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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러 극동연방대 명예법학박사 받아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러시아 극동연방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극동연방대는 20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 위치한 이 대학 소프카 컨퍼런스홀에서 홍 이사장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니키타 아니시모프 총장은 “홍 이사장은 중앙미디어네트워크를 최고의 미디어그룹으로 이끌어 오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헌신해왔다”며 “특히 2015, 2016년 한국을 대표하는 각계 지성들과 북한·러시아·중국 접경지대를 탐방하고 평화와 공존을 모색하는 원대한 프로젝트인 평화오디세이를 주도해 국제적 반향을 일으킨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학위 수여 이유를 밝혔다.
 
극동연방대는 북극항로 개통과 동북아 경제권의 급부상에 맞춰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에 따라 극동지역 4개 대학을 통폐합한 극동 최고의 명문대다.
홍석현 한반도재단 이사장이 러시아 극동연방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니키타 아니시모프 총장은 "2015, 2016년 각계 지성 50명과 함께 북한, 중국, 러시아 접경지대를 돌아보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모색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수여 이유를 밝혔다. 김동호 기자

홍석현 한반도재단 이사장이 러시아 극동연방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니키타 아니시모프 총장은 "2015, 2016년 각계 지성 50명과 함께 북한, 중국, 러시아 접경지대를 돌아보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모색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수여 이유를 밝혔다. 김동호 기자

 
홍 이사장은 학위 수락 연설에서 “지난해 각계 지성인 50명과 함께 북한을 바라보는 크라스키노를 비롯해 극동 지역을 돌면서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한ㆍ러가 협력하면 한반도 평화 구축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단계별 북핵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첫 단계는 러시아의 역할 강화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및 군사적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핵 제재에 동참하면 미국과의 협력이 진전되고 동북아 평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러시아가 미국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 이란 핵 개발 위기를 해소한 것처럼 북핵에 대해서도 미ㆍ러가 전략적 협력을 할 수 있다”면서 “대립적 미ㆍ러 관계를 협력적으로 전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더 나아가 북핵 문제가 진전을 보이면, 그동안 정체됐던 남ㆍ북ㆍ러 3각 협력을 재가동할 여건이 생길 것”이라며 “탄력을 받으면 극동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참여 가능성도 커진다”고 예상했다. 또 “이런 상황이 3국간 협력으로 끝나지 않고, 동북아의 지정학적 갈등을 지경학적 협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다자간 협력구도가 구축되면 미국의 참여도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헤이룽(黑龍) 강, 몽골에서는 하라무렌(검은 강)이라 불리는 아무르 강. '아무르'란 단어는 몽골어로 '평화'란 뜻이다. '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들이 귀국을 하루 앞둔 2016년 8월 12일 아무르 강을 돌아본 뒤 유람선에서 올랐다. [중앙포토]

중국에서는 헤이룽(黑龍) 강, 몽골에서는 하라무렌(검은 강)이라 불리는 아무르 강. '아무르'란 단어는 몽골어로 '평화'란 뜻이다. '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들이 귀국을 하루 앞둔 2016년 8월 12일 아무르 강을 돌아본 뒤 유람선에서 올랐다. [중앙포토]

남ㆍ북ㆍ러 3각 협력은 이같이 러시아 극동 경제와 동북아 경제권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면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로 연결된다. 홍 이사장은 “지역 전반의 공존공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러시아가 독일 통일에서 전향적인 정책을 가졌던 것처럼 한반도에서도 다시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 통일을 의미한다. 그는 “한반도의 경제발전 동력이 러시아 극동지역 전체로 퍼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다”며 “남ㆍ북ㆍ러 협력보다 수십, 수백 배 클 것”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동북아 경제기적’이란 신조어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학위 수여식에는 아니시모프 총장 외에 블라디미르 쿠릴로프 법대학장을 비롯한 한·러·중·일 등 7개 국 법학자, 알렉산더 롤릭 프리모르스키(연해주) 의회 의장, 이석배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홍 이사장을 환영했다. 극동연방대에서는 지난 7일 제3회 동방경제포럼이 열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블라디보스토크=김동호·강찬호 기자 kim.dongho@joongang.co.kr 

 
한국과 러시아 극동의 윈 윈 미래를 위하여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의 극동연방대 명예박사 수여식 연설 전문
 
