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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 계좌로 730억 투자하고, 아는 사람 부탁에 5급 부정채용...금감원 감사 결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중앙포토]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진정 ‘신의 직장’이었다.  
 
조직·예산은 별다른 통제 없이 마음대로 늘릴 수 있었고, 공개채용 과정에선 전직 금감원 직원이나 지인이 부탁한 지원자를 골라서 합격시켜줬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권한도 자의적으로 휘둘렀다. 규정이 불명확해도 제재하거나 법령 근거가 없어도 제재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견제받지 않는 감독 권력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지인 부탁에 탈락 위기 신입공채 지원자 구제
 
2014년 일어난 경력직원 채용비리로 현직 금감원 부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게 지난 13일.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감사보고서에선 이와 비슷한 부당채용 사례가 2015~2016년에도 여러 건 발생했음이 드러났다.
 
2015년 9~12월 진행된 5급 신입직원 공채가 대표적이다. 금감원 A국장은 필기전형이 끝난 이후인 2015년 11월 지인으로부터 “경제학 분야 지원자 B가 필기전형에 합격하겠느냐”는 문의를 받고 실무자에게 메신저로 “B(주민번호 기재) 필기시험이 합격 가능한 수준인가요?”라고 물었다. 실무자는 “필기시험에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당시 경제학 분야는 최종 11명을 뽑기로 돼있었기 때문에 필기전형에서 22명을 합격시켜야 하는데 지원자 B는 23위였다.  
 
그러자 A국장은 이미 결재가 난 전형계획을 바꿔 경제학분야 최종합격자 수를 11명에서 12명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B씨는 필기전형에 합격했다. A국장은 면접전형에선 지원자 B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B는 합산 성적 9위로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A국장은 감사 과정에서 B씨 합격과 관련해 “아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면서도 누군지는 정확히 기억 못한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A국장을 면직처분하도록 금융감독원장에게 요구했다.
 
지난해 3월 실시한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과정도 엉망이었다. 이를 담당한 C국장은 전직 금감원 직원인 지원자 D가 인성검사에서 부적격 등급인 C를 받자 “D는 금감원에서 근무하면서 인성이 검증됐으니 C등급이라고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며 합격시켰다. 또 C국장은 평판조회 등으로 탈락한 사람을 대신할 합격자를 선정하면서 예비합격자였던 E씨(만 44세)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합격자 명단에도 없던 F씨를 합격시키도록 했다. 감사원은 C국장이 올해 초 부원장보로 승진해 징계할 규정이 없기 때문에 비위내용을 통보하는데 그쳤다.
지난 6일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입직원 채용 설명회.<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6일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입직원 채용 설명회.<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직원 절반이 팀장급 이상인 비효율적 운영
 
감사원은 금감원의 조직과 인력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1999년 4개 감독기관(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이 통합해 금감원을 설립했을 때 1263명이던 금감원 정원은 1970명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정원과 별도로 민원처리 전문인력, 전문사무원 등 255명을 추가로 운용하고 있다.  
 
전 직원 중 팀장급 이상(1~3급) 직원은 871명으로 전체의 45.2%를 차지했다. 이들에게 자리를 주비 위해 직위 수를 늘리다보니 직위 보직자 수가 397명으로 전 직원의 20.6%에 달했다. 팀장 포함 팀원이 4명 이하인 팀이 148개에 달했다.  
 
하는 일 없는 국외사무소 운영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에 대해 검사와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인데도 국외사무소를 8개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실적을 분석한 결과 인터넷 등으로 국내에서 수집 가능한 정보가 대부분(98.2%)을 차지한다는 게 금감원 결론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지난 1월 홍콩 등 4개국 주재원(1명)을 사무소(2명 이상)로 바꾸고 싱가포르 주재원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러한 금감원과 달리 미국 통화감독청이나 홍콩 금융관리국은 국외사무소를 1곳만 운영한다. 일본 금융청과 독일 금융감독청은 아예 국외사무소가 없다.
 
금감원 임직원 일부는 타인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주식 투자를 하거나 비상장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금감원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기관운영감사를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최근 5년간 기업 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 금감원 임직원 161명 중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동의한 138명을 대상으로 2012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금융상품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들 가운데 36%에 이르는 50명이 자본시장법 제63조 등 금융상품 보유·매매와 관련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 A직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해 장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2013년 2월15일부터 2016년 12월28일까지 주식 등을 매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A직원이 장모 계좌를 통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한 금액은 무려 734억9700만원이며 매매 횟수는 7244회에 이른다.  
 

금감원 통제에 손 놓은 금융위
 
금융감독원은 수입예산의 대부분을 금융회사가 내는 감독분담금으로 채운다. 감사원은 이 감독분담금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올해 감독분담금은 전년보다 17.3% 늘어난 2921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간 평균 13.6%씩 증가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이유로 감독관청인 금융위원회의 통제가 느슨하고 기재부와 국회 등 재정통제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감독분담금을 내는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감히 금감원의 요구에 저항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금감원을 관리해야 할 금융위원회는 감독분담금뿐 아니라 예산 편성 승인에 있어서도 관리 소홀을 드러냈다. 금감원은 201년 11월 팀장급 직무급 인상 예산(8억원)이 금융위 예산심의 소위원회에서 ‘직무급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이 됐지만 이를 수정하지 안은 채 다시 최종 예산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금융위 담당자는 이 예산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승인해버렸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될수록 이건 금감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위와 금감원이 얽힌 구조적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형 역할을 해야 하는 금융위가 방패막이 역할을 해줬고 그 안에서 금감원은 각종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난장판을 만든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강도 높은 개혁 추진하겠다”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날 금융감독원은 “감사원이 지적한 제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강도 높은 내부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은 민간 출신인 최흥식 원장이 취임한 뒤 내부 개혁을 위한 혁신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다.
 
채용과정에서는 중앙정부부처 수준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예컨대 전면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고 서류전형 폐지, 외부 면접 위원 참여 등의 방법으로 채용 전 과정을 개편키로 했다.
 
조직과 인력 운용도 재정비하기로 했다. 금융시장 변화에 맞게 기능이 전보다 줄어든 부서는 인력을 감축하고 가상화폐가 P2P, 회계감리 등 감독수요가 늘어나는 분야로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뜻이다.
 
또 앞서 지난 5월 감사원이 수사요청한 임직원의 주식매매건과 관련해서는 주식거래 금지 대상 직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내부 규율을 강화키로 했다.  
 
금감원의 한 국장급 인사는 “그간 금감원이 금융사들을 상대로 칼을 휘둘렀지만 정작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잘못엔 제대로 칼을 들지 못했다고 반성한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이제라도 A부터 Z까지 많은 부분을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곪은 대로 곪아온 문제들이 이제야 터졌다는 말이 나온다”며 “초유의 사태지만 지금에라도 이런 일들이 불거져서 금감원이 혁신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기회에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은 “그동안 정권들이 금융감독체계를 적당히 봉합하는데 그치면서 금감원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계속 발생해왔다”며 “금융감독 체계를 정비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애란·정진우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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