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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라둘리? 라틀리프 꿈 이루어지나

미국 출신 농구선수 라틀리프의 특별 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라틀리프는 “한국이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데 보탬이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미국 출신 농구선수 라틀리프의 특별 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라틀리프는 “한국이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데 보탬이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라튤립’ ‘나들잎’ ‘라둘리’ ‘나대한’ ‘이갈도’….
 
요즘 농구팬들은 이름 짓기 놀이에 푹 빠졌다. 너도나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리카르도 라틀리프(28·서울 삼성)의 한국 이름을 지어 올리고 있다. 프로농구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라틀리프의 특별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다. 한 팬은 “리카르도가 스페인어로 ‘강력하고 위대한 리더’란 뜻”이라며 ‘라힘쎈’ ‘라튼튼’ ‘나대장’ ‘나강한’ 등 여러 개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농구협회와 KBL(프로농구연맹)은 지난 13일 남자 농구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틀리프 특별귀화 추진에 합의했다. 15일 대한체육회 심사를 통과했고, 법무부 최종심사만 남겨뒀다. 이를 통과하면 라틀리프는 한국인이 돼 오는 11월 월드컵 예선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다.
 
체육 분야 우수인재의 경우 2010년부터 특별귀화를 통한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해졌다. 라틀리프는 법무부가 정한 7가지 조건 중에서 ‘자기 분야 성과’ ‘국내외 수상경력’ ‘1인당 국민소득 대비 높은 연봉’ 등 3가지 이상을 충족한다. 그간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문태종(42·오리온), 문태영(39·삼성) 등 ‘하프 코리언’은 특별귀화한 사례가 많다. 라틀리프가 귀화할 경우 ‘하프 코리언’이 아닌 농구선수의 첫 사례다.
 
흥이 넘치는 대개의 외국인 선수와 달리 라틀리프는 진중하다. 라틀리프는 영어 인터뷰 도중 서툴지만 한국말로 “내 이름은 라틀리프입니다” “형님” “괜찮아” 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흥이 넘치는 대개의 외국인 선수와 달리 라틀리프는 진중하다. 라틀리프는 영어 인터뷰 도중 서툴지만 한국말로 “내 이름은 라틀리프입니다” “형님” “괜찮아” 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라틀리프는 2012년 미국 미주리대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전 소속팀 울산 모비스를 2012년부터 세 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5시즌을 뛰면서 경기당 17.9점, 9.9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두 차례 외국인선수상(2015, 17)을 받았다.
 
라틀리프는 올 초 “한국 여권을 갖고 싶다”는 말로 귀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특히 1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5년간 미국에 머문 건 해마다 두 달밖에 안 된다. 2015년 수원에서 태어난 딸 레아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 모비스에서 뛸 당시 일본을 꺾은 뒤 ‘한국을 위해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딸 레아는 라틀리프가 귀화를 결심한 중요한 이유다. 라틀리프는 "2015년 수원에서 태어난 레아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생각한다. 미국인을 보면 수줍어하면서도 한국인들 품에는 잘 안긴다. 레아가 한국 유치원을 다니고 한국어를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딸바보' 라틀리프의 SNS 아이디는 'rheas_superdad', 레아의 수퍼 아빠란 의미다. 라틀리프는 총기사고 안전지대인 한국에서 딸을 키우고 싶어한다. [사진 KBL]

딸 레아는 라틀리프가 귀화를 결심한 중요한 이유다. 라틀리프는 "2015년 수원에서 태어난 레아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생각한다. 미국인을 보면 수줍어하면서도 한국인들 품에는 잘 안긴다. 레아가 한국 유치원을 다니고 한국어를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딸바보' 라틀리프의 SNS 아이디는 'rheas_superdad', 레아의 수퍼 아빠란 의미다. 라틀리프는 총기사고 안전지대인 한국에서 딸을 키우고 싶어한다. [사진 KBL]

 
 
라틀리프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구단에서 월급 3만6300달러(4095만원)를 받는다. 7개월간 25만4100달러(2억8675만원)다. 나머지 기간(비시즌)에는 필리핀 등 다른 리그에서 뛰며 부수입을 챙긴다. 하지만 귀화할 경우 비시즌에는 대표팀 경기에 나서야 한다. 농구협회와 KBL은 라틀리프가 귀화할 경우 국가대표 수당 등을 통해 부수입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일각에서 “돈 때문에 귀화하는 게 아니냐”며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라틀리프는 “돈을 원했다면 대만 등 다른 나라 귀화 제의를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그저 한국이 좋고,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모비스에서 뛰던 2014년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해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라틀리프의 활약으로 일본대표팀에 승리하자 한국팬들이 그의 SNS에 '한·일전을 이겨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라틀리프는 "그 때 '내가 한국대표구나'라고 느꼈고, '한국을 위해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당시 우승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라틀리프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기억했다. [사진 KBL]

라틀리프는 모비스에서 뛰던 2014년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해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라틀리프의 활약으로 일본대표팀에 승리하자 한국팬들이 그의 SNS에 '한·일전을 이겨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라틀리프는 "그 때 '내가 한국대표구나'라고 느꼈고, '한국을 위해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당시 우승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라틀리프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기억했다. [사진 KBL]

 
한국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지난달 아시아컵에서 3위에 올랐다. 손대범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라틀리프가 대표팀에 가세할 경우 리바운드와 스크린 플레이로 오세근(KGC인삼공사·2m)과 김종규(LG·2m7㎝)를 도와줄 수 있다”며 “올림픽 출전권을 충분히 노려볼 전력이 된다”고 전망했다.
 
허재(52) 농구대표팀 감독도 “라틀리프가 골밑에서 버텨준다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며 “라틀리프를 활용하는 다양한 파생 공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키 1m99㎝로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육상선수 출신이라서 빠르고 탄력이 좋다.
 
 
스포츠에서 귀화선수들과 관련해 ‘메기 효과’를 얘기한다. 미꾸라지 수조에 메기를 한 마리 넣으면 미꾸라지들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량이 좋은 귀화선수로 인해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고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에선 일본·필리핀·카타르 등 이란과 중국을 뺀 대부분의 국가가 귀화 농구대표선수를 영입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캐나다 출신 골리 맷 달튼(31) 등 6명의 귀화선수를 영입한 뒤 사상 처음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에 승격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단 130여 명 중 10%가 넘는 15명이 귀화선수다.
 
물론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일각에는 “돈으로 성적을 사는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농구 선수는 “귀화선수로 인해 국내선수들이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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