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반환점 돈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논란과 혼란은 여전

20일 서울 종로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사무실에서 위원회 전체회의가 김지형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종로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사무실에서 위원회 전체회의가 김지형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4일이면 출범 두 달이 된다. 공론화위의 활동은 사실상 반환점을 돈 셈이다.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시민참여단 인원이 지난 13일 정해졌고, 이 중 16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478명이 시민참여단으로 최종 정해졌기 때문이다. 참석률은 95.6%로 공론화위가 예상했던 수준(75%)을 훨씬 웃돌았다.
 
이제 남은 일정은 추석 연휴를 포함해 약 한 달간(28일)의 시민참여단이 거칠 숙의(熟議) 과정이다. 참여단은 앞으로 한 달간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건설재개 양측이 제공한 정보와 논리를 학습하고 고민한다. 
 
다음 달 13~15일에 열릴 합숙토론을 거쳐 최종적으로 의견을 정하게 된다. 시민참여단의 최종 의견은 공론화위원회가 종합해 최종 권고안을 작성한 뒤 다음 달 20일 정부에 전달한다. 그러면 공론화위 활동은 공식 종료된다.
 
다만 시민참여단의 인원은 아직 변화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478명 중 다음달 13일 열리는 2박3일 합숙토론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희진 공론화위 대변인은 "최종적으로 합숙토론회에 참가해 최종조사에 응답한 시민참여단의 분포가 중요한데, 참석 여부에 따라 현재 성별, 연령, 신고리 5, 6호기 의견에 따른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해 최종조사에 참가하는 시민참여단의 인원을 살펴본 뒤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해 통계적 보정을 취할 지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고리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시민참여단이 지난 16일 오후 충남 천안의 한 연수원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서 김지형 공론화 위원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뉴시스]

신고리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시민참여단이 지난 16일 오후 충남 천안의 한 연수원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서 김지형 공론화 위원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뉴시스]

 
 
출범부터 정체성 논란 겪은 공론화위…정부와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공론화위는 지난 7월 24일 활동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지난 6월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사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화 방침을 확정한 지 한 달 만이다.
  
출범 직후엔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공론화위를 구성하며 ”공론화위가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신고리 5, 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면 이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정책 결정에 대한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헌법상 대표기구도 아닌 시민배심원단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있느냐는 점이었다.
 
이 같은 논란이 가열됨에 따라 정부와 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나타났다. 공론화위는 지난 7월 27일 브리핑에서 “공론조사 결과는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종 판단’이 아닌 ‘권고안’일 뿐이고 대통령 등 최고 결정권자의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에 그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론조사에서 가부 결정이 나오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청와대가 “공론화위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히며 혼란이 커졌다. 
 
논란은 지난달 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공론화위가 국민 의견을 전달하면 정부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며 종료됐다. 공론화위는 ‘권고’, 정부는 ‘최종 결정’으로 서로의 역할을 정리한 것이다.
  
최근엔 공정성 논란도 일어…시민참여단 교육용 자료집 작성 늦어져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시민참여단 선정 작업이 끝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엔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과 재개를 주장하는 양측은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자료집의 문구와 목차 구성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건설 중단 측인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시민행동’은 공론화 과정 참여 중단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공론화위가 우리 측 자료집 일부 내용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등 사실상 검열을 하고 있다”며 “설명자료 내용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 측은 중단 계획을 철회하고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지만 22일 재논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갈등으로 자료집 완성이 지연되면서 16일 열린 시민참여단 첫 오리엔테이션에선 자료집을 나눠주지 못했다.
 
이희진 대변인은 자료집 작성 진행상황에 대해 "건설 중단·재개 측 대표단체와 계속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론화위의) 기본적인 방침은 양측의 합의 하에 자료집 작성을 진행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에 서로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작성에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시민참여단 분들께서 조속히 자료집을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긴급 회의를 갖고 있다. 김춘식 기자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긴급 회의를 갖고 있다. 김춘식 기자

반면 건설 재개 측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적극적인 탈(脫)원전 정책 홍보가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12일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원전안전 현장점검을 위해 경주 월성 원전을 방문하면서 “한국은 원전 인근 인구밀집도가 높아 지진 등 자연재해가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산업부는 ‘에너지전환정보센터’ 란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탈원전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홈페이지의 ‘왜 에너지 전환인가’ 게시판에는 ▶후쿠시마 원전 피해 ▶경주지진 ▶원전의 사고 가능성과 피해규모 ▶원전의 사회적 비용 등 탈원전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이 다수 게시돼 있다. 
 
이에 신고리 5, 6호기 건설재개 측은 “공론화 과정은 ‘요식행위’이고 정부가 사실상 방향을 정해놓은 상태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백 장관의 언급이나 홈페이지 활동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원칙에 대한 정보제공의 차원일 뿐,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과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에선 탈원전 찬성과 반대 진영으로 나뉘어 수차례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공론화위 최종 권고안 작성 방식도 쟁점  
 
향후 공론화위원회가 작성해 정부에 제출할 최종 권고안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권고안 작성 방식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찬반을 명확히 적을지, 찬반을 적는다면 어떤 오차범위까지로 판단할 것인지, 대안은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등이 모두 쟁점사항이다. 
 
만일 권고안에 찬반 비중의 변화 추이만 담기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권고안을 해석해 최종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참여단의 최종 의견이 찬반 중 한쪽으로 크게 기운다면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찬반 의견 비율의 차가 크지 않다면 찬성과 반대하는 진영 모두에 해석의 여지를 남기게 된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비율이 51대 49로 나오면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며 “1차 조사와 최종 조사 간의 찬반 비율 변화, 찬반 선택 이유 등을 고려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탈(脫)원전 입장을 천명한 가운데 공론조사가 진행돼 중립성 논란이 크다”며 “공론화위가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가진 권고안을 내지 않는다면 향후 정부 결정에 대한 중립성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참여단의 향후 일정은  
 
이제 공론화는 시민참여단의 숙의 과정으로 넘어갔다. 시민참여단은 21일부터 공론화위 홈페이지(www.sgr56.go.kr)에 구축된 e러닝시스템에서 PC·태블릿·모바일로 접속해 총 6개의 동영상강의를 의무적으로 봐야 한다. 접속은 휴대전화번호로 하게 된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이 참관하거나 볼 수 있도록 지역순회 토론회와 TV토론회도 마련했다. 이후 다음 달 13일부터는 2박 3일간의 합숙 토론이 벌어진다. 장소는 지난 16일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계성원)이다. 시민참여단은 이 기간 동안 특강, 분임토의, 전체토의, 질의·응답 등을 거친다. 공론화위는 이때 전체토의를 생중계하는 등 합숙토론 과정을 공개할 계획이다. 
 
시민참여단은 합숙토론 시작 직후 3차 조사, 합숙토론 종료 직전 최종 4차 조사에 참여한다. 공론화위는 이를 바탕으로 10월 20일 5, 6호기 공사중단 또는 공사재개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응답 비율을 포함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 뒤 해산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