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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년]①“한우 사육두수 줄여 가격 폭락 막아 버텼죠”

강원도 횡성의 한 축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암소들. 박진호 기자

강원도 횡성의 한 축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암소들. 박진호 기자

 
“처음엔 농가들 다 죽으니 한우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빼달라 했는데…. 그나마 한우 값이 내려가지 않아 최악의 상황은 면했죠.”
지난 15일 오후 1시쯤 강원도 횡성군의 한 축산농가. 200여 마리의 한우가 울타리 사이로 목을 내밀고 조사료를 먹고 있었다.
 
한쪽에선 농장 주인 A씨(50)가 다음 달 출하 예정인 한우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A씨는 “예전엔 명절이면 소가 한꺼번에 몰려 제때 출하를 못 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30개월가량 된 소 11마리를 모두 출하했다”고 말했다.
 
한우는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통상 30개월 전에 출하한다. 30개월이 넘어가면 등 지방이 증가해 부위의 분포도에 따라 ABC로 매겨지는 용량등급에서 가장 낮은 C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원도 횡성의 한 축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송아지들. 박진호 기자

강원도 횡성의 한 축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송아지들. 박진호 기자

 
횡성한우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로 인해 육질등급과 용량등급에 따라 최대 54만원의 장려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용량등급에서 C가 나오면 육질등급이 높아도 장려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A씨는 “김영란법이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지만, 명절 때 소고기 소비가 생길 수밖에 없듯이 일정량은 반드시 소비된다”며 “지금처럼 가격 하락만 막는다면 농가들도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지난해 9월 28일) 1년, 그리고 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추석을 앞두고 축산농가들이 경험한 지난 1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축산농들은 김영란법으로 모두 다 죽을지 모른다던 혹한기를 나름의 생존법을 발휘해 버텨냈다.
 
A씨의 말처럼 다른 농가들도 김영란법 시행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사육두수 감소로 인한 가격 유지를 꼽았다.
지난 15일 강원도 횡성의 한 마트에서 한 손님이 한우들 고르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5일 강원도 횡성의 한 마트에서 한 손님이 한우들 고르고 있다. 박진호 기자.

 
25년 간 횡성군 안흥면에서 농장을 운영해 온 B씨(63)는 “그나마 정부의 사육두수 감축 정책으로 적당한 가격이 유지되고 있어 힘들지만 버틸 수 있었다”며 “김영란법 이후 소비가 움츠러든 것은 맞다. 그래도 30개월 동안 들어간 사료비 등에 대해 합당한 가격에 소를 팔면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9월 한우의 1㎏당 평균가격은 1만7198원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가격이 1만8812원이었다. 2015년 9월에는 1만834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소폭 하락했다. 2011년 9월 ㎏당 평균가격(1만2898원)과 비교하면 현재 가격은 오히려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음달 출하를 앞두고 있는 횡성한우. 박진호 기자

다음달 출하를 앞두고 있는 횡성한우. 박진호 기자

 
실제 지난 6월 기준 전국에 한우를 키우는 농가는 8만3479가구로 사육두수는 265만 4883마리다. 2011년 가격이 한우 가격이 폭락했을 당시엔 16만5420가구가 290만4812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당시 구제역 여파 등으로 한우 가격이 30% 이상 하락하자 농가들은 30개월에 한우 출하를 포기하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2012년엔 사육두수가 298만3967마리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2년 한우 과잉생산 및 수입 쇠고기 증가로 한우 가격이 폭락하자 한우 암소 감축 장려금 지원 사업 및 폐업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2012~2013년에 추진된 암소 감축 규모는 10만 마리로 도축 시 마리당 30~50만원을 지원했다. 또 2014~2015년 추진된 폐업지원의 경우 2만 가구 감소를 목표로 마리당 80만원가량을 줬다.
 
계재철 강원도 농정국장은 “지난 몇년 간 한우 감축 정책이 추진돼 사육두수가 점차 줄면서 한우가 상당히 높은 가격이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수 횡성축산업협동조합 경제상무는 “그동안은 사육두수가 워낙에 많아 가격 폭락의 위험이 높았다”면서 “김영란법 이후 전체적인 소비량이 20%가량 줄었지만 사육두수 감축과 김영란법 도입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와 김영란법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횡성의 한우 식당. 박진호 기자

경기침체와 김영란법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횡성의 한우 식당. 박진호 기자

 
반면 한우 식당 및 판매장은 경기 침체와 김영란법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찾은 횡성군 우천면 한우 먹거리단지의 한 한우전문식당은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에 손님이 앉은 곳은 한 테이블이 전부였다. 바로 옆에 있는 한우 식당의 경우도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곳이지만 네개의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이맘때면 한우 세트 포장작업으로 바빠야 하지만 단지 내 대부분의 식당은 한가한 모습이었다. 10년째 한우 식당을 운영해 온 홍모(38)씨는 “추석 때마다 한우 선물세트 주문만 200~300개에 달했는데 오늘까지 들어온 주문은 3개의 불과하다”며 “명절을 앞두고 단골들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올해는 힘들 것 같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판매된 5개 브랜드의 한우 선물세트는 개수는 2만9121개로 지난해 3만7306개와 비교해 8000개가량 감소했다.
경기침체와 김영란법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횡성의 한우 식당. 박진호 기자

경기침체와 김영란법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횡성의 한우 식당. 박진호 기자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김영란법 이후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있었지만 현재는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면서 “암소 감축과 폐업지원 사업으로 인해 당분간은 사육마리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축산 시설을 갖추기 쉽지 않은데다 소를 키우는데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한우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횡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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