존경하는 극동연방대학 니키타 아니시모프 총장님, 블라디미르 쿠릴로프 교수님을 비롯한 극동연방대학 법학과 교수님, 이고르 바라닉 프리모스키 지방 법무부 장관님, 유리 멜니코프 프리모스키 지방 변호사협회 회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러시아 극동지역 최고의 명문인 극동연방대학이 주최하는 제3회 태평양 법률 포럼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에 올 때마다 저는 가슴이 뭉클 합니다.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럴 것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러시아 극동지역이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치하에서 수많은 한국의 우국지사들이 목숨을 내놓고 펼쳤던 항일독립운동의 근거지였기 때문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빠그라니치나야 지역에 자리잡았던 한인촌과 인근 신한촌은, 국외 독립운동의 중추기지였습니다.
 
그 중에 1918년 하바로프스크에서 설립된 한인사회당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일본군의 시베리아 진주 이후 신한촌을 근거지로 활동하였습니다. 이때 레닌이, 한인사회당에 200만 루블의 막대한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기도 하지요.
 
한인사회당 창립자 중에는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하바로프스크시 당서기까지 올랐던 알렉산드라 김이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인사회당 적군’을 조직해 백군과 전투를 벌였으며, 일본군이 연해주에 진군했을 때 일본군을 상대로 반제국주의 심리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1918년 하바로프스크가 백군과 일본군에 함락됐을 때 체포된 그녀는, “나는 조선 인민이 러시아 인민과 함께 사회주의 혁명의 승리를 달성할 때에만 국가 독립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는 말을 남기고 처형됐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믿음은 조선의 역사 행로에 좀 변형되어 반영되었습니다. 조선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있기 전에 미군과 소련군에 의해 해방이 먼저 왔습니다. 이어 분단이 되었고 북한은 소련에 의해 사회주의화 되고 남한은 자본주의화 되었습니다. 처참한 동족상잔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극심한 남북대결이 이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고도의 긴장 속에 있습니다. 통일의 길은 요원합니다.  
 
독립 운동에 몸바친 선열들은 이러한 한반도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의 한반도 현실에 지하에서도 통곡을 할 것입니다.
 
지난해 여름 저는 ‘평화 오디세이 2016’이란 행사의 일환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평화 오디세이는 한국의 정치인, 전직 관리와 외교관, 교수, 작가, 예술가 등 50여 명이 한반도 평화 통일, 나아가 동북아 평화 공존 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입니다.  
 
저는 그때 크라스키노에서 북한 쪽을 바라보면서 한반도 분단과 현재의 긴장 상태, 그리고 통일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이 안고 있는 시대적 화두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돌아서서 블라디보스토크 일원과 러시아 극동을 돌아 보았습니다. 제가 본 러시아 극동은 장밋빛 비전과 회색 빛 현실이 교차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러시아의 극동이 안고 있는 가능성과 애로에 접하였습니다. 러시아가 안고 있는 화두라 할 것 입니다.  
 
저는 그 때 이래 이 두 화두를 붙들고 생각해왔습니다. 오늘 저는 이 난제를 풀기 위해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주제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러시아의 화두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2012년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건설된 루스키 섬의 극동 연방대의 위용과 금각만 대교를 비롯한 인상적인 인프라, 세계적 수준의 마린스키 발레 극장으로 대표되는 문화시설 그리고 선도 개발 구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은 모두 극동을 새로운 경제번영의 거점으로 만들려는 러시아의 비전과 결의를 잘 보여줍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도 이러한 러시아의 노력을 상징하는 자리였습니다. 거기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하여 푸틴 대통령과 유익한 협의를 가졌습니다. .  
 
러시아는 이러한 일련의 노력을 통하여 러시아 극동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시나리오 대로라면 역내에서 점차 심화되는 경쟁 관계에 들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러시아에 구애하고, 특히 동북 3성에서 동해로 나가는 출구가 없는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더욱 중시하여야 마땅합니다. 일본 또한 영토 문제의 진전을 위해서도 러시아와 협력을 확대하려 하고 한국도 이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려 애써야 합니다. 동아시아 국가 모두 점차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를 활용하기 위하여 러시아와 더 많은 협력을 추구 하는 시나리오도 상상 할 수 있읍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비전과 별도로 또 다른 현실이 엄존합니다. 우선 러시아와 미국, 러시아와 EU 관계가 제재로 인해 경색되어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러중 관계가 긴밀해지고 러시아가 아시아와의 협력에 관심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은 러시아가 극동에서 추구하는 기대 만큼 국제사회의 호응은 충분하지 못합니다.  
 
