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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 잠수함은 극상의 대북 억제력 보여줄 한국식 ‘비대칭무기’

채인택 국제전문기자의 글로벌 줌업
 
 
 
핵추진 잠수함은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한국과 미국 당국이 대북 억지력 향상을 위해 한국이 보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보도와 함께 제시된 한반도의 화두다. 핵추진 잠수함 보유가 그동안 핵과 장거리 미사일로 북한에 밀려왔던 한반도 안보의 주도권을 우리가 쥘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은 일이다.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안보라는 자동차에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의 전술적 이점과 국제정치적 활용도, 그리고 기술적 가능성을 살펴본다.  
 
<순항미사일 장착한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더라도 수직발사관을 갖추고 장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발사원잠(SSBN)은 아닐 것이다. SSBN 중 가장 큰 것은 1980년대 옛소련에서 개발한 타이푼급으로 수중 배수량이 4만8000t이나 된다. 개발, 생산, 유지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데다 핵탄두가 장착된 SLBM은 운용하지 않는다면 보유할 필요가 없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어뢰로 적 함선을 제압하고 어뢰관을 통해 사거리 수백km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SSN)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중배수량 4000~6000t에 사거리 수백km의 순항미사일 8~12기와 어뢰를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한국이 어떤 수준에서라도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면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보유국이 된다.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잠수함의 전술적 장점은 은밀성>
잠수함의 생명은 은밀성이다. 일단 수중에 들어가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보유한 중소형 잠수함은 수중항해시 발견이 더더욱 힘들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이 일단 수중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은밀하게 우리 후방으로 이동해 원전이나 정유시설, 제철소, 병기창, 인구밀집지역, 항구, 군 기지 등을 기습 공격하는 상황을 막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이유다.  
 
이를 막는 방법은 군과 정보당국이 파악한 북한 잠수함 기지 인근 수중에 우리 잠수함을 배치해 북한 잠수함이 출동하면 추적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를 위해서는 장시간 잠항이 가능한 원잠이 필수적이다. 적 기지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계속 감시하며 수중과 해상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려면 아군 잠수함이 최소 6개월은 해당 수중에 지속적으로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우리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은 그런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 재래식 잠수함의 잠항 시간은 공기불용장치(AIP)를 가동하는 연료전지의 가동 시간에 좌우된다. AIP는 수중에서도 디젤엔진을 돌릴 수 있에 해주는 장치다. 한국이 보유한 수중배수량 1860t의 214급 재래식 잠수함은 연료전지를 쓰면 최대 잠항시간이 16~20노트의 고속 기동시 2~3시간, 8노트(시속 14.8㎞)로 항해시 2일, 4노트(시속 7.4㎞)로 저속으로 움직여도 13일에 불과하다. 비상 상황에 처하거나 긴급 작전에 투입됐을 경우에도 2~3시간만 고속 기동할 수 있다는 것은 적의 기지 인근 수중에 은밀하게 침투하는 작전에 투입할 경우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다. 
 
수중배수량 1290t의 209급(T1200형) 재래식 잠수함은 16~20노트(시속 29.6~37㎞)의 고속으로 기동하면 1시간, 4노트의 저속으로 움직여도 2~3일이 고작이다. 짧으면 이틀, 길어도 13일에 한 번꼴로 연료전지 재충전을 위해 안전한 해상으로 물러나야 하므로 그 정도 기간에 한 차례씩 작전 잠수함을 교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용성 높은 작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핵추진 잠수함, 장기잠항 가능해 적 바다 봉쇄 효과>  
핵추진 잠수함은 잠항시간 제한요인은 AIP가 필요 없어 이런 장기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이는 핵추진 잠수함이 가진 최대의 전술적 장점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기존잠수함에서 쓰는 디젤엔진 없이 원자로(대부분 가압수형)를 돌려 동력을 확보한다. 원자로로 생산한 전기로 추진 모터를 돌리든지, 증기를 생산해 압력으로 프로펠러를 가동하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전기를 이용한 반응으로 물과 산소도 생산해서 쓴다. 
 
