참혹한 상황에 있으나, 일본계는 같은 기간 16.2%가 증가한 237만대를 판매하면서 현대·기아차 시장을 접수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의 경쟁력도 밀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일본 차는 매년 20% 이상 성장세를 보이는 데 반해 우리나라 자동차는 일본에 발도 못 붙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일본을 쫓아가기는커녕 오히려 후진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노사관계가 적대적이고 투쟁적인 30년 된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있다. 일본은 60년대 이미 협력적 노사관계를 확립해 지난 60여년간 쟁의행위 없이 임금과 단체협상을 타결해 왔다. 도요타 노조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기업 발전은 차의 두 바퀴와 같다는 인식 아래 과도한 임금인상은 미래에 회사 경쟁력에 부담이 되고 부품업체와의 임금격차도 커지게 하는 부작용까지 고려해 자발적으로 자제하고 있다. 닛산 노조도 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고 그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사측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협조적으로 타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노조는 ‘갑’의 위치에서 연례적인 파업으로 세계 최강의 힘을 과시하며 생산성이나 성과와는 무관하게 최대한의 임금인상을 쟁취하고 있다.
 
자동차 평균수출 단가가 일본은 2만2000달러, 한국은 1만5000달러로 부가가치가 훨씬 낮은 차를 만들고 있으면서도 한국 자동차업체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일본보다 높고, 기업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일본은 7% 수준인데 비해 한국은 12~13%나 된다. 이에 반해 연구개발비는 일본에 크게 뒤진다. 우리 노조는 번 돈을 인건비로 얼마나 많이 가져갈까에 몰두하면서 국제경쟁력은 남의 일로 여기고 있다. 임금 경쟁력에 적색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됐고 안이한 근무로 생산성마저 무뎌졌다.
 
노사관계의 최대 현안인 통상임금 쟁송은 한·일간 자동차노조의 대조적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양국의 관련 법과 행정규칙에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음에도 우리 노조만 통상임금에 관한 소송을 제기해 노사 합의된 임금 이외에 추가의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으려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임금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은 일본에 더욱 뒤처지게 만드는 결정타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노조도 60년 전의 일본처럼 협력적으로 변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등 다른 자동차 선진국들 노조들도 다 변하고 우리만 남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기업들은 노사관계가 좋은 곳에 생산기지를 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의 노사관계가 계속 나쁘면 언젠가 자동차 수입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명치유신으로 먼저 변화한 일본에게 수구로 맞선 조선이 강점당했듯이 우리의 노사관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능동적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언젠가 어느 언론에서 한국자동차 산업의 시일야방성대곡을 사설에 실을지도 모른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