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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 "강남 사람, 새장에 갇힌 새처럼 보였는데"

맛대맛 다시보기 ㉒ 삼원가든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다시보기’ 22회는 소갈비(2014년 11월 12일 게재)다.  
 
삼원가든은 직원이 직접 고기를 굽고 잘라준다. 문을 연 당시엔 흔치 않은 서비스였는데 이처럼 차별화한 서비스와 품질 좋은 고기로 40년간 대표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삼원가든은 직원이 직접 고기를 굽고 잘라준다. 문을 연 당시엔 흔치 않은 서비스였는데 이처럼 차별화한 서비스와 품질 좋은 고기로 40년간 대표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가게 문 연 날 바로 다시 문을 닫았대요. 점심 때 손님이 왔는데 냉면은 다 불어 죽이 됐고 고기는 맛이 없었으니까요.”
삼원가든 창업자인 박수남(70) 회장의 아들이자 현재 삼원가든과 SG다인힐을 운영하는 박영식 사장(37)이 털어놓은 삼원가든의 시작은 의외였다. 40년 역사의 맛집이 장사 첫날 맛이 없어 문을 닫아야 했다니 말이다. 박 회장이 고용한 주방장이 경력을 속인 초보였기 때문이다. 초보 주방장은 점심 장사가 끝나자마자 도망갔고 할 수 없이 문을 닫았다. 
그때가 1976년이다. 삼원가든의 시작은 지금 본점이 있는 신사동이 아니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이었다. 당시 평범한 월급쟁이였던 박 회장은 우연히 택시를 타고 시흥동을 지나는 중에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앞으로 이 동네에 사람이 몰릴 것”이라고 얘기했단다.그렇게 시흥동을 다니며 가게 자리를 물색했고 장사가 잘 안돼 내놓은 ‘삼원정’이라는 고깃집을 인수했다. 그러나 야심 차게 시작한 장사 첫날, 잘못 뽑은 주방장 때문에 문을 닫게 된 거다. 이후 한 달여 동안 실력 있는 주방장을 구하고, 또 함께 레시피를 연구했다. 그렇게 한 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다행히 '고기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 장사가 잘됐다.박 회장은 그렇게 돈을 모아 79년 서울 강동구 길동에 ‘삼원회관’이라는 이름으로 더 큰 식당을 열었다. 당시 강남이 막 개발되기 시작할 때라 강남으로 눈을 돌리다 길동(※길동은 박 회장이 가게를 연 지 몇 달 만에 강남구에서 새로 신설된 강동구로 편입됐다)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3년간 장사하는 사이 박 회장은 양념 비율은 기본이고 고기 품질까지 꿰뚫는 내공을 쌓았다.
 
"비싼 집" 뉴스 비판 덕분에 대박 
1981년 신사동으로 식당을 확장 이전하며 목포와 연못 등 정원 느낌을 살려 인테리어를 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981년 신사동으로 식당을 확장 이전하며 목포와 연못 등 정원 느낌을 살려 인테리어를 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장사는 제법 잘됐지만 인근 상권이 더 발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81년 길동 식당은 친척에게 맡기고 지금 삼원가든 본관이 있는 신사동 자리에 삼원가든을 냈다.당시 가게 자리엔 밭밖에 없었다. 아무리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인근에 있다해도 주변 상권이 열악한 터라 지인들은 이곳에서 장사하겠다는 박 회장을 모두 말렸다. 게다가 기존에 200평(660㎡)에 불과했던 규모를 1000평(3300㎡)으로 키우겠다니 걱정을 할 만도 했다. 박 회장 친형은 “미쳤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가게 앞엔 도심 속 정원으로 꾸몄다. 가게 앞에 폭포와 연못을 만들었고 가게 이름도 '삼원가든'으로 바꿨다. 박 사장은 "가게 인근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한양아파트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보시기에 거기 사는 사람들이 새장 안에 갇혀 사는 새처럼 보였다"고 정원으로 꾸민 이유를 설명했다.  
1981년 오픈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본관. 김경록 기자

1981년 오픈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본관. 김경록 기자

밭밖에 없던 동네에 들어선 독특한 형태의 고깃집엔 첫날부터 사람이 밀려들었다. 게다가 문을 열고 몇 달 후 9시 뉴스 방송을 타면서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다. 뉴스는 맛집을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라 삼원가든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최고급을 지향하는 식당 컨셉트는 물론 이곳을 찾는 고객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화면은 내내 가게로 들어서는 고급 차와 이탈리아에서 수입했다는 대리석 테이블 상판을 연신 비췄다. 박회장은 이 뉴스에 엄청 화가 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날부터 가게 매출이 몇 배나 껑충 뛰었다.박 사장은 "당시 외식업종은 은행 대출 받기가 쉽지 않아 지인들에게 몇십만원, 몇백만원씩 되는대로 빌리고 사채까지 끌어와 어렵게 가게를 열었다"며 "돈 아끼려고 설계도 직접 했을 뿐 아니라 뉴스에서 비난했던 테이블 상판은 사실 지방에서 돌을 사와 직접 만든 거였다"고 했다.
 
