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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英은 테러 앞에 하나됐는데…스페인은 왜 둘로 쪼개졌나

지난달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는 펠리페 6세 국왕,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등 주요 인사와 수천 명 시민으로 가득 찼다. 하루 전 이곳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위해서였다. 
비극의 현장에 모인 추모객들은 기도하고 묵념했다. 희생자를 위한 초와 꽃다발이 놓인 거리에서 시민들은 테러에 맞서 연대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앞서 테러를 겪은 프랑스·벨기에·영국의 추모 행사와 같은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엔 ‘테러에 대한 카탈루냐의 반응은 그들이 독립 준비를 마쳤다는 걸 보여준다’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은 “프랑스와 달리 스페인의 추모행사에선 스페인 국기를 거의 볼 수 없었다”며 “카탈루냐 독립 절차를 둘러싼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주 정부 사이의 갈등이 그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 테러 현장이자 카탈루냐주 수도인 바르셀로나에선 ‘스페인’을 찾기 어려웠다. 도시를 뒤덮은 구호는 ‘노 팅크 포르(No tinc por,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카탈루냐어였다. 시민들은 테러에 대해 “우리 카탈루냐의 비극”이라며 비통해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테러는 스페인의 분열을 드러내는 뜻밖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더 나아가 테러는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갈등을 극단으로 고조시켰다.   
10월 1일 치러지는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11일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인들이 대형 카탈루냐 독립기 ‘에스텔라다’와 ‘주민투표는 민주주의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고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0월 1일 치러지는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11일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인들이 대형 카탈루냐 독립기 ‘에스텔라다’와 ‘주민투표는 민주주의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고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사건 현장에 놓인 꽃다발. [AFP=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사건 현장에 놓인 꽃다발. [AFP=연합뉴스]

테러 책임 공방…스페인-카탈루냐 갈등 고조
지난 6일 카탈루냐 주의회는 오는 10월 1일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주지사가 지난 6월 열린 독립 요구 시위에서 날짜를 못박아 투표를 선언한 지 석 달 만이다. 예정된 결과라지만, 하필 테러 직후에 카탈루냐의 주민투표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카탈루냐가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가운데 발생한 테러는 양측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테러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면서다.
 
자치권을 가진 카탈루냐는 경찰력도 자체 운영한다. 푸지데몬 주지사는 테러 이후 중앙정부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 카탈루냐 자치경찰의 형편이 열악해졌고, 테러를 예방하지 못했다고 중앙정부를 탓했다. 그는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그들(중앙정부)에게 안전을 담보로 정치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분리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일부러 경찰력 강화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중앙정부는 카탈루냐가 공조하지 않은 탓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테러에 대해 “카탈루냐 정치인들은 국가적 이익 관점에서 중앙정부와 새로운 관계 형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치 및 독립성에 집착하는 카탈루냐가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왼쪽),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가운데),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주지사(오른쪽). [EPA=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왼쪽),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가운데),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주지사(오른쪽). [EPA=연합뉴스]

분리독립 주민투표 강행 vs 저지 
테러로 인해 더 확실히 쪼개진 양측은 더 격렬하게 맞서고 있다.
일단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주 정부의 주민투표 법안에 즉각 제동을 걸었다.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를 제기했고, 헌재는 법안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중앙정부가 주민투표를 아예 불법화한 것이다. 
 
그러나 푸지데몬 주지사는 10일 TV 연설을 통해 “투표를 위한 모든 것이 다 준비됐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주 정부는 투표함까지 미리 준비해 모처에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튿날엔 바르셀로나에 100만 명이 모여 주민투표 지지 시위를 벌였다. 이 날은 카탈루냐 국경일인 ‘라디아다(La Diada)’. 1714년 스페인 필리페 5세가 바르셀로나를 함락했을 때 맞선 카탈루냐인들을 기념하는 날이다. 시위대는 독립기 ‘에스텔라다’를 몸에 두르고, 국가인 ‘엘스 세가도르’를 열창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투표를 치른다해도 독립 찬성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달 초 ‘독립국가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가’라고 묻는 온라인매체 엘 에스파뇰 조사에서 50.1%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조사에선 49.4%가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독립 찬반은 엇갈리지만 투표에 대한 열망은 높다. 지난 16일 설문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69.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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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경찰 투입, 예산 협박…투표 저지 총공세
이런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투표 저지를 위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13일 스페인 검찰은 주민투표에 동의한 카탈루냐주 시장 700여 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공공건물인 청사를 투표장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무장 경찰을 동원해 투표 관련 인쇄물 단속도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만 10만 장 넘는 포스터를 압수했다.
카탈루냐는 더 격렬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주민투표 때문에 공무원들을 실직 위기에 빠뜨릴 수 없다”며 주저하던 바르셀로나가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더 기세등등이다. 
 