더욱이 우리가 속한 이 동북아는 새로운 층위의 질서 개편기를 맞이하고 있어 전반적인 환경이 협력 보다는 경쟁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선 그 진앙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비롯됩니다. 미국의 저명한 중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초당적 태스크 포스가 작성해 지난달 공개한 미-중 관계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타협하지 않으면 두 국가간 경제적, 군사적 대결이 급속히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제 눈을 돌려 한국이 안고 있는 화두를 살펴 보겠습니다. 작금의 한반도는 전쟁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북한은 미국 본토에 이르는 ICBM을 실험 한데 이어 지난달 일본 열도를 넘어 탄도미사일의 실사거리 발사시험을 하였습니다. 지난 3일에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습니다. 안보리 결의가 나온 후에도 또 중거리 미사일로 도발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는데 성공했으며, 늦어도 내년 까지는 핵탄두가 장착된 각종 사거리의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본토까지 핵 공격을 위협받게 되는 게임체인저가 됩니다. 이제 우리는 북핵의 완성이라는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고 있습니다. 비상한 상황이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더나아가 동북아가 핵 도미노에 빠진다면 이것은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악몽일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제 공조는 미흡합니다. 오히려 북핵 문제는 미·러, 미·중 대립을 심화시키는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북핵을 둘러싸고 한·미·일과 중·러라는 구분 선이 고착되고 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는 사활적 이해에 따라 한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THAAD)를 배치했지만, 중국은 이를 자국 안보이해에 대한 침해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무역과 한류 등 온갖 분야에서, 장벽을 쌓고 제재를 가하며 보복을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북핵 해결은 난망이고 우리 모두는 머지않아 큰 재앙에 직면하게 될 소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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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데 한러가 할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볼 차례 입니다. 러시아는 극동에서의 협력을 얻고 한국은 당면한 북핵 문제와 통일 과제를 진전시킬 방안은 없는 것일까요?  
 
이 대목에서 저는 북핵 문제에 대한 시각과 접근을 전환 함으로써 문제를 선 순환적으로 풀어갈 방도가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북핵 문제가 미·러 미·중 대립관계의 틀에 붙잡혀 있는 형국입니다. 미·러 관계가 나쁘면 북핵에 대한 미·러 공조도 약해지는 구도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미·러 관계는 지속 악화되고 동북아에는 핵 도미노나 전쟁의 참화가 밀어닥치게 됩니다. 그러나 만일 러시아가 미·러 관계와 북핵을 분리하여 북핵 문제를 국제 비확산과 동북아 평화 안전이라는 명분하에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는데 한·미와 공조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면, 이것은 미·러 간 대립관계를 완화하는 하나의 좋은 촉매가 될 것 입니다. 마치 러시아가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열린 자세로 공조한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의 미·러 간 대립 관계는 어디에선가에서부터 풀어가야 합니다. 미·러 간 대립이 풀리지 않으면 러시아가 처한 대외 여건들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풀어갈 좋은 단초를 찾아야 하는데 북핵은 상대적으로 협조 명분이 충분한 사안입니다. 더욱이 지금의 북한 핵 미사일 능력은 완성을 향하여 치닫고 있는 국면입니다. 6차 핵실험과 그 전후의 미사일 실험은 종래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 입니다. 이 때가 기존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입니다. 저는 러시아가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북핵 문제 전반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전향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를 합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미·러 공조가 가능하게 되면 취임 초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핵으로 고민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도 러시아의 전향적 움직임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 입니다. 물론 한국은 워싱턴이 이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적극 노력할 것 입니다. 일본도 유사한 노력을 할 것 입니다.  
 
아울러 이것은 한국으로 하여금 대 러시아 제재 체제에도 불구하고 한·러 양자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줄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러시아에게는 동아시아 여러 나라 중에서 한국이 가장 부담 없는 협력 파트너일 것입니다.  
 
