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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낮춰 쪼개 파는 영광굴비

김영란법 1년, 특산물 거리 가 보니
3·5·10(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으로 상징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일부 농어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김영란법 이후 첫 추석 대목이 곧 다가온다. ‘김영란법 혹한기’ 1년을 보낸 농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8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굴비거리. 가게마다 참조기를 말린 굴비가 진열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굴비거리. 가게마다 참조기를 말린 굴비가 진열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오후 전남 영광군 법성면 굴비거리. ‘○○수산’이라고 적힌 굴비가게 안에는 50대 남성이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는 “예전엔 공무원들이 주 고객이었는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이후론 굴비를 거의 안 사 간다”며 “선물을 받는 사람이 없는데 선물을 살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2대째 ‘미가굴비’를 운영해 온 이경섭(54)씨는 “참조기 물량이 적어 2년 만에 단가가 50% 오른 데다 김영란법 때문에 소비가 위축돼 매출이 30% 줄었다”고 했다. 영광군에 따르면 올해 1월 설 대목 굴비 판매액은 지난해 1200억원에서 780억원으로 35%나 떨어졌다. 2011년 5만9000t에 달했던 국내 참조기 어획량도 해마다 줄어 지난해 1만9000t으로 떨어졌다.
 
“물건이 맘에 안 들면 100% 환불돼요.”
 
주문 전화를 받는 ‘남양굴비’ 대표 이광용(46)씨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그는 “굴비거리에선 뜨내기손님이 거의 없고 오랫동안 품질을 믿고 거래하는 단골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성기 때는 명절 하루 매출이 3000만원이나 돼 계수기로 돈을 셌다”며 “설·추석 장사로 1년을 먹고 사는데 요즘은 명절에도 하루 매출이 200만~3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규모가 크고 장사가 잘되는 집은 매출이 20~30% 떨어졌지만, 나머지 소규모 영세 업체는 50% 이상 줄었다”며 “요즘은 관광객들이 굴비거리에 와도 굴비 백반만 먹고 굴비는 안 사 간다”고 말했다.
 
‘이가네 경성굴비’ 가게 주인 이경률(37)씨는 “10마리 한 묶음에 7만 원짜리를 김영란법에 안 걸리게 반으로 쪼개 3만5000원에 팔고 있다”며 “매출은 줄고 일은 두 배로 늘었다”고 했다. 그는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원래 있던 직원 2명을 내보내고 식구 4명이 가게를 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굴비업계에 따르면 요즘은 ‘보리굴비’라 불리는 부세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참조기보다 물량이 많고 값은 싸서다. 부세는 참조기와 같은 민어과의 바닷물고기로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크기는 부세가 참조기보다 크다. 부세를 말리는 과정은 굴비와 똑같다고 한다.
 
영광군에 따르면 한때 500개가 넘던 굴비가게는 2015년 496개에서 지난해 466개로 줄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개가 준 465개로 조사됐다. 강철 영광굴비특품사업단장은 “아직까진 그간 번 돈으로 버티고 있지만 김영란법이 장기간 유지되면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군은 올해 115억원을 확보해 2021년까지 참조기·부세 양식을 늘리는 등 ‘굴비산업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영광=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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