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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 완전 파괴” 美 대북정책, 대중동정책 전철 밟나

“이는 우리의 용기에 대한 첫 시험이다. 우리가 명확히 대응하지 않거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전세계의 폭군들에게 (묵인의) 신호가 될 것이다.”
 
 
1990년 9월 11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유튜브 캡처]

1990년 9월 11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유튜브 캡처]

 
조지 H.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1990년 9월11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동맹국들과 함께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로부터 약 4달 뒤인 91년 1월 미군을 필두로 한 다국적군은 이라크 바그다드를 공습하는 ‘사막의 폭풍’ 작전을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한 파괴’를 언급했다. 부시 전 대통령처럼 ‘모든 옵션’을 입버릇처럼 거론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에 미국의 대북정책이 과감한 군사적 개입을 포함하는 대중동정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전문가 6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압박용 수사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군사 옵션의 실행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BC뉴스 캡처]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BC뉴스 캡처]

이화여대 국제학부 박인휘 교수는 “중동 지역에선 미국을 대신할 동맹·우방국을 찾기 어렵고 종파 분쟁 등 정세가 복잡하기 때문에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더라도 피해를 받은 국가가 보복하기 어렵다. 하지만 동북아에는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명확히 존재하기 때문에 군사적 옵션을 중동에서처럼 쓰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라크와 달리 북한은 핵탄두 장착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 폭격 계획을 마련한 장본인이었던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회고록 『핵 벼랑을 걷다』(2015년)에서 “나는 영변 재처리 시설에 외과적 타격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었다. 그 결과는 결코 외과적일 수 없었다”고 적었다. “타격 계획은 테이블 위에 있었지만, 매우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서다.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존재도 동북아가 중동과 다른 점이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는 “군사 옵션을 상정했을 때 북한은 중국의 ‘동북 4성’이나 마찬가지다. 미·중 관계가 완전히 망가질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성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대북 군사 옵션을 미국이 실제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타깃으로 한 압박용 발언에 가깝다는 것이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북한을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서 ‘정 안되면 군사적 수단도 쓴다’는 미래의 옵션까지 꺼내들어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는 국내정치적인 요소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유엔 총회라는 무대의 특성을 고려하기보다 국내 청자들에게 ‘미 대통령으로서 미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파괴라는 단어까지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북 군사 옵션의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21세기 들어 미국 공격을 선언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핵·미사일 개발 수준 등을 감안해도 미 본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중국을 향해 ‘제대로 제재하지 않으면 전면전 수준에 도달하지 않는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서도 “걱정스러운 것은 목표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계산을 잘못하고 대응하면 의도하지 않게 전면전으로 가기도 하는 것이 전쟁의 역사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역시 “군사 옵션을 실제 사용하기까지는 국제사회에서의 정당성 확보 등 여러 장애물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수사라 해도 미국이 이를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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