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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직원, 장모 명의 계좌 만들어 735억 주식 거래

채용 비리와 차명 주식투자, 방만한 운영, 봐주기식 제재까지. ‘금융 검찰’ 금융감독원의 치부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금융감독원 기관 운영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6월 1일 서울 여의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압수 수색했다. 사진은 금융위원회가 있는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6월 1일 서울 여의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압수 수색했다. 사진은 금융위원회가 있는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금감원은 최근 현직 부원장이 변호사 채용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채용 부정이 이 외에도 여러 건 드러났다. 
 
2015년 9~12월 진행된 5급 신입직원 공채가 대표적이다. 금감원 A국장은필기전형이 끝난 이후인 2015년 11월 지인으로부터 “경제학 분야 지원자 B가 필기전형에 합격하겠느냐”는 문의를 받고 실무자에게 메신저로 “B(주민번호 기재) 필기시험이 합격 가능한 수준인가요?”라고 물었다. 
 
실무자는 “필기시험에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당시 경제학 분야는 최종 11명을 뽑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필기전형에서 22명을 합격시켜야 하는데 지원자 B는 23위였다.  
 
그러자 A국장은 이미 결재가 난 전형계획을 바꿔 경제학분야 최종합격자 수를 11명에서 12명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B씨는 필기전형에 합격했다. A국장은면접전형에선 지원자 B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B는 합산 성적 9위로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A국장은 감사 과정에서 B씨 합격과 관련해 “아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면서도 누군지는 정확히 기억 못 한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A국장을면직 처분하도록 금융감독원장에게 요구했다.
 
지난해 3월 실시한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과정도 엉망이었다. 이를 담당한 C국장은 전직 금감원 직원인 지원자 D가 인성검사에서 부적격 등급인 C를 받자 “D는 금감원에서 근무하면서 인성이 검증됐으니 C등급이라고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며 합격시켰다.
 
 또 C국장은 평판조회 등으로 탈락한 사람을 대신할 합격자를 선정하면서 예비합격자였던 E씨(만 44세)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합격자 명단에도 없던 F씨를 합격시키도록 했다. 감사원은 C국장이 올해 초 부원장보로 승진해 징계할 규정이 없기 때문에 비위내용을 통보하는데 그쳤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감사원은 A국장 등 4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이를 묵인한 수석부원장 등 3명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에게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조직과 인력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1999년 4개 감독기관(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이 통합해 금감원을 설립했을 때 1263명이던 금감원 정원은 1970명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정원과 별도로 민원처리 전문인력, 전문사무원 등 255명을 추가로 운용하고 있다.  
 
전 직원 중 팀장급 이상(1~3급) 직원은 871명으로 전체의 45.2%를 차지했다. 이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 직위 수를 늘리다보니 직위 보직자 수가 397명으로 전 직원의 20.6%에 달했다. 팀장 포함 팀원이 4명 이하인 팀이 148개에 달했다.  
 
하는 일 없는 국외사무소 운영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에 대해 검사와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인데도 국외사무소를 8개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실적을 분석한 결과 인터넷 등으로 국내에서 수집 가능한 정보가 대부분(98.2%)을 차지한다는 게 감사원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지난 1월 홍콩 등 4개국 주재원(1명)을 사무소(2명 이상)로 바꾸고 싱가포르 주재원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러한 금감원과 달리 미국 통화감독청이나 홍콩 금융관리국은 국외사무소를 1곳만 운영한다. 일본 금융청과 독일 금융감독청은 아예 국외사무소가 없다.
 
감사원은 최근 5년간 기업 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 금감원 임직원 161명 중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동의한 138명을 대상으로 2012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금융상품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들 가운데 36%에 이르는 50명이 자본시장법 제63조 등 금융상품 보유·매매와 관련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타인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주식 투자를 하거나 비상장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신입직원 채용설명회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신입직원 채용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금감원은 신입직원 57명을 공개 채용한다. 서류전형이 폐지되는 대신 객관식 필기시험이 도입되며, 지난해 면접전형에서만 적용했던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입사지원부터 최종면접까지 전 과정으로 확대 실시된다. 2017.9.6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금융감독원 신입직원 채용설명회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신입직원 채용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금감원은 신입직원 57명을 공개 채용한다. 서류전형이 폐지되는 대신 객관식 필기시험이 도입되며, 지난해 면접전형에서만 적용했던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입사지원부터 최종면접까지 전 과정으로 확대 실시된다. 2017.9.6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금감원 B직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해 장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2013년 2월 15일부터 2016년 12월 28일까지 주식 등을 매매했다. 그가 매매한 금액은 734억9700만원어치로, 매매 횟수는 7244회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은 수입 예산의 대부분을 금융회사가 내는 감독분담금으로 채운다. 감사원은 이 감독분담금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올해 감독분담금은 전년보다 17.3% 늘어난 2921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간 평균 13.6%씩 증가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이유로 감독관청인 금융위원회의 통제가 느슨하고 기재부와 국회 등 재정통제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감사원이 지적한 제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강도 높은 내부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민간 출신의 최흥식 원장이 취임한 뒤 내부 개혁을 위한 혁신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다. 
 
채용 과정에서는 중앙정부부처 수준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전면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고 서류전형 폐지, 외부 면접위원 참여 등의 방법으로 채용 전 과정을 개편한다. 조직과 인력 운용도 재정비하기로 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취임식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7.9.11   toadboy@yna.co.kr/2017-09-11 10:33:28/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취임식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7.9.11  toadboy@yna.co.kr/2017-09-11 10:33:28/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금융시장 변화에 맞게 기능이 줄어든 부서는 인력을 감축하고 가상화폐, P2P, 회계감리 등 감독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로 인력을 재배치한다. 임직원의 주식매매와 주식거래 금지 대상 직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내부 규율을 강화키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의 한 인사는 “그간 금감원이 금융사들을 상대로 칼을 휘둘렀지만 정작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잘못엔 제대로 칼을 들지 못했다고 반성한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이제라도 A부터 Z까지 많은 부분을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곪은 대로 곪아온 문제들이 이제야 터졌다는 말이 나온다”며 “초유의 사태지만 지금에라도 이런 일들이 불거져서 금감원이 혁신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기회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헌(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정권들이 금융감독체계를 적당히 봉합하는 데 그치면서 금감원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해 왔다”며 “금융감독 체계를 정비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애란·정진우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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