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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전술핵, 워싱턴의 눈으로 봐야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최근 미국 워싱턴에 들러 한반도 전문가들과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했다. 결론부터 적자면 이들에게 재배치 요청은 씨도 안 먹히는 이야기였다. 행정부·의회·싱크탱크, 어디 소속인지는 상관없었다. 나는 국민의 근 70%처럼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한다. 지지 칼럼도 써 왔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나의 명치를 때렸다.
 
가장 아팠던 순간은 우리가 분위기 파악을 못 했음을 깨달았을 때였다. 서울의 눈으로만 본 탓이다. 국내에선 우리가 원하면 당장 미국이 전술핵을 놔 줄 거로 치부해 왔다. 엄청난 착각이다.
 
워싱턴 입장은 유리알처럼 명료하다. 러시아를 의식한 세계 핵전략이 부동의 기준이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도 러시아와의 핵 경쟁 차원에서 잰다는 뜻이다.
 
1991년까지 이 땅에 전술핵을 산처럼 쌓아둔 것은 북한 때문이 아니었다. 소련과의 핵 경쟁 탓이었다. 한참 때는 무려 950개의 다양한 전술핵 무기가 쟁여져 있었다. 이 중에는 200kt급 핵폭탄을 탑재한 서전트 미사일도 있었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폭 ‘리틀보이’(15kt)의 13배에 달하는 가공할 무기다. 이처럼 위력적인 핵무기를 산처럼 쌓아두었던 것은 소련과의 핵 경쟁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전략핵을 빼간 것도 물론 소련과의 군축협정 때문이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소련 중심의 핵전략 논리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거다. 그러니 러시아가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데 한반도에 전술핵을 들여놓을 이유는 전혀 없다. 도리어 러시아에 핵무기를 늘릴 구실만 준다.
 
수월치 않은 운반·관리 비용도 고려 사항이다. 국내로 옮기는 것도 문제지만 전술핵 관리에도 막대한 비용을 피할 수 없다.
 
한반도 상황에서의 군사적 가치에 대해서도 미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술핵 반입 시 북한도 새로운 작전을 세울 게 틀림없어 큰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거다. 이를 보관할 미군 기지가 북한은 물론 중국의 첫 공격 목표가 될 거라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이런데도 여야는 이 문제를 놓고 치고받고 있다. 떡 줄 생각은 전혀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공교롭게도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하러 갔던 자유한국당 방미단과 워싱턴 방문 시기가 겹쳤다. 이들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게다.
 
미국이 전술핵 제공에 냉담하다고 손 놓고 있자는 얘기는 아니다. 재배치가 결코 쉽지 않음을 알리고 싶을 따름이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주저하지만 전술핵 도입은 분명 고려해볼 가치가 있는 카드다. 게다가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가.
 
전술핵 도입으로 방향이 잡히면 트럼프 행정부를 움직이기 위한 다각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미 의회와 여러 싱크탱크 전문가들에게 전술핵 도입의 당위성을 호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휴전선에서 50㎞ 이내에 1000만 명이 사는 한국 국민에게 초음속 폭격기 B-1B로도 2시간 날아가야 하는 괌(거리 3200㎞)의 미군을 믿고 살라니 이게 될 말인가. 냉전이 끝난 유럽 내 독일에는 전술핵을 놔두고 현재 가장 호전적인 북한을 이고 사는 우리는 재래 무기로 방어하라는 것도 따질 일이다.
 
본질적으로 미국이 말하는 ‘확장억제 전략’은 신뢰에 터잡고 있다. 무슨 일이 터지면 미국이 나서서 도와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 말이다. 하지만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무조건 도와줄 거라 기대하는 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게다가 미 군 통수권자가 변덕이 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닌가. 잊지 말아야 할 진리가 있다. “희망은 전략이 될 수 없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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