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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남지 않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시민참여단 충분한 숙의(熟議) 가능할까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건설재개 측 강재열 원자력산업회의 상근부회장(가운데)을 비롯한 대표단이 24일 오전 서울역 별실 회의실에서 국민과 시민참여단의 알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건설재개 측 강재열 원자력산업회의 상근부회장(가운데)을 비롯한 대표단이 24일 오전 서울역 별실 회의실에서 국민과 시민참여단의 알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4일로 출범 두 달째를 맞았다. 공론화위 활동은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6일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시민참여단 인원이 최종적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는 공론화위가 선정한 500명 중 478명의 시민참여단이 참석했다. 참석률은 95.6%로 공론화위가 예상했던 수준(75%)을 훨씬 웃돌았다. 물론 시민참여단 인원이 변화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478명 중 다음 달 13일 열리는 2박 3일 합숙토론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이 나올 수 있어서다.
 
추석 연휴를 포함해 약 3주간은 478명의 시민참여단이 숙의(熟議) 과정을 거친다. 참여단은 이 기간에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재개 양측이 제공한 정보와 논리를 학습하고 고민한다.
 
이후 다음 달 13~15일에 열릴 합숙토론을 거쳐 최종적으로 의견을 정한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최종 의견을 종합해 최종 권고안을 작성한 뒤 다음 달 20일 정부에 전달한다. 이렇게 되면 공론화위 활동은 공식 종료된다. 공론화위 활동은 한 달도 남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공론화위 활동은 출발부터 논란을 겪은 데 이어 최근엔 건설중단과 재개를 대표하는 단체들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범부터 정체성 논란…정부와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사무실에서 위원회 10차 회의가 김지형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사무실에서 위원회 10차 회의가 김지형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공론화위는 출범 직후부터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공론화위를 구성하며 ”공론화위가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신고리 5, 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면 이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정책 결정에 대한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헌법상 대표기구도 아닌 시민배심원단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있느냐는 점이었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정부와 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나타났다.
 
공론화위는 지난 7월 27일 브리핑에서 “공론조사 결과는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종 판단’이 아닌 ‘권고안’일 뿐이고 대통령 등 최고 결정권자의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에 그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와대가 “공론화위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히며 혼란이 커졌다.
 
논란은 지난달 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공론화위가 국민 의견을 전달하면 정부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며 종료됐다. 공론화위는 ‘권고’, 정부는 ‘최종 결정’으로 서로의 역할을 정리한 것이다.
 
  
자료집 합의하니 전문가 참여 문제 불거져…건설재개·중단 측 갈등

시민참여단 선정이 끝난 시점에서도 공론화위 활동엔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시민참여단에 정보를 제공하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과 재개 측 대표 단체가 자료집 작성, 숙의 토론과정에 참여할 전문가 선정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어서다.
 
공론화위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재개 또는 중단을 주장하는 이해관계자 대표 단체와 소통협의회를 통해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 재개 측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건설기업, 원자력학회가 중심이 된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참여하고 있다. 
 
건설 중단 측에는 참여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가 모여 발족한 ‘안전한세상을위한신고리 5,6호기백지화시민행동(시민행동)’이 참여하고 있다.
 
먼저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건설중단 측인 시민행동이다. 시민행동은 최근까지 공론화 과정 참여 중단을 시사하며 시민참여단에 배포할 신고리 5, 6호기 관련 자료집 제출을 미뤘다. 목차와 자료집 내용 구성 등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공론화위와 시민행동, 건설재개 측인 원전산업회의는 지난 21일 모여 자료집 내용과 목차 등에 대해 다시 논의해 합의를 이루고 24일까지 자료집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후 시민행동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부·공론화위 ‘공문’ 논란…건설재개 “한수원 전문가 빠질 수 없다”

자료집 작성에 합의하자 이번엔 공사재개 측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숙의과정에 참가할 전문가 선정 문제 때문이다. 한수원과 원자력산업회의 등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 대표단은 24일 오전 11시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표단은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한수원 및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제한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며 “만일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이뤄질 토론회와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동영상 녹화 등은 취소 또는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장 25일 열리기로 했던 울산지역 토론회 일정이 연기됐다.
 
대표단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론화위원회 요청에 따라 지난 22일 밤 한수원과 한수원 노조에 ‘공정한 공론화 추진을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산업부는 공문에서 “공론화위원회의 요청과 관련 귀사 또는 귀 노조에 대해 공론화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활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니 공론화의 공정성이 유지되도록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지난 20일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한수원과 정부출연기관이 건설재개 측에서 활동하는 것을 중단시켜 달라”는 건설중단 측 대표단의 요구를 담은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건설재개 측 대표단은 산업부의 공문이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한수원과 정부출연기관 전문가들이 빠지라고 사실상 지시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한수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정부출연기관 소속이 이해관계자나 토론 전문가로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건설재개 측 토론 전문가인 문주현 동국대 에너지환경대학장은 “원전은 국가가 주도하는 산업이라 대부분 전문가가 정부출연기관에 소속될 수밖에 없다” 며 “이들을 토론과정에서 제외한다면 시민참여단과 국민에게 신고리 5, 6호기 사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론화 기간 연장해 시민참여단에 숙의할 시간 줘야”

반면 시민행동 측은 공기업이자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한수원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공론화위는 건설중단 측의 요구사항을 전달만 했다고 주장한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건설중단과 재개 측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건설중단 측 요구를 알린 것일 뿐 공론화 과정에 개입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라는 원론적인 주문을 했다는 입장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측 대표로 공론화위에 참여해온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공론화 과정에 적극 참여해 대응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연합뉴스]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측 대표로 공론화위에 참여해온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공론화 과정에 적극 참여해 대응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연합뉴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건설중단·재개측이 서로 갈등을 벌이는 데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홍보하고 있어 중립성 논란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며 “자료집 제공, 토론회 등 향후 공론화 일정이 지장을 받는다면 일반 시민이 충분히 관련 사안을 학습·토론해 성숙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공론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공론화 일정을 전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론화위 최종 권고안 작성 방식도 쟁점

향후 공론화위원회가 작성해 정부에 제출할 최종 권고안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권고안 작성 방식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찬반을 명확히 적을지, 찬반을 적는다면 어떤 오차범위까지로 판단할 것인지, 대안은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등이 모두 쟁점사항이다. 
 
만일 권고안에 찬반 비중의 변화 추이만 담기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권고안을 해석해 최종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참여단의 최종 의견이 찬반 중 한쪽으로 크게 기운다면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찬반 의견 비율의 차가 크지 않다면 찬성과 반대하는 진영 모두에 해석의 여지를 남기게 된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비율이 51대 49로 나오면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며 “1차 조사와 최종 조사 간의 찬반 비율 변화, 찬반 선택 이유 등을 고려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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