40년째 같은 메뉴·레시피
뉴스 내용이 다 틀린 건 아니었다. 이때 지적한대로 삼원가든은 양에 비해 비싼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 고깃집과 다른 고급 식당 이미지를 만들려는 박 회장의 차별화 전략이다. 그리고 성공했다. 그러자 이듬해 한우리와 늘봄공원이 차례로 문을 열며 가든 형태 고깃집이 유행했다. 다른 고깃집들이 여럿 문을 열었지만 삼원가든 인기는 이어졌다. 손님이 계속 늘자 86년 본관 바로 옆에 신관을 열었다. 94년엔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에 대치점을 열었다.
이렇게 규모가 큰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러나 다들 경기가 안 좋아 힘들었다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오히려 외국인 고객이 늘어 장사가 더 잘됐단다. 
비결은 전통이다. 우선 메뉴는 40년 동안 변한 게 없다. 간장·마늘 등 기본 양념에 배를 넣는 양념 레시피 역시 그대로다. 다만 고객의 달라진 입맛을 고려해 당분 함량을 절반 정도로 낮췄다.다만 길동으로 이전하며 고기에 칼집 넣는 법을 바꿨다.
삼원가든 갈비는 고기 앞뒷면에 각각 사선으로 칼집을 내 고기를 연하게 만든다.

삼원가든 갈비는 고기 앞뒷면에 각각 사선으로 칼집을 내 고기를 연하게 만든다.

이전까지는 가로로 일자 모양 칼집을 냈지만, 앞뒤면에 사선으로 칼집을 내니 고기가 전혀 질기지 않았다. 고기 양끝을 잡아늘리면 고기 칼집 사이로 작은 다이아몬드 모양이 보이는데, 이 사이로 양념이 잘 배어 육질이 연해지는 것이다. 고객들이 "인사 좀 그만하라"고 말할 때까지 웃으며 인사하도록 직원들을 교육한다. 최고급을 지향하는 만큼 직원들의 서비스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유명 특급호텔에서 벤치마킹을 오기도 했다. 지금도 매일 1시간 30분씩 직원교육을 하고 있다. 맛과 서비스에 반한 단골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고(故) 앙드레김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와서 밥을 먹을 정도였고, 패리스 힐튼,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 아키노 필리핀 전 대통령, 후쿠다 전 일본 총리 등도 다녀갔다.
 
'100년 식당' 목표는 진행중 
삼원가든 창업주 박수남 회장과 아들 박영식(왼쪽) 부사장. 김경록 기자

삼원가든 창업주 박수남 회장과 아들 박영식(왼쪽) 부사장. 김경록 기자

2007년부터 가게는 어린 시절부터 삼원가든을 ‘내 것’이라고 찜했다는 박 사장이 맡았다. 그는 뉴욕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후 한국에 돌아와 2007년 SG다인힐이라는 외식기업을 세웠다. 삼원가든과 별도로 투뿔등심·붓처스컷·꼬또 등 외식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2017년에 7월엔 프리미엄 스테이크 전문점 '붓처리서울'과 '썬더버드'를 잇따라 열었다. 삼원가든이 전통을 지킨다면 SG다인힐은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를 꾀한다.
맛대맛에 소개한 후 3년이 지났다. "100년 가는 식당을 만들겠다"는 박 사장의 3년 전 바람대로  삼원가든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신사동을 지키고 있다. 아쉽게도 대치점은 가게가 있던 건물이 재개발돼 문을 닫았다. 하지만 본점을 비롯해 해외 지점은 여전히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달(9월)엔 자카르타에 2호점을 열었다. 
  
맛대맛 다시보기, 다른 1위집은
·대표 메뉴: 한우양념갈비(150g) 6만3000원, 한우생갈비(150g) 8만1000원, 삼원전통양념갈비(160g) 4만4000원, 불고기(200g) 3만9000원, 갈비탕 1만5000원·2만1000원(특)  ·개점:1976년(시흥·길동을 거쳐 81년 지금 신사동 자리에 오픈)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835(신사동 623-5) ·전화번호: 02-548-3030 ·좌석수: 1200석(룸 25개)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0시(연중무휴) ·주차:발레파킹(1000원)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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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