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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출석 역대 최대 될 듯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인 소환이 예상되는 데다, 증인을 무더기로 불러놓고 호통만 치는 ‘군기 잡기’ 국감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에서는 국감에 출석을 요청할 기업인 명단을 놓고 여야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올해 국감은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 달 12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다음 주에는 상임위별로 증인을 채택하고 통보해야 한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감 증인으로 선정된 기업인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7대 국회에서는 평균 51.8명, 18대에서는 76.5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렀다. 특히 19대에서 기업인 증인이 120명으로 확 불어나더니,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였던 지난해에도 119명이 기업인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전직 기업인이나 공기업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이 수는 더 늘어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따라 피감기관을 제외한 일반인 증인 가운데 기업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7대 28.4%에서 20대 45.6%까지 크게 올랐다. 재계에서 "만만한 게 기업인"이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6일 “올해 국감에서는 증인을 과도하게 채택하는 등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인 증인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의 ‘재벌 개혁’,  ‘공정시장 질서 확립’ 기조 속에 이뤄지는 국감인 까닭에 여야가 공수를 가리지 않고 기업인 몰아세우기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거래 관행, 통신비 인하 문제, 관세청의 면세점 점수조작 등의 현안이 주요 기업과 얽혀 있다. 특히 이번 국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키기에 좋은 무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관 담당 임직원들이 국회의원 보좌관과 접촉해 기업 대표의 증인 채택 여부를 사전에 조율하곤 했다”며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대관 업무 기능이 마비되면서 이젠 증인 채택을 막을 방법이 완전히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김철 SK케미칼 사장,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방준혁 넷마블 의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감 증인 대상 기업으로 삼성전자ㆍ금호아시아나ㆍ네이버 등 열 곳을 꼽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여야가 국감 계획서를 의결하기도 전에 국감 증인 요구 명단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최근에는 ‘2017년 정무위 국정감사 주요 증인요청 명단’이라는 문서가 유출되기도 했다. 주요 그룹 총수를 비롯해 총 46개 기업ㆍ금융회사 대표ㆍ회장ㆍ사장 57명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는 정무위 소속 모 의원실에서 만든 초안으로 밝혀졌지만, 올해 기업인들이 줄줄이 불려나올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재계의 분위기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ㆍ공공기관이 지난 1년간 일을 제대로 했는지 살펴보자는 게 국감의 본질”이라며 “민간 신분인 ‘기업인’이 아닌, 말그대로 ‘국정’이 대상이 되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무더기 증인 채택은 국회의 고질적 악습이다. 기업인을 불러 오랜 시간 대기시킨 뒤 고함치고 윽박지르며 망신을 주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늘어놓고, 짧은 답변을 듣는 패턴이 반복된다. 2015년 국감에선 한 외국계 기업 대표가 해외 출장 중 증인 채택 통보를 받고 급히 귀국해 국감장에 나갔지만 1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30초만 발언하고 돌아간 적도 있다. 기업인을 세워놓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지역 민원을 해결할 것을 주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정 이슈로 주목받는 기업인을 두고 여러 상임위가 증인 채택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선 국감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유무형 자원이 소비된다”며 “대내외 악재로 기업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정치 리스크까지 떠안는다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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