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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중국의 세로 국가지도

정용환정치부 차장

정용환정치부 차장

중국의 영토는 동서가 길다. 서쪽 파미르 고원에서 동쪽 우수리강까지 직선거리로 5500㎞에 달한다. 중국의 지도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 가로 직사각형으로 제작됐다. 직사각형이기 때문에 남중국해는 귀퉁이에 박스를 만들어 별도 처리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 주석은 부강하고 위대한 중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를 ‘중국몽(中國夢)’이라는 단어에 응축했다. 아편전쟁부터 100년은 정신 없고 창피했던 과거로 규정하고 중국공산당이 권력을 잡은 1949년부터 100년은 부국강병을 재현하는 게 중국의 꿈이라는 것이다. 2014년부터 배포된 지도에는 이런 국가 발전 전략이 녹아 있다. 귀퉁이 박스에 갇혀 있던 남중국해는 세로 직사각형 지도 속으로 들어왔다. 이 지도를 보면 중국 대륙 못지않게 남중국해가 중국의 세력권이라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중국몽의 바탕엔 최소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을 인정받겠다는 욕망이 깔려 있다. 북한의 포격 엄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괌 기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패권을 뒷받치는 해·공군력의 거점이다. 따라서 미군과 전략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인민해방군의 역내 최우선 전략 타격 목표는 괌 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유사시 인민해방군 전략 미사일의 발사 후 위치를 잡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란 게 중국 측 주장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는 북핵·미사일 방어용으로 북핵이 제거되면 철수한다고 조건을 달았는데도 요지부동이다. 뒤집어 보면 북핵에 대한 중국의 속내가 엿보인다. 사드 철수는 중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문제인 반면 북핵 해결은 요원하다고 보기 때문에 사드와 북핵을 패키지로 묶는 우리의 해법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닐까. 다음달 19차 당대회에서 내부 권력의 향배가 정리되면 시진핑 중국 주석도 사드든 북핵이든 좀 더 집중할 여지가 생긴다. 이때가 교착에 빠진 한·중 관계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중국 업무에 잔뼈가 굵은 한 외교관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판이 바뀌면서 북·미 관계에 변수가 많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정책결정은 관성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국 외교의 딜레마일 것”이라며 “이런 미묘한 틈새를 포착하고 순발력 있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외교안보와 경제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정책실에 중국 전문인력이 없는 황량한 현실이다. 외교부 동북아국에서 4급 행정관 한 명이 파견된 실정이다. 중국의 대북 셈법의 판이 꿈틀대는 이런 호기에 상대의 의도를 꿰뚫어 보며 허둥대지 않으려면 전문적인 실무 진용을 전진배치하는 게 기본이고 출발점이다.
 
정용환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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