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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독서모임, 합창단, 검정고시 공부 … 폭행 소녀 유빈이 다시 꿈을 꾸다

소년범 회복센터 사법형 그룹홈 ‘둥지’ 가보니
‘사법형 그룹홈’인 둥지청소년회복센터에서 아빠로 불리는 임윤택 목사가 청소년들과 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사법형 그룹홈’인 둥지청소년회복센터에서 아빠로 불리는 임윤택 목사가 청소년들과 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 둥지청소년회복센터]

“당장 술·담배 못하고 밤늦게 친구들이랑 나가 못 노니까 힘들긴 해요. 하지만 여기선 다 같이 있어서 덜 심심해요. 수련회 같기도 하고….”
 
박유빈(16·가명)양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최근의 생활을 이야기했다. 이어 “퇴소하면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누구도 실망시키지 말아야죠”라고 덧붙였다. 순간 표정이 진지해졌다.
 
지난 13일 만난 그는 소년범이다. “욱해서 동급생을 때렸다”고 했다. 이후 소년보호재판에 넘겨져 소년법상 보호처분 1호(보호자 감호위탁)를 받았고, 부산가정법원의 신병인수위탁보호위원을 통해 부산시 금정구에 있는 청소년회복센터 ‘둥지’에 맡겨졌다.
 
그가 생활하는 청소년회복센터는 ‘사법형 그룹홈’이라고 불린다. 법에 따라 처벌하는 ‘사법(司法)’이 공동생활을 하는 ‘그룹홈’에서 이뤄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충격으로 소년법을 폐지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심이 더 높아진 곳이다. 소년범의 교정과 예방이라는 어려운 대안을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법형 그룹홈에는 박양처럼 보호자 감호위탁을 받은 19세 미만 소년범 중 일부가 6개월을 지낸다. 2010년 창원지법에 근무하던 천종호(현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판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법원 위탁을 받은 민간인이 운영하고 법원은 운영비를 지원한다.
 
둥지는 여성 청소년을 위한 사법형 그룹홈이다. 천 판사의 제안을 받고 2014년 4월부터 임윤택(49) 목사 부부가 시작했다. 둥지에는 8~10명의 16~17세 여성 청소년들이 거주한다. 이들은 임 목사 부부를 ‘아빠·엄마’라고 부른다. 임 목사는 “폭행·사기·절도와 성매매를 저지른 아이들이다. 대부분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학교에서는 비행청소년으로 낙인찍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양의 일과는 규칙적이었다. 매일 오전 8시쯤 하루를 시작해 오후 11시에 취침한다. 아이들 일부는 학교에 가고, 남은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독서모임을 준비하거나 대학생 멘토링을 받으며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부산 지역 청소년회복센터 아이들과 청소년 합창단 활동을 한다. 임 목사의 허락을 받으면 미용실 등으로 외출할 수도 있다. 휴대전화는 주말에만 사용할 수 있다. 때때로 ‘가출’사고도 발생하지만 보호처분이 길어지는 등 더 엄한 처벌을 받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 일이다. 6개월을 채우고 다음달 퇴소하는 임모(16)양은 “밤에 안 돌아다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자꾸 살이 찌지만 혹시 모를 나쁜 짓에 휩쓸릴 유혹은 막을 수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가정에서 받지 못한 관심을 받고, 손을 놨던 공부를 다시 하면서 소년범들은 새로운 기회를 꿈꾼다. 천 판사가 2010년 경남 창원에 처음 설치한 사법형 그룹홈의 재범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실험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2년 11.65%였던 재범률은 2013년 9.57%, 2015년 8.51%로 줄어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부산가정법원 관내 청소년회복센터를 기준으로 한 추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회복센터를 만기 퇴소한 보호소년의 재비행률은 24.1%로 전체 보호소년의 처분 후 1년 이내의 재비행률(44.1%)이나 결손가정 보호소년의 비행률(53.9%)보다 낮았다.
 
그러나 국가의 지원은 열악한 상황이다.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에 따라 신설된 복지시설인 사법형 그룹홈(청소년회복센터)의 재원은 법원에서 교육비 명목으로 나오는 청소년 1인당 월 50만원이 전부다. 임 목사는 “아이들 8명을 데리고 있으면 법원에서 400만원이 나온다. 주거비·식비 등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 후원금과 자비로 운영을 이어 간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소년보호재판 국선 보조인을 하며 받는 수임료도 모두 아이들에게 쓰고 있다고 했다. 부담을 감수하면서 시설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임 목사는 미소를 지으며 답변했다.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영원히 벌만 받을 수 없죠. 다시 함께 살아야 합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소외돼 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을 품어 되돌리는 일을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 않겠어요?”
 
[S BOX] 그룹홈 청소년과 ‘만사’ 함께하는 천종호 판사
천종호(52·사진) 판사가 2010년 사법형 그룹홈을 처음 제안한 것은 과거 재판에서 만난 중학교 1학년 쌍둥이와의 인연 때문이다. 부모의 이혼과 우울증으로 가정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보호자감호위탁 처분을 내리고, ‘그룹홈’에 애들을 부탁했어요. 1년 동안 말썽 한 번 안 피웠습니다. 그런데 애들이 시설에서 나간 지 2주 뒤 빵을 훔쳐 파출소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그때 ‘사법형 그룹홈’을 제도화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천 판사는 부산에 있는 사법형 그룹홈 남자 청소년들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만사축구단’ 활동도 한다. ‘만사(모든 일)’를 아이들을 위해서 한다는 의미다. 20명 내외가 연습과 경기에 참여한다.
 
“청소년 비행은 주로 저녁시간에 일어나요. 범죄 유혹을 받는 시간에 법원 축구단과 경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규칙에 대해 배웁니다. 아이들이 안 나오는 날은 괜히 불안해요. 다음 연습 때 ‘지난주는 아파서 못 나왔었다’고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소년범을 줄이려면 청소년들과 끊임없이 함께해야 한다고 믿는 그는 자신의 책 인세 6800만원을 사법형 그룹홈에 기부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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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