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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심혈관계 질환 치료의 미래’ 한림대-웁살라대 석학 대담

“새 바이오마커, 환자 데이터 활용 심혈관 질환 정밀의료 시대온다”

“새 바이오마커, 환자 데이터 활용 심혈관 질환 정밀의료 시대온다”

 -심혈관 질환에서 최근 의학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윤종찬 교수(이하 윤)=심혈관 질환은 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가벼운 질환부터 심근경색·심부전 같은 중증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초고령 사회를 향해 가면서 심방세동이나 심부전 같은 노인성 심혈관 질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질환의 중증도도 높아지고 당뇨·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도 많아지고 있다. 치료 기술의 발달로 사망률이 낮아졌지만 그만큼 심혈관 질환을 치료·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환자의 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요나스 올드그렌(이하 올드그렌)=심혈관 질환은 공중 보건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중증도가 높고 의료비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심부전 같은 심혈관 질환은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5년 생존율이 위암·대장암보다 낮을 정도로 예후도 나쁘다. 중증도가 심해질수록 고가의 치료 장비가 필요해 의료비도 급증한다. 고령 인구가 늘고 있어 이들의 심혈관 질환을 방치하면 그 의료비 규모는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질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을 미리 예방하거나 질환이 있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할 사람을 선별한 뒤 맞춤형으로 치료하는 것이 바로 효율적인 정밀의료의 시작이다.
 
-최근 정밀의료가 부각되는 이유는.
 
 올드그렌=정밀의료란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개인 맞춤형 의료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개인’이 아닌 ‘타깃 그룹’별 맞춤형이다. 가령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도가 높은 환자 그룹에 더 적절한 치료를 하는 식이다. 정밀의료를 통해 한정된 자원(의료비용과 의료인)을 더 위급한 환자에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정밀의료가 유전자 분석 등을 기반으로 한 암 진단·치료 분야에서 더 알려졌다면 최근에는 심혈관 질환까지 그 개념이 확장되는 추세다.
 
 -심혈관 질환에서는 정밀의료를 어떻게 적용하나.
 
 올드그렌=심혈관 질환 중 하나인 심방세동의 예를 들어보겠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서 미세하게 떨리는 부정맥의 일종이다. 심방세동이 발견된 환자에게는 뇌졸중 위험이 있어 보통 혈액을 묽게 하는 항응고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항응고제 때문에 출혈이 일어났을 때 잘 멈추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심장 전문의들은 늘 출혈과 뇌졸중의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치료에 임한다. 이때 정밀의료가 의료진의 판단을 도울 수 있다. 최근 다른 연구진과 함께 심방세동 환자의 출혈 위험을 예측하는 ‘ABC 스코어’를 개발했다. A는 나이(Age), B는 바이오마커(Biomarkers), C는 질병 과거력(Clinical History)을 뜻한다. 나이, 과거 병력과 함께 세 가지 바이오마커(심장 트로포닌 T, GDF15, 헤모글로빈)의 수치를 계산해 심방세동 환자의 출혈 위험을 낮추면서 뇌졸중을 막는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가능성을 보는 ABC 스코어와 사망 위험을 보는 ABC 스코어까지 개발했다. 모두 정밀의료를 위한 치료의 핵심 근거가 될 것이다.
 
 윤=언급한 바이오마커 중 트로포닌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오마커로 심장근육의 손상 정도를 본다. GDF15는 최근 출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이오마커다. 현재 임상에서는 표준 지침에 따라 나이가 많거나 기존에 심혈관 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본다. 각각의 요소를 점수화한 뒤 환자에게 처음 진단을 내릴 때나 치료 예후를 살필 때 기준 수치로 삼는다. 앞으로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발견되고, ABC 스코어처럼 점수화해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된다면 보다 정확한 정밀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진단율을 높이는 방법은 없나.
 
 올드그렌=고령 사회인 스웨덴에서는 심부전이나 심방세동 같은 노인성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적극적으로 신경 쓰고 있다. 빨리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심방세동의 경우 증상이 거의 없어 질환 여부를 모르는 노인 환자가 많다. 최근에는 75세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크기의 작은 ECG 기계를 나눠 준 다음 아침저녁으로 수치를 모니터링하도록 해 심방세동 진단율을 높이는 실험을 했다. 증상이 없더라도 4명 중 1명은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있다.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면 진단에 있어서도 보다 효과적인 정밀의료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윤=이처럼 숨어 있는 심방세동 환자를 찾아내고 이들이 뇌졸중으로 가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심방세동의 경우는 고혈압과 당뇨·흡연·비만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교육을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맞춤형으로 잘 관리한다면 심부전의 진행을 늦추고 뇌졸중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최근 진행하는 연구를 바탕으로 심혈관 질환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윤=최근 발표한 첫 한국형 ‘만성·급성 심부전 진료 지침’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외국의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 더욱 근거 중심적이다. 많은 수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일수록 그 결과는 더욱 현실에 가까워진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 등을 이용해 심혈관 질환의 비용과 동반 질환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전 국민의 데이터를 분석해 심혈관 질환의 치료 패턴과 예후를 볼 수 있다면 추후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올드그렌=스웨덴에서 실제 심부전 환자의 레지스트리(등록 정보)를 이용한 실용적인 임상 연구 방법을 개발해 올해 주요 학술지 세 곳에 논문을 발표했다. 새로운 치료법을 검증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와 비교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법이다. 스웨덴에는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는 레지스트리가 96개나 있다. 예를 들어 SwedeHF 레지스트리는 2000년부터 11만 건 이상의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담고 있다. 실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하면 참여자 리크루트 비용 등 다양한 부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효율성을 극대화한 이 연구 방법을 바탕으로 더 많은 질 높은 심혈관 질환 연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림-웁살라 심포지엄은 
한림-웁살라 심포지엄

한림-웁살라 심포지엄

국내 유수 의료기관인 한림대의료원과 기초의학 분야의 세계적 명문인 스웨덴 웁살라대가 의학 학술교류 차원에서 마련한 심포지엄이다. 2008년 첫 심포지엄 개최 후 연례행사로 열리고 있다. 웁살라대는 500여 년의 역사와 함께 1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심포지엄에서는 ‘심혈관 질환의 새로운 접근’이라는 주제 아래 최근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인 심혈관 질환에서의 정밀의료와 새로운 임상 연구 방법을 공유했다.
 
글=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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