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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남의 눈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참여센터장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참여센터장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 모든 사람이 텔레스크린을 통해 감시당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습니다. “빅 브러더가 당신을 보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 소설 속 전체주의 사회의 빅 브러더는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 시대의 맥락에서 개인의 삶에 대한 통제사회를 상징했습니다. 소련의 붕괴 후 마치 자유국가에서 빅 브러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중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조지 오웰의 빅 브러더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바로 ‘남의 눈’이라는 감시자!
 
우리가 흔히 쓰는 일상의 표현에 ‘남의 눈’이 가득합니다. 식사 메뉴를 고르면서도 ‘뭐를 먹어야 잘 골랐다고 소문날까’라고 주문(注文) 대신 주문(呪文)을 읊고,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만족감 혹은 수치감을 느끼기보다는 ‘남부럽지 않은 삶’ 혹은 ‘남 보기 부끄러운 삶’의 기준을 따릅니다. 심지어 자녀를 키우는 목표가 ‘남부끄럽지 않게’ 잘 키우는 것이 우리의 익숙한 삶입니다. 습관처럼 입에 달린 ‘쪽팔리다’는 표현도 남 보기에 체면이 깎인다는 뜻입니다. 참으로 남의 눈을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물적 과시욕도 남의 눈에 대한 집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가품으로 치장하고 더 큰 차, 더 넓은 아파트로 과시하고 싶은 유아적 과시 속에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은 인정욕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아가 공허할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삶이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 몇 가지 소품으로 끝난다면야 모르지만 한 번뿐인 삶을 과시의 용도로 소모한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남의 눈은 마치 종교처럼 작동합니다. 남의 눈을 신의 존재처럼 느끼며 남의 눈을 충족시키고 남의 눈을 계명처럼 준수하려 합니다. ‘체면교(體面敎)’라는 종교에 대한 신봉이라고 표현하면 과장일까요? 스스로 만든 남의 눈이라는 감시체계로 자신을 밀어 넣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쯤에서 전형적인 결론으로 “남의 눈을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자”고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남의 눈’은 타인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며 자아를 확장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유아적인 자기중심성을 벗어나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성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강점과 약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기 인식은 자신으로부터 타인의 시선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인간만이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불안을 느끼는 남의 눈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눈, 한발 떨어져 감정을 이해하고 생각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타인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남의 눈으로 바라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공감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집착하는 ‘남의 눈’에는 타인과의 관계가 배제돼 있습니다. 그토록 신경 쓰는 남의 눈은 평가 대상으로서 느끼는 자기중심적 남의 눈일 뿐 주체적으로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과 다른 관점, 다른 가치관으로 자아를 확대시키는 남의 눈이 아닌 것입니다.
 
남의 눈을 그토록 신경 쓰면서 정작 타인의 관점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관계는 타인의 시선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정말 ‘남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남부끄러울 필요 없는 일에 부끄러워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그 기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푸코가 말한 판옵티콘(Panopticon)의 일방향적 규율 감시. 보이지 않는 감시 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감시되는 불안을 느끼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감시당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바라볼 것인가, 우리의 선택입니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참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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