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로 내한한 영국 배우 콜린 퍼스

그가 연기한 해리는 1편에서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하지만 속편 제작을 결정했을 때 ‘콜린 퍼스가 없는 킹스맨’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터. 그리하여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그는 특별한 방법으로 부활한다. 기자 간담회에서 콜린 퍼스는 “1편에서 해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 역시 깊이 실망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배역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2편에 다시 출연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했다. 돌아온 해리는 전편 만큼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특유의 카리스마와 완벽한 수트핏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50대 후반의 나이지만 나날이 깊이를 더해가는 매력은 몸에 밴 자신감과 꾸준한 노력에서 비롯됐다. 멋있는 남자일 뿐 아니라 상사로 가까이 모시며 가끔은 혼도 나고 싶은 신비한 포스를 지녔다.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흰머리를 그대로 둔 자연스런 헤어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청색 체크 수트 차림에 와이셔츠 단추를 적당히 푼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쏟아지는 질문을 심드렁하게, 때론 심각한 표정으로 듣다가 특유의 미소를 빙긋 날리며 농담을 던진다.
수트 차림으로 액션신을 촬영하는 게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영화를 찍기 전 훈련을 하며 살이 많이 빠졌는데, 그 몸에 딱 맞는 수트를 입으니 바닥에 떨어진 연필도 주울 수 없더라. 그래서 일부러 살이 빠지기 전에 맞춘 양복을 입고 연기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액션 연기는 고되지만, 할수록 즐기게 된다. 대사 연기보다 액션 연기가 더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영화 속 명 대사를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몸소 실천해 보였다. 공항과 레드 카펫 행사 등에 찾아온 팬들을 더 없이 정중하게 대하며, 일일이 몸을 숙여 셀피를 함께 찍어주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에이전트로의 복귀를 주저하는 해리에게 에그시는 이렇게 말한다. “킹스맨도, 이 세상도, 나도, 당신을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도 콜린 퍼스라는 멋진 배우가 매우 필요하다.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