이 중 어떤 방식을 쓰든 원잠은 이론상 거의 무제한으로 수중에 머물 수 있다. 추진 프로펠러 가동 에너지도, 산소와 물도 거의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근무자의 식량을 재보급해주기 위해 6개월 정도에 한 번씩 안전해상에서 부상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디젤엔진을 쓰는 재래식 잠수함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장시간이다. 핵추진 잠수함을 활용하면 이론적으로는 SLBM을 장착할 수 있는 북한 잠수함이 기지 밖으로 나가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이 동아시아 바다에서 북한의 위협을 무력화하고 우리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까이서 정보수집하거나 순항미사일 발사해 적 심장부 제거>
핵추진 잠수함에 순항미사일을 장착하면 적의 점수기지나 작전심장부에서 지금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은밀하고 신속하고 정밀하게 즉시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이 도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미사일 발사대를 적의 해안에 옮겨놓는 수준의 엄청난 전술적 효과가 있다.
 
현재 모든 잠수함을 핵추진 잠수함으로만 운영하는 미국은 대형어뢰발사관을 통해 특수부대가 탑승한 소형잠수정을 적 해상에 은밀하게 침투시키는 부대를 괌에 운영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이 참수작전을 비롯한 다양한 비밀작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핵추진 잠수함에는 이러한 전술적 억지력 외에 다른 기능이 더 있다. 바로 적정 감시와 정보수집 능력이다. 바다를 통해 적의 코 앞까지 진출해 은밀하게 신호정보(SIGINT)나 영상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휴전선 인근을 비행하며 북한의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백두정찰기, 장거리 공중촬영으로 고해상도의 영상정보를 확보하는 금강정찰기가 활동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호정보, 영상정보, 음향정보, 레이더 정보를 통함해 시너지를 높이는 데이터링크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핵추진 잠수함이 북한 인근 해상에 장기간 머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신호정보 등을 수집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 북한과 가까운 공해상에 정보수집선을 가동하는 것보다 훨씬 은밀하고 효과적이다. 여기에 고고도정찰무인기를 이용한 대북 정보수집 활동까지 합치면 북한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원전강국, 조선강국 한국이 확보 가능한 최고의 비대칭 전력>  
핵추진 잠수함 보유시 동북아에서 대북억지력을 주도하는 상징성이 커진다. 핵추진 잠수함 제조에는 소형원자로 제조능력과 조선 능력, 무엇보다 현대 잠수함 제조능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수많은 원전을 건설하고 독자 원자로를 개발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까지 한 원전강국이다. 핵추진 잠수함에 실을 수 있는 소형원자로도 언제든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선 기술과 능력은 세계적이다. 잠수함 건조 경험도 풍부하다. 한국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은 개발은 독일이 개발했지만 건조는 대부분 한국에서 했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 운용 능력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해군과 영국 해군이 주관하는 국제해군연합훈련인 림팩(RIMPAC)에서 한국 해군은 가상 상황에서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하는 등 뛰어난 전과를 자랑했다. 잠수함에서 533㎜ 어뢰관을 통해 하푼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도 실시하면서 대양 잠수함 작전 관련 능력을 다양하게 확보했다.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기술적, 능력을 이렇게 총체적으로 쌓아온 나라는 전 세계에 많지 않다. 핵추진 잠수함은 기술적, 경제적 선진국만 보유할 수 있는 무기체계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전강국. 조선강국인 한국이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비대칭 전력인 셈이다.  
 
북한은 핵폭탄과 장거리 미사일은 만들 수 있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제조능력이 부족해 도저히 따라오지를 못한다. 아무리 다수의 소형 재래식 잠수함으로 ‘벌떼작전’을 벌여도 수중에 은밀하게 대기하고 있는 한국 핵추진 잠수함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핵추진 잠수함은 이런 방식으로 적대국가에 대해 해상 봉
쇄를 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도 있다. 유사시엔 핵추진 잠수함이 수중에 머무는 것만으로 적대국의 재래식 수상, 수중 함선의 발을 묶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 해군이 홈그라운드의 잇점에도 대서양을 건너온 영국 원정군을 상대로 제대로 작전을 펼칠 수 없었던 선례도 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에 대해 SSBN과 SSN을 운용 중인 중국은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 국제적으로 금지하는 전략무기체계가 아닌 전술무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권국가 차원에서 누구나 추진할 수 있다.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 함대 건설을 통해 동아시아 바다에서 주변국과 힘의 균형을 추구할 수도 있다. 다만 일본과 대만을 자극해 동아시아 수중에서 원잠보유 도미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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