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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국방부 좀 옮겨 주시면 안 될까요?

승효상 건축가·이로재 대표

승효상 건축가·이로재 대표

글에 앞서 밝히자면, 나는 현재 네덜란드의 조경가인 아드리안 훠즈와 팀을 이뤄 용산공원을 설계하고 있는 건축가다. 2012년 국제현상공모가 공고되었을 때 세계적 명성을 지닌 그의 요청을 받고 바로 로테르담으로 날아가 이 땅의 궂은 사연을 설명하며 이 일을 시작했다.
 
용산기지는 대형 물류를 수상교통에 의지하던 옛 시절, 한강진 나루에서 도성에 들어가기 직전의 요충지였다. 이 나라를 넘보는 외국 군대에는 병참기지로서 최적 입지인 탓에 고려 말에 이미 몽고군이 주둔했고, 임진왜란 때의 왜군, 임오군란의 청나라군, 갑신정변 후 일본의 조선군본부가 연이어 강점한 후 미군이 이어받아 오늘날에 이른다. 도성 외곽이던 곳이 지금은 서울의 중심부가 되었지만 지도상에는 늘 공백으로 표기돼 왔으니 마치 가슴속 이물질처럼 우리를 늘 불편하게 하던 곳이며, 필시 온갖 상처로 거칠게 되었을 땅이다. 이 아픈 역사를 장시간 설명한 나는 치유와 회복이 이 프로젝트의 주제여야 한다고 했다. 아드리안의 적극적인 동의와 함께 결국 ‘미래를 향한 치유의 공원’이라는 제목으로 응모한 우리 안이 당선된다.
 
세 가지 회복이 중요한 과제였다. 첫째는 생태의 회복. 용산공원은 여의도보다 조금 작지만 남산공원과 바로 이어져 있어 서울의 허파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인데,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한반도 생태축이 복원된다는 것이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백두대간에서 분기된 한북정맥이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으로 이어지며 서울의 지맥을 형성하는데 이를 용산과 잇고 한강과 이으면 한강에서 백두를 잇는 셈이 된다. 특히 종묘와 남산을 보행으로 연결하는 세운상가 데크 전체가 완성되면 한강에서 서울의 중심을 관통해 북악산에 이르는 장장 20㎞ 길이의 보행로가 탄생된다.
 
둘째는 역사의 복원인데, 이 땅에는 우리가 기록할 수 없었던 다른 역사가 수백 년간 만들어져 왔고 그 결과 무려 1000동이 넘는 건물들이 난립해 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근대건축과 함께 더러는 보잘것없는 것도 있지만 이들 모두가 시대의 특별한 삶을 기록한 건축이다. 공원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 사라지는 건물도 그 흔적을 남겨 현대의 유적으로 삼는 게 이 땅을 우리의 역사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는 유효한 방법이라 여겼다.
 
셋째는 도시성의 회복이다. 오랫동안 담장과 초소로 막혀 도시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 이 땅은 도시의 섬이며 암초였다. 담장을 허물어 도로를 잇고 주변 공간을 적극 접속시켜 우리의 일상공간이 되게 하는 일은 이 과업의 가장 중요한 실질적 목표가 된다.
 
설계팀은 이 원칙에 충실하면서 설계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여러 정부부처가 이곳을 탐해 많은 시설을 계획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설계에 반영한 적이 없었다. 필요하다면 기존 건물을 고쳐 쓰면 되는 노릇이며 새 건물은 삼가야 했다. 설계 과정에서 줄곧 폐쇄적이었던 국토부가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자세로 전환해 보다 많은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진작 그래야 했다.
 
그럼에도 지금 설계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지상의 기존 시설은 거의 파악되었지만 지하는 보안을 이유로 도무지 접근할 수 없었다. 아마도 엄청난 지하시설물이 전 지역에 걸쳐 있으리라 짐작한다. 또한 토양오염도 전혀 조사할 수 없었다. 이는 미군 이전이 완료돼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니 지금의 설계는 반쪽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미군시설로 남기로 된 드래곤호텔이다. 이 건물은 설계공모 당시에는 독립된 영역으로 주어져서 언젠가는 공원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설계를 시작하자 인근 헬기장의 접근로를 위해 큰 면적을 할애해 가는 바람에 공원 가운데 부분이 기형적으로 협소해지고 말았다. 접근로가 불가피하다고 해도 그 면적이 과도해 몇 번을 어필했지만 소파협정만 들먹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보다 근본적 문제는 국방부의 존재다. 용산공원 서측면을 접하는 국방부는 땅 크기도 대단하지만 철통보안의 폐쇄영역이어서 공원을 도시와 연결시키는 데 치명적 장애일 수밖에 없다. 국방부가 꼭 이곳에 있어야 할까? 다른 나라 수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국방부가 도시 한가운데 있는 곳이 없으니 이는 도시의 안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아서일 게다. 군사독재 시절도 한참을 지났는데 이제는 이 무시무시한 시설을 도시 외곽으로 이전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수백 년 만에 찾게 된 땅인데, 국방부가 아니라 국민 행복이 서울의 중심에 자리 잡는 게 민주시대의 바른 풍경 아닌가. 국방부를 좀 옮겨 주시면 안 될까?
 
승효상 건축가·이로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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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