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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양식 도전 10년, 무모한 시도가 '국산' 참치 만들었다

경남 통영 욕지도 가두리양식장에서 키운 참치가 첫 출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정의섭 총주방장(왼쪽)이 욕지도 참치 가두리 양식장을 찾아 참치에게 먹이를 던져주고 있다. 최승식 기자

경남 통영 욕지도 가두리양식장에서 키운 참치가 첫 출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정의섭 총주방장(왼쪽)이 욕지도 참치 가두리 양식장을 찾아 참치에게 먹이를 던져주고 있다. 최승식 기자

우선 입맛부터 다시고 볼 일이다. 만약 경남 통영의 부속섬 욕지도 앞바다에서 오륜기 같은 원형 물체를 마주친다면 말이다. 오륜기의 정체는 진한 감칠맛을 자랑하는 인기 생선 ‘참치’가 살을 찌우고 있는 가두리 양식장이다. 오는 11월 이 양식장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참치 출어를 계획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욕지도 발 뉴스는 미식업계 최전선에 있는 특급호텔 셰프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식이기도 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셰프들이 당장 욕지도로 떠나는 식재료 TF(공식이름은 파라다이스 푸드 R&D 센터)를 꾸렸다. 고민할 것도 없이 TF의 욕지도 식재료 탐방 여행에 합류했다. 셰프와 기자가 뭉친 ‘참치 원정대’가 남녘 섬으로 참치를 몰러 떠난 것은 9월 셋째 주였다. 
욕지도 앞바다 원형 가두리 양식장. 남해 바다에 뜬 오륜기 같다. 최승식 기자

욕지도 앞바다 원형 가두리 양식장. 남해 바다에 뜬 오륜기 같다. 최승식 기자

욕지도 앞바다 원형 가두리 양식장. 남해 바다에 뜬 오륜기 같다. 최승식 기자

욕지도 앞바다 원형 가두리 양식장. 남해 바다에 뜬 오륜기 같다. 최승식 기자

볕은 따갑고, 남해는 쪽빛을 닮아 새파랬다. 섬이 올망졸망 떠 있는 경남 통영 바다를 바라보며 차로 달리다가 삼덕항에 도착해 욕지도행 배에 승선했다. 삼덕항에서 욕지도까지는 거리는 32㎞. 1시간만 항해하면 욕지도로 입도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는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정의섭(49) 총주방장과 이재진(46)·황준호(40) 주방장이 동행했다. 호텔의 식재료 TF 구성원이었다. 황 셰프는 “식재료 TF는 한 달에 두세 번 전국 식재료 탐방에 나서는데 올해만 벌써 1만㎞를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방을 박차고 나와 남해 외딴 섬으로 나서게 된 이유는 딱 하나. 욕지도 앞바다에서 자라고 있는 한국산 양식 참치의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통영 욕지도. 겨울에도 수심이 1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고등어, 참치 등 난류성 어종을 키우는 양식장이 많이 들어서 있다.

통영 욕지도. 겨울에도 수심이 1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고등어, 참치 등 난류성 어종을 키우는 양식장이 많이 들어서 있다.

수산업체 홍진수산이 욕지도에 가두리 양식장을 설치하고 제주 앞바다에서 잡힌 치어를 방류한 것은 2007년이었다. 세계에서 20여 개 국가에서밖에 성공한 적이 없는 참치 양식에 대한 민간 업체의 도전은 무모한 듯 비쳤다. 홍진수산은 뚝심 있게 밀고 온 끝에 햇수로 11년째인 올해 드디어 최초 출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욕지항에 하선해 욕지도 덕동해수욕장 쪽으로 움직였다. 참치 양식 과정을 지휘하고 있는 홍진수산 최찬섭(64) 소장이 마중을 나왔다. 최 소장은 반갑게 참치 원정대를 맞아줬지만 
참치가 영민해서 외부인을 금방 알아보고 예민하게 군다”
며 취재를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참치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병이 들기 쉽고, 폐사의 위험성도 있단다. 참치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이라 2002년 세계 최초로 참치 양식을 시작한 일본도 성공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드넓은 태평양을 제집 마냥 돌아다니고, 태어나서 죽기 직전까지 단 한 순간도 헤엄을 멈추지 않는 참치를 길들이는 게 보통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발소리를 크게 내지 말 것, 카메라 플래시를 켜지 말 것 등의 주의사항 지킬 것을 다짐하고 짐짓 긴장된 마음으로 10t급 블루핀호에 올랐다. 5분쯤 바다를 갈랐을까, 욕지도 해안절벽에서 굽어봤던 가두리 양식장에 닿았다. 원형 가두리 8개가 붙어있는 모양새였다. 가두리 하나에 400마리의 참치가 자라고 있다는데 어째 참치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욕지도 앞바다에서 난 고등어와 전갱이를 한 바가지씩 퍼서 던져주기 시작하자 드디어 1m는 남짓한 물고기가 튀어 올랐다. 참치였다.
수면으로 가까이 올라온 욕지도 참치. 최승식 기자

