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J report] 제조업 생산 설비 30% OFF … 굴뚝 vs 비굴뚝 불균형 심화

지난 1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방침으로 선박 블록으로 가득차야 할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 협력업체 공장이 텅 비어있다. [중앙포토]

지난 1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방침으로 선박 블록으로 가득차야 할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 협력업체 공장이 텅 비어있다. [중앙포토]

지난 21일 방문한 동인천역 인근 S목재 합판 공장. 일감이 없어 기계의 톱니바퀴는 멈춰있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공장을 24시간 가동했다. 그러나 이젠 일이 있을 때만 인력시장에서 사람을 구해 쓴다. 이 회사 대표 신모(68)씨는 “인천에 합판·가구 공장이 많았는데 인건비를 감내할 수 없다 보니 다들 해외로 공장을 옮겼다”며 “30년간 공장을 운영했지만, 이제 문을 닫을 때가 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S목재가 자리 잡은 인천의 공업단지는 한국 수출의 전진기지다. 그러나 지난해 인천 남동·주안·부평 국가산업단지의 총 수출액은 42억742만 달러로 2015년보다 9.6% 감소했다. 특히 기계분야(41%), 철강(31.5%)의 감소액이 두드러진다. 이들 산업단지의 총생산액·고용도 줄었다.
 
한국 제조업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다. 올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6%로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생산 설비 10대 중 3대가 놀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6.5%) 이후 8년 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엔진이자 수출 코리아를 이끄는 지렛대다. 철강·석유화학·조선·자동차·섬유 등 제조업이 수십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은 안정적인 일자리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서비스업은 자영업자와 일용직이 취업자 수를 늘릴 뿐 고용의 질은 낮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제조업은 고용창출·부가가치·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제조업이 발전하면 다른 분야의 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효과가 있다”며 “미국·독일·일본 등이 제조업 살리기에 힘쓰는 이유도 제조업이 경제 기초체력의 근간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국의 철강·석유화학·섬유 등은 공급 과잉으로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랐다. 현대삼호중공업·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은 일감이 없어 순환 유급휴직에 들어가는 등 조선·자동차 등은 경쟁국의 추격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의 부진은 한국의 생산성 및 가격 경쟁력 저하, 중국 등 신흥공업국의 추격,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라며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 대부분이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무역 흑자 458억 달러에서 반도체를 빼면 흑자 규모는 216억 달러다. 지난해 반도체를 제외한 흑자규모(375억 달러)의 58%에 불과하다. 올 2분기 반도체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는 2000년 100을 기준으로 할 때 256.5나 된다. 하지만 ‘일반 목적용 기계 제조업’은 106.7,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은 105.1, ‘화학섬유 제조업’ 100.4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은 99.6 등으로 평균(112.8)에 못미쳤다. 반도체·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이른바 ‘비굴뚝’과 전통 제조업인 ‘굴뚝’산업간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처럼 굴뚝 산업이 식어가면서 ‘제조업 쇠퇴→고용 감소→실업률 증가→소비 위축→경제성장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1950년대부터 한국의 피아노 산업을 이끌어 온 삼익악기와 영창뮤직. 삼익악기는 피아노 전량을 인도네시아에서, 영창뮤직은 일부 고가 모델을 제외한 모든 생산을 중국에서 하고 있다. 92년 18만7000대로 정점을 찍은 피아노 판매량은 지난해 3600대까지 줄어들었다. 시장은 이처럼 쪼그라드는데, 인건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생산 효율성을 생각하면 해외 생산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화학·기계장비·금속 분야는 최근 몇년 새 해외 생산이 국내 생산을 앞질렀다. 화학 및 화학제품 해외 생산 비중은 2011년 45.5%에서 2015년 52.2%로, 기계장비는 43.2%에서 51.8%로 높아졌다. 최근 경방·전방 같은 역사가 깊은 중견 섬유기업들도 인건비·전기료 인상 등의 문제로 공장 해외 이전이나 국내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주축인 IT·자동차 산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 시장 개척과 비용 절감을 내세워 해외 생산거점을 늘렸다.
 
이처럼 제조업의 탈한국 흐름이 빨라지면 국내 일자리는 줄기 마련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해외 현지 일자리는 2005년 53만 개에서 2015년 163만 개로 늘었다. 해외 기업 이전으로 국내에서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기회를 잃었다는 의미다. 또 기업이 나간 만큼 세수는 감소하며, 공장이 있던 곳의 주변 상권이나 지역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국내 제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 는 2015년 0.3%포인트, 지난해 0.5%포인트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제조업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미미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제조업 부활을 위해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유턴법)’을 만들었다.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줘 해외로 떠난 제조업 기업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진 직후인 2014년에 22개로 반짝했지만, 올해는 상반기 현재 2개 기업만 유턴해 누적 기업은 40개에 그친다.
 
반면 일본은 다른 분위기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지난해 12월 조사에 따르면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는 조사 대상 기업 834개 업체 중 11.8%가 지난 1년간 생산거점을 해외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일본 무역진흥회(JETRO)의 올해 초 조사에선 최근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한 기업 중 중국에서 일본으로 귀환한 비중(8.5%)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동한 비중(6.8%)을 앞질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조업 전반에 고착화된 고비용 구조를 극복할 만큼 유턴기업에 주는 인센티브가 매력적이지 않다”며 “각종 규제를 풀어 최소한 경쟁국과 비교해 더 나은 ‘기업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유경·윤정민 기자 neo3@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