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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노영범의 소울루션(6) 지하철에서 옷벗고 소리 질렀다, 무조건 정신병일까?

기자
노영범 사진 노영범
조현병. [중앙포토]

조현병. [중앙포토]

 
환청과 망상을 겪게 되는 조현병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병이 아니다. 의외로 이 병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현대인 누구라도 걸리기 쉽다. 예전에는 정신분열병이며 유전자나 가족력을 병인으로 보고 자신과는 무관한 질병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신병의 일종이 됐다.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현실 탈출 욕망이 과하게 실행된 결과라고 할까?  

 
예를 들어보자.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람, 억울한 일을 당해 복수를 꿈꾸나 현실에서는 실행능력이 없어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 열등감을 전지전능한 신이 되는 망상으로 해소하려는 사람, 사소한 문제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있는 동안 몽롱한 상태로 현실 적응력이 떨어지는 사람,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집착으로 늘 가상현실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로 인해 현실과의 괴리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 이들 모두가 조현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망상의 세계로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조현병에 노출되기 쉬운 것이다.
 
 
망상 세계로 탈출하려는 조현병 


여기 정신병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가 있다. 미국의 한 정신의학자의 양심 고백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앨런 프랜시스, 책 제목은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정상인을 구제하자』다. 그는 책에서 정신병을 진단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슨 연유일까?  
 
 
앨런 프랜시스의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중앙포토]

앨런 프랜시스의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중앙포토]

 
정신병을 진단하는 기준표 중에 DSM이라는 것이 있다. 저자는 DSM이 개발, 개정되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한때 작성팀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DSM은 정신의학 진단의 과학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였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작용하여 정상성의 범주를 좁혀버린 부작용을 초래하였다고 말한다. 
 
더욱이 문제는 진단과잉을 부추기는 DSM 개발에 시장 규모를 키워 수익을 내려는 제약회사가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신질환을 수익성 높은 향정신성 의약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기회로 삼아 사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DSM표에 따르면 현대인 대다수가 정신질환 진단의 그물망에 걸려들 수 있다. 진단의 그물을 넓게 치는 것은 정상인조차 불필요한 약물을 투약 받고 평생을 정신적 불구자로 살아가게 하는 참담하고 비극적인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나는 개개인의 삶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진단 기준표 점수에 의해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향정신성 약물에 의존해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환자를 많이 접했다. 이러한 현실은 정신과 치료에 있어 어둡고 큰 장막을 둘러놓은 듯 한 답답함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의 병,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마음의 병,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진료실을 찾은 정신병 환자들에게서 개인 내력을 듣는다. 히스토리를 통해 조현병이 어떻게 발병하였는지 추적한다. 병의 원인은 각자의 삶 속에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질병은 인체의 균형을 지키려는 항상성이 무너져 생긴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통계 수치에 의존한 진단으로 인해 조현병 환자로 살아가거나, 잘못된 투약으로 인해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면 너무나 불행하지 않을까?  

 
고대자연의학서인 ‘상한론’의 처방은 질병 때문에 무너진 내부의 균형을 바로 세우도록 하고 있다. 조현병도 내부의 항상성을 회복시켜 깨진 몸과 마음을 바로 잡는 치료가 필요하다. 놀랍게도 나는 상한론 처방을 통해 조현병 진단환자들이 점점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는 사례들을 접하게 되었다.
 
10년간 잘못된 진단에 의해 조현병 환자로 억울하게 살아온 여성이 있다. 대학시절 기독동아리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그녀는 여름방학 수련회에서 일주일 동안 한 숨도 안 자고 기도만 했다. 평화주의자인 그녀는 수련회 진행자들이 싸우는 것을 목격하고 원만한 화해를 위해, 종교를 믿지 않는 친구를 위해 밤을 꼬박 새며 기도에 열중했다.

 
 
밤을 꼬박 새며 기도에 열중한 여성. [중앙포토]

밤을 꼬박 새며 기도에 열중한 여성. [중앙포토]

 
그러다 수련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아담과 이브가 살던 깨끗하고 맑은 시대로 가야한다고 외치며 옷을 벗는 행위를 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녀는 환청과 망상 증상으로 조현병 진단을 받고 10년간 양약을 복용하였다. 
 
결국 대학을 자퇴하고 이전의 생활을 되찾지 못했다. 그녀의 삶을 추적해 보니 고등학교 시절 남자친구를 사귀며 성적 접촉을 한적이 있었고, 임신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성경험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 수련회 기간 동안에 숨겨져 있던 내면의 죄의식이 크게 드러났으며, 일주일간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녀는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누구나 잠이 부족해 의식이 몽롱해지면 판단력이 흐려져 이상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상황적 고려 없이 진단 체계표를 통한 통계 수치에 갇힌 진단에 의해 조현병 환자가 되었다. 현대 의료는 질병만 보고 수치에만 의존해 정작 치료의 대상인 ‘사람’은 보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자지 않고 고민하는 ‘소음병’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정신적인 고민을 했다는 것을 소음병이라 한다. [중앙포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정신적인 고민을 했다는 것을 소음병이라 한다. [중앙포토]

 
위의 사례를 적용할 수 있는 조문을 고대자연의학서인 상한론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발병 원인으로 볼 수 있는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정신적인 고민을 했다는 것’을 소음병(少陰病)이라 표현한다. 
 
즉 밤에 (陰) 큰 움직임 없이(少) 피로한 상태(微)에서 사소한 생각으로(脈微細) 수면을 이루지 못한 행위(但欲寐)에 의한 불안과 두려운 생각(悸)을 질병의 원인으로 본다. 쉽게 표현하자면 잠 못 자고 불안과 두려움에 떨었던 것이 조현병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原文: 少陰病 脈微細 但欲寐,....或悸 ....四逆散主治 )  
 
이 환자는 ‘사역산’이란 처방을 약 6개월 동안 복용한 후에 정상적인 생활을 어느 정도 되찾아 지금은 사회적응 훈련으로 여성인력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양약도 점진적으로 줄이다가 현재는 중단하게 되었다.
 
조현병(調絃病)에서 조현(調絃)은 악기 줄을 조절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에 담긴 뜻을 새겨보면 조현병이란 사람이 조율이 맞지 않는 악기의 상태와 같아진 것을 말한다. 조현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상한론, 이제는 인체의 상태를 ‘조율하는 의학’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노영범 대한상한금궤의학회 회장 neoherb@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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