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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정치세력 부당한 영향력, 사법부 독립 무너뜨려”

임기를 마친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대법원 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정치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임기를 마친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대법원 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정치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양승태(69) 대법원장이 22일 퇴임식을 끝으로 6년의 임기를 마무리했다. 법관으로서 42년 만에 법복을 벗었다. 공식 임기는 24일 자정까지이지만 일요일이어서 퇴임식을 이틀 앞당겼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부가 큰 위기에 당면해 있다”며 우려 섞인 퇴임사를 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상충하는 가치관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격화돼 거의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치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사법부에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기만 하면 극언을 마다치 않는 도를 넘은 비난이 다반사로 있고, 폭력에 가까운 집단적인 공격조차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불거졌던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 대한 정치권의 불복 움직임과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검찰의 비난 등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 이후 계속되는 법관들의 반발에 대한 걱정도 마지막 연설에 담겨 있었다.
 
양 대법원장은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법관 독립의 원칙은 법관을 위한 제도가 아니고, 법관에게 특혜나 특권을 주는 것도 아니다”며 “법관 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제도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에게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할 헌법적인 의무와 책임이 있을 따름이다”고 강조했다.
 
퇴임식에 참석한 법원 관계자들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떠나는 대법원장의 연설을 들었다. 전날 김명수(58)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사법부 수장이 탄생했고 우려했던 수장 공백 사태는 발생하지 않게 됐다.
 
퇴임식에 참석한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공백 없이 임기가 이어지게 돼 떠나는 분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 마음의 부담을 덜게 됐다”며 “법원 내 갈등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만큼 새 대법원장께서 당분간 안정에 중심을 두고 사법부를 운영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2011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법원장 임기를 마친 고위 법관이 다시 재판부로 돌아와 정년을 마칠 때까지 재판하게 하는 평생법관제 도입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활성화, 주요 사건의 공개변론 생중계 등 국민을 중심에 두는 사법서비스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등 임기 말에 법원의 내홍을 겪었다. 양 대법원장 후임인 김명수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25일 임기를 시작한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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