16일 700여 명의 카탈루냐주 소속 단체장들은 바르셀로나에 모여 투표 지지 시위를 벌였다. 이날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은 “이것은 독립이 아닌, 우리 권리에 대한 문제”라며 “우리는 겁먹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카탈루냐 독립을 위한 지자체 협의회(AMI)에 따르면 지금까지 주민투표 동참 의사를 밝힌 소속 자치단체장은 전체 948명 중 748명이다. 
 
중앙정부는 예산을 볼모로 카탈루냐 주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크리스토발 몬토로 스페인 재무장관은 15일 “불법적 투표에 단 1유로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카탈루냐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오는 10월 1일 치러지는 분리독립 주민투표 찬성 유세를 벌이고 있는 카탈루냐 독립 지지자들. [AP=연합뉴스]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오는 10월 1일 치러지는 분리독립 주민투표 찬성 유세를 벌이고 있는 카탈루냐 독립 지지자들. [AP=연합뉴스]

 
“독립 찬성 땐 즉각 국경통제”…실제 독립은 미지수
중앙정부의 저지를 뚫고 투표를 실시해 독립 찬성 결과가 나올 경우, 카탈루냐 주정부는 즉각 국경을 통제할 계획이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투표가 불법적으로 치러지는 한 어떤 것도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투표에 대해 유럽 연합(EU)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이 “투표 결과 카탈루냐 독립 찬성 결과가 나오더라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이에 대해 EU가 카탈루냐의 독립에 미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영국 스코틀랜드가 2차 독립 투표를 추진했을 때와 매우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EU는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에 대한 불만으로, EU 잔류를 주장하며 독립을 모색하는 스코틀랜드에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EU가 스코틀랜드 독립국가를 영국을 계승한 국가 자격으로 EU에 잔류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브렉시트 투표 직후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을 만난 융커 위원장은 그에게 정상급 예우를 갖추기도 했다. 
 
그러나 카탈루냐에 대해 EU는 “독립 후 EU 회원국이 되고자 한다면 가입 신청을 새로 해야 한다”는 원칙만 들이대고 있다. EU 회원국이 되려면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스페인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한 카탈루냐 독립국가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스페인이 절대 포기 못하는 카탈루냐
스페인 국기(왼쪽)과 카타루냐 깃발.

스페인 국기(왼쪽)과 카타루냐 깃발.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의 필리페 5세에게 점령 당해 스페인에 귀속됐다. 300여 년을 스페인의 일원으로 지내면서도 고유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를 고수해 왔다.  
그럭저럭 지내던 양측의 관계가 확실히 틀어진 건 20세기 초. 스페인 공화국이 세워진 뒤 얻은 차지권을 독재자 프란시스 프랑코 총통이 박탈하면서다. 1938~1975년 프랑코 집권기 내내 카탈루냐는 탄압받았다. 프랑코 사후 자치권을 되찾았지만 억압받은 경험은 독립을 향한 열망에 불을 지폈다.  
 
무엇보다 이들이 독립을 원하는 이유는 경제다. 국토의 단 6%를 차지하는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스페인의 17개 자치주 가운데 경제 규모가 가장 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책임진다. 수츨의 25%를 담당하고,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의 절반 이상이 카탈루냐에서 이뤄졌다. 카탈루냐 주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전체의 20%를 넘는다. 
지난해에만 1800만 명이 찾은 카탈루냐가 안겨주는 관광 수입도 막대하다. 인구도 전체(약 4600만 명)의 16%인 750만 명에 달한다.  
 
2008년 전세계에 닥친 경제위기는 카탈루냐를 자극했다. 열심히 세금을 내봤자 지역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팽배해지면서다. 스페인 정부에 적극적으로 분리독립을 요구한 것도 이때부터다. 
정부 반대로 국민투표를 실시하지는 못했지만, 2014년 카탈루냐 의회가 비공식으로 치른 국민투표에 따르면 81%가 독립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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