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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아이들마저 … 남녀노소 안 가리는 지방간

서울 강동구 이모(48·여)씨는 2014년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혈액 검사 결과 간 수치(ALT)가 68IU/L로 정상(40IU/L 이하)을 훨씬 초과했다. 의사는 “간에 지방세포가 많으면 염증이 생겨 간 수치가 올라간다. 살을 빼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증상이 없어 자신이 지방간이란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갑자기 피곤하고 속이 불편해 병원에 갔다가 간 경화 진단을 받았다. 간 초음파 검사 결과 매끈해야 할 간이 딱딱하고 거칠게 변해 있었다. 간이 해독하지 못한 혈액 속 노폐물(빌리루빈)도 정상보다 높았다. 지방간이 간 경화로 악화한 것이다. 그 뒤 이씨는 6개월마다 항바이러스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다.
 
작년 지방간 환자 30만 … 1년 새 4만 늘어
 
지방간이 우리나라 간암 환자 증가의 ‘방아쇠’가 되고 있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수년~수십 년에 걸쳐 지방간→간염→간 경화→간암으로 악화한다. 지난해 지방간 환자는 30만7000여 명으로 2015년보다 4만여 명이 늘었다. 남녀 모두 급증하고 있다.
 
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간이 부담을 받으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안 마셔도 체내 지방이 과도하면 생긴다. 최근의 지방간은 대부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김형수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만이 흔한 서양에선 이미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암의 주범이 됐는데, 우리도 지금처럼 지방간 환자가 늘어나면 간암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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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은 간세포에 5% 이상 지방이 축적돼 생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처럼 지방이 쌓여도 통증 등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환자는 대개 검진을 받고 ▶ALT·AST 등 간 