한편 러시아가 이러한 정책을 구사하면 이것은 중국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사실 중국 또한 격화되는 북한의 도발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그간 취해오던 정책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먼저 새로운 접근을 선도한다면 중국도 이를 따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이란 핵 문제와 유사한 국제구도가 만들어져 해결을 모색하기 용이해 질 것 입니다. 러시아의 리더십 역할이 기대됩니다.  
 
아울러 북핵 문제가 진전을 보이면, 그간 정체되었던 남·북·러 3각 협력을 재가동할 여건이 생길 것입니다. 3각 협력은 당연히 러시아 극동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저는 그것이 3국간 협력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갈등을 지경학적 협력으로 전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선 남한과 북한, 러시아의 3각협력이 탄력을 받는다면 중국과 일본 또한 참여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이처럼 극동지역 개발에 다자간의 협력구도가 만들어지면 미국의 참여도 무망한 일이 아닐 것 입니다.  
 
이들의 참여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중요한 정치적 의미도 갖습니다. 지역 전반의 공존 공영 분위기가 형성될 것 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이제 저는 한국과 러시아가 장래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할 또 다른 이슈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한반도 통일 문제 입니다.  
 
러시아는 현대사에서 냉전 종식을 선도한 나라입니다. 독일 통일 역시 러시아의 전향적 정책이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다시 러시아가 그 역할을 한반도에서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한반도 통일은 분명 러시아에도 커다란 이익을 가져올 것입니다. 한반도의 경제발전 동력이 러시아 극동지역 전체로 이어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남·북·러 협력보다 수십, 수백 배 큰 협력효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동북아 경제기적’이란 신조어가 탄생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오늘의 현실은 이와 같은 ‘북핵 공조와 러시아 극동 지역 경협 증진’, ‘남·북·러 3각협력과 동북아 전반의 경협 확대’ 그리고 ‘통일 한국과 러시아 극동의 연대와 시너지’ 구상을 추진하기에 결코 낙관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불가능이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기 전까지는 늘 불가능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남극의 펭귄들이 먹이를 찾으려면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바다표범 같은 적이 무서워 모두 두려워합니다. 그러다 어느 펭귄 한 마리가 용감하게 뛰어들면 다른 펭귄들이 모두 따라 뛰어내립니다. 이처럼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첫 번째 move를 하여 다른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존재를 ‘퍼스트 펭귄’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따져볼 때 동북아에서 그 같은 인식의 대전환을 시작할 퍼스트 펭귄은 러시아와 한국 입니다.  
 
저는 지난해, 일제 식민지 시절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12인의 열사들이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하며, 손가락을 잘랐던 크라스키노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제국의 추밀원 의장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역에서 사살하고, 일제에 의해 처형된 한국인들의 영웅입니다.
 
한국인들은 오늘도 안 의사의 항일 투쟁 정신을 흠모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조선 독립보다도 더 크고 숭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안 의사는 저서 ‘동양평화론’에서 동북아 국가들이 공동화폐를 사용하고,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운 그야말로 오늘날 유럽연합 못지 않은 공존공영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100년도 전에 말이지요.
 
안 의사의 혜안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통일 달성에 러시아의 역할이 있다면 한국과 러시아는 동맹에 버금가는 각별한 유대를 갖게 될 것이고 통일한국의 경제적 시너지는 러시아 극동에 집중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이 함께하는 동북아는 평화와 공존 공영의 권역을 지향하게 될 것이고 블라디보스톡은 그 활력의 중심 도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극동 연방대학은 거기서 브레인 트러스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여름 우리 일행은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의 미래’라는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그날의 공연은 앞으로 마린스키 발레단을 이끌어 갈 새로운 유망주들을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 공연에는 한국인 발레리나 이수빈씨도 나와 ‘백조의 호수’ 중 파 드 되(Pas de deux)’를 러시아 무용수와 함께 추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 공연은 한국과 러시아 협력의 미래를 상징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동북아 협력의 중심지가 될 이곳 블라디보스톡에서 통일된 한국과 러시아가 중국과 일본, 미국 등과 함께 하는 글로벌 협력체를 대표하는 두 주역이 되어있는 미래 말입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한·러 양국이 과감한 첫 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경청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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