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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탄광의 카나리아, 김동연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왜 김동연을 첫 경제부총리로 낙점했을까. 그는 지난 정부 사람이다. 정권 창출에 특별히 기여한 것도 없다. 시장경제를 존중하며 재정은 건전해야 한다고 믿는 정통 예산통이다. 우선 나눠주고 보자는 ‘산타 대통령’과는 잘 맞지 않는다. 그 바람에 일각에선 ‘얼굴 마담용’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좌편향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용도라는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김동연 패싱’ 논란에 휩싸인 것도 어찌 보면 예고된 수순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지난 7월 내년 예산 지출 삭감 과정에서 (김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질타를 당하기도 했다”고 뒤늦게 전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보고한 첫해 9조원 삭감안을 대통령이 “너무 적어 구조조정 의지가 없다”며 퇴짜를 놨으며,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격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펄쩍 뛴다. 되레 김 부총리가 누구보다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흘러나온다는 것부터 김동연 패싱이 사실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김동연은 성공한 부총리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참고할 만할 전례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두 사람은 기질·성격·철학까지 많이 다르다. 그러나 처지는 묘하게 닮은꼴이다. 우선 직전 정부 장관으로서 새 정부의 경제 사령탑이 됐다. 둘 다 정권에 지분이 없다. 국정 철학과 다른 경제관을 가졌다. 게다가 시어머니가 많다. 청와대에만 정책실장, 경제수석, 경제보좌관이 있다. 여당도 깊숙이 간여한다. 이헌재는 당시 “상대해야 할 경제 수석이 몇 명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김동연은 얼마 전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고 대통령에게 하소연했다.
 
결과는 어땠나. 청와대를 장악한 386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헌재는 391일 만에 물러났다. 공과는 엇갈린다. 탄핵 정국의 위기를 돌파해 경제 회복을 이끈 건 공이다. 여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는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정우·김수현의 ‘부유세’ 주장을 누그러뜨리고 종합부동산세를 연착륙시킨 것도 이헌재의 힘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두고두고 “이헌재의 반대로 종부세가 원안보다 후퇴했다”고 말해 왔다. 반면 청와대나 국회·부처 간 정책 조율엔 미흡했다.
 
김동연은 최근 조심스럽지만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업무보고 때는 “내각에 믿고 맡겨 달라”고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대통령이 흔쾌히 힘을 실어줬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때부터 그는 달라졌다.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현재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최저임금 속도와 폭을 신축적으로 하겠다” “고용 안정, 노동 유연성을 같이 확보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친(親)노동 정책만 쏟아내고 있는 새 정부 정책 기조와는 결이 다른 얘기다. 이런 그의 목소리가 언제, 어디까지 통할까. 과연 통하기는 할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쪽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 김동연을 ‘탄광의 카나리아’로 부르려 한다. 카나리아는 탄광 가스 폭발의 위험을 온몸으로 경고한다. 이 정부의 좌파 본색이 드러나면 카나리아는 가장 먼저 질식사할 것이다. 카나리아가 질식하면 곧 탄광도 무너질 것이다. “실세 장관·참모에게 기죽지 말고 정책을 이끌어 달라. 끝까지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 달라.” 김동연의 경제부총리 청문회 때 기재부 선배인 김광림 의원이 울먹이면서 이렇게 말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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