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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고구려인 기린 ‘고마 신사’ 참배

아키히토 일왕 부부(왼쪽)가 20일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의 고마(高麗 ) 신사를 참배했다. [교도=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 부부(왼쪽)가 20일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의 고마(高麗 ) 신사를 참배했다. [교도=연합뉴스]

“고구려는 몇 년에 멸망했습니까.”
 
20일 오후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에 있는 고마(高麗)신사를 둘러보던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신사 관리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고마신사는 1300여년 전 고구려에서 넘어온 도래인의 시조인 약광(若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신사다.
 
아키히토 일왕은 약광의 후손인 고마 후미야스(高麗文康) 궁사(宮司)의 설명을 들으며 신사를 둘러본 뒤 참배를 마쳤다. 전시관에 있는 고마씨(氏)의 족보도 주의깊게 살펴봤다. 신사 인근 고마 가(家·집안)의 주택을 보면서 “여러가지가 잘 남아있군요”라며 관심을 드러냈다. 고마 궁사는 일왕에게 “저는 조선반도의 사람들이 이 지역에 세운 역사를 계속해서 전할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고마신사를 찾은 건 ‘사적(私的) 여행’의 일환이었다. 2013년 시작된 일왕 부부의 사적 여행은 이날이 8번째였고, 역대 일왕이 고마신사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그동안 자신을 “백제의 후손”이라 밝히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는 2001년 68번째 생일 기념 회견에서 “(헤이안 시대)간무 천황(781~806년 재위)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기록되어 있어서인지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무령왕의 아들인 성명왕(성왕)은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과의 교류는 이것만이 아니었다”며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후 3년만인 2004년 일왕의 당숙인 아사카노미야(朝香宮誠彦王)가 충남 공주시의 무령왕릉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2005년엔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을 참배했고, 2007년엔 도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씨를 소재로 한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지난해엔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전시중이던 한국 국보 78호인 금동반가사유상도 관람했다.
 
1989년 즉위 때부터 “(방한의) 기회가 있다면 친선관계 증진에 노력하겠다”고 말해왔지만, 내년 말 퇴위를 앞두고 있어 방한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서 이날 고마 신사 방문을 두고 “한국 측에 반성과 화해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보내고 싶었던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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