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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스파이 방불케 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막말에 물건너 간 대화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직후부터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 때론 스파이 작전을 방불케하듯 경호원들 사이로 몸을 숨겼고, 때론 적당하게 할 말만 하고 뒤로 빠졌다.
 
우선 뉴욕 존에프케네디(JFK)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입국장이 아닌 출국장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왔다. 상당한 준비를 한 흔적이 엿보였다. 입국장 쪽에서 다수의 기자들이 이날 고용된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출국장으로 유유히 나온 것이다. 출국장에서 기다리던 소수의 기자들과 잠시 마주쳤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북한을 완전파괴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조연설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들은척만척 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이용호(왼쪽) 북한 외무상이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의 안내를 받으며 숙소를 나오고 있다. 뉴욕=안정규 JTBC 기자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이용호(왼쪽) 북한 외무상이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의 안내를 받으며 숙소를 나오고 있다. 뉴욕=안정규 JTBC 기자

 
그러나 바로 다음 동선인 유엔본부 근처의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는 작심한 듯 트럼프 대통령을 ‘개’에 비유하며 준비한 발언을 토해냈다. “개가 짖어도 행렬은 계속된다”,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하려 했다면 그건 개꿈에 불과하다”, “개 밑에서 일하는 보좌관들이 불쌍하다”는 발언이 이렇게 나왔다.
 
유엔 외교가에서 이 외무상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비교적 점잖은 외교관이라고 평가한다. 달변이라기 보다는 과묵한 편이다. 지난해 유엔총회에 참석했을 때에도 미디어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아 배포가 작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처럼 과격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파괴’를 거론한 시점은 이 외무상이 19일 평양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다. 북한의 절대 지존이 유엔 총회에 모인 각국 지도자들 앞에서 ‘로켓맨’이라는 이름으로 놀림을 받은 만큼 이 외무상에겐 평양으로부터 "강하게 대처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22일 이 외무상의 기조연설은 전례없이 강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유엔총회장에 맞게끔 단어의 선택만 유해지고, 나머지 메시지는 ‘개짖는 소리’ 이상으로 과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외무상이 이날 발언을 위해 일본 언론을 선택한 점도 곱씹어볼 부분이다. 한국이나 미국 기자단이 섞여있는 공항이나 북한대표부 앞에서는 한마디 안하다가 일본 기자단이 주로 포진한 호텔 앞에서 말문을 터뜨렸다. 일본 언론을 통해 미국으로 전해지길 기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외무상은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나와 북한대표부로 이동할 때에도 약간의 트릭을 사용했다. 호텔 앞에 주차된 차량에 탑승하는척 하다가 갑자기 발길을 돌리더니 북한대표부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일본 언론들이 뒤따르기 위해 준비해둔 차량에 탑승한 뒤여서 여유있게 따돌리고 5분 동안 걸어서 북한대표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파괴', 이 외무상의 ‘개 짖는 소리’ 발언 등으로 북미 뉴욕채널의 재가동은 물건너 갔다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양측의 막말 공방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대화테이블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유엔 외교가에 번져가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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