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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구글, HTC 인수 … “모토로라 접은 뒤 제조업 약점 보강 절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생기를 불어넣을 놀라운 이용자 경험을 만들어 내겠다.”
 
2012년 당시 구글을 이끌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모토로라 모빌리티 깜짝 인수를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 역사상 최고액이었던 125억 달러를 투입한 당시 딜에 전 세계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은 크게 긴장했다. 그로부터 2년 뒤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레노버에 특허만 남기고 29억 달러에 매각했다.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의 초라한 제조업 퇴장이었다.
 
하드웨어에서 손을 떼는가 싶었던 구글이 21일(현지시간) 대만의 스마트폰업체 HTC의 ‘픽셀’ 제조개발사업 부문을 전격 인수했다. 픽셀은 구글의 스마트폰(픽셀폰) 생산을 맡아 온 조직이었다. 구글은 인수금액 11억 달러(1조2500억원)를 낸 대가로 픽셀폰 개발자 2000여 명과 HTC가 보유한 스마트폰 관련 특허를 넘겨받았다.
 
구글은 왜 5년 전 뛰어들었다 실패한 제조업에 다시 팔을 걷어붙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5년 전과 크게 달라진 데서 원인을 찾는다. 김인성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는 “이미 포화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익을 나눠 먹기 위해 뛰어든 것은 아니다”며 “인류의 미래 삶을 크게 바꿀 ICT 기술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개발이 용이하다는 최근 트렌드가 HTC 인수에 나선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ICT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자율주행 같은 미래 소프트웨어 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드웨어 강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소프트웨어 분야로 끊임없이 영역을 확대해 왔다. 삼성전자가 AI ‘빅스비’를 개발하고 가상현실 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칼럼니스트는 “삼성과 반대로 구글은 주력 비즈니스인 소프트웨어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구글 내부에 디바이스 전문 조직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 부문을 갖춤으로써 구글은 전 세계 기업 중에 ICT 생태계 4요소인 ‘C·P·N·D
 
(콘텐트·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를 가장 완벽하게 갖춘 기업이 됐다. IT 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구글은 인류의 삶을 소리없이 장악한다는 점에서 ‘가장 무서운 기업’으로 꼽혔으나 디바이스가 취약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런 약점을 보강한 구글은 다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세계 최강 플랫폼인 검색엔진을 보유하고 있고 e메일과 일정·지도·쇼핑 같은 서비스를 통해 개개인의 정보를 매일 엄청난 분량으로 축적하고 있다. 박 대표는 “AI·VR·AR·자율주행 경쟁도 결국은 플랫폼과 콘텐트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어떤 형태의 서비스로 가공해 인류의 삶을 파고드느냐의 문제”라며 “제조 부문을 내부에 두면 디바이스에 적용하는 실험을 일일이 외부에 주문하지 않아도 돼 구글의 개발 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의 최근 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 85%를 장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애플·화웨이 등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AI와 AR 등을 탑재했다. 구글은 차세대 증강현실 플랫폼인 ‘프로젝트 탱고(Project Tango)’를 3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독자 하드웨어가 없다는 약점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향후 어떤 서비스를 내놓든 지금까지 유지해 온 ‘오픈 소스’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리눅스부터 안드로이드까지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쓸 수 있게 개방한 정책은 IT 역사에서 항상 승자가 됐다”며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이른바 ‘큰 내기 전략’을 취하는 구글은 새로운 서비스도 이런 기조 위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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