수면으로 가까이 올라온 욕지도 참치. 최승식 기자

수면으로 가까이 올라온 욕지도 참치. 최승식 기자

수면으로 가까이 올라온 욕지도 참치. 최승식 기자

식탁에 오르는 손바닥만한 물고기만 보다가 몸집이 두툼한 참치를 보니 바다에서 돌고래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먹이를 낚아챌 때마다 수면 밖으로 슬쩍 내미는 참치의 푸르스름한 등이 가을볕 아래 반짝거렸다.  
“보세요. 몸통을 가로지르는 하늘색 선이 있고, 머리에는 노란색 점선이 있죠? 참다랑어예요. 참치 중에서는 참다랑어를 최고로 쳐요.”
이재진 셰프는 양식장에 자라는 모든 참치가 참치의 왕으로 통하는 참다랑어(일본명 혼마구로)라고 일러줬다. 100㎏ 넘게 자란 참다랑어는 일본에서 수억 원 대에 거래되는 귀한 생선이다.
참다랑어(혼마구로) 뱃살을 손질하는 모습. 참다랑어 뱃살은 마블링이 낀 쇠고기처럼 햐얀 지방층이 비친다. 최승식 기자

참다랑어(혼마구로) 뱃살을 손질하는 모습. 참다랑어 뱃살은 마블링이 낀 쇠고기처럼 햐얀 지방층이 비친다. 최승식 기자

A급 참다랑어 뱃살을 얹은 초밥은 개당 몇 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일식 요리다. 최승식 기자

A급 참다랑어 뱃살을 얹은 초밥은 개당 몇 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일식 요리다. 최승식 기자

“눈다랑어·황다랑어 등 식용 참치는 20개에 달하지만, 지방 함유량이 20%대인 참다랑어의 부드러운 맛을 그 어떤 참치도 따라올 수 없다”고도 했다. 참고로 참치캔으로 만드는 참치는 성어가 1m 남짓인 작은 참치, 가다랑어(일본명 가쓰오)다. 우리가 참치인줄 알고 먹는 황새치·청새치는 지방이 적어 맛이 다랑어보다 떨어지는 아류다. 
참치 먹이를 담은 고무통이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최 소장은 “이 양식장에서 크고 있는 참치는 2016년 8월 새끼로 풀어놨던 것”이라 설명했다. 지난 겨울을 이미 한번 난 참치들이 가을 바람이 삽상해지자 겨울이 오고 있음을 직감하면서 여름보다 두 배, 세 배 먹이를 먹는단다. “1년 만에 3㎏ 대였던 치어는 20㎏대까지 살을 불렸는데, 오는 11월이면 5㎏ 정도 살이 더 붙어 배가 땅땅해진 참다랑어를 출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최 소장의 얼굴에 웃음이 비쳤다.
이 셰프는 “20년 동안 참치를 다뤄왔지만 한국산 참치는 부엌에서 본 적이 없다”며 국산 참치를 우리 식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현실을 일러줬다. 
우리나라는 225만t, 570만 달러 어치에 이르는 참치를 수출하는 참치 수출국이다. 그런데 참치가 없다니 무슨 말일까. 원양어선이 태평양 먼 바다에서 잡아 올린 게 절대다수로, 그나마도 전 세계 참치의 90%를 소비하는 일본에 거의 팔려간다. 정의섭 총주방장은 “욕지도산 양식 참치는 우리나라 바다에서 기른 진짜배기 한국 참치라는 스토리도 있고, 되도록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려는 최근의 미식 트렌드와도 잘 맞기에 모두의 관심을 모을 것”이라 기대했다. 따뜻한 남해바다에서 자란 욕지도산 참치뱃살이 우리 식탁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뷔페 레스토랑 온 더 플레이드. 최승식 기자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뷔페 레스토랑 온 더 플레이드. 최승식 기자

◇여행정보=욕지도 참치 출하 후 욕지도산 참치를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는 곳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busanparadisehotel.co.kr)이다. 뷔페 레스토랑 ‘온 더 플레이트’에서 생 참치 프로모션을 연다. 일정은 곧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온 더 플레이트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2017년 6월 재개장하며 제철 음식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주 식재료는 호텔 식재료 TF가 발굴한 전국의 농축수산물 농장에서 공수한다. 9월은 충북 제천 산 송이버섯요리와 충남 서산 산 꽃게로 담근 간장게장을 선보이고 있다. 9월 30일까지 고메 파라다이스 패키지를 판다. 숙박·2인 조식 뷔페·온천 스파 2회권·호텔 식음업장에서 쓸 수 있는 15만원 크레딧이 포함됐다. 23만원부터.
 
욕지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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