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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즉효약 남용하는 부동산 안정 대책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8·2, 9·5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이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윤곽은 얼추 잡혔다. 공급 확대보다 강도 높은 규제로 수요 억제에 치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8·2 대책은 워낙 강력해 이미 시장에서 그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대출 제한, 청약시장 규제 등을 동원했다. 그 결과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목표로 한 투기세력 차단은 50일 가까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한 과도 규제에 일부 지역에선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기수요가 움츠러든 가운데 일부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수도권 등에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렇다고 시장이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접근성이나 학군 등에서 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선 실수요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 전·월세 가격도 지역에 따라 오르내린다.
 
강도 높은 대책과 맞물려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양도세 중과세 정책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아야 할지, 보유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실 다주택자를 제도권으로 품는 데 따른 이점이 많다. 보유세는 물론 의료보험·국민연금까지도 당분간 문턱을 대폭 낮춰 다주택자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에 대해선 임대료 등을 제한할 수 있어 임대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부는 ‘당근’보다 세무조사 같은 ‘채찍’만 휘두르는 인상이다.
 
재건축 시장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을 사실상 폐쇄해 집값 불안 요인을 잠재우긴 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물리적·기능적으로 점점 노후·불량해지는데 이번 대책으로 사업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 지연은 그만큼 강남권 신규 주택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해 집값 불안 불씨를 키우는 셈이다.
 
정부가 강조한 실수요 보호도 너무 제한적이다. 실수요자를 무주택자로 한정하면서 1주택자가 새로운 주택을 구입해 옮기려는 이전수요는 대출 규제를 받고 청약 2순위로 밀리는 소외를 받게 되었다. 실수요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8·2에 이은 9·5 대책에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 두 지역은 그동안 주택가격이 저평가됐거나 규제가 없어 단기간에 많이 오른 건 사실이다. 규제 강도가 높은 서울에서 밀려난 투기 세력이 이들 지역에 유입되면서 이상 과열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정부는 해석하고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이다. 여기에 인천시 연수구·부평구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동안구, 성남시 수정구·중원구, 고양시 일산 동구·서구, 부산시 등을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추가 선정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다. 물가보다 2배 넘게 오르면서 청약경쟁률이 5대1만 넘으면 민간분양시장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단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무조건 투기세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일단 규제부터 한다. 규제는 당장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겠지만 완화되거나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스프링 효과처럼 가격이 뛸 수 있다. 그래서 공급 확대와 수요 분산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되던 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또 다른 대책을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일변도로 가겠다는 뜻이다.
 
규제로 인한 가격 하락은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쳐 투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벌써 소비가 위축되고 시장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이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 서민 가계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만병통치약이 없듯 부동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한 방’도 없다. 그래서 지역·계층·물건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수요 억제만으로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공급 확대가 정답이다. 공급도 정부가 공급하는 경우에는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지역이나 인기 지역에서는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인근 지역의 동반 상승을 막을 수 있다. 당장 공급을 늘리기 힘들다면 그다음이 수요 분산 정책이다. 결국 부동산 정책은 단기처방과 함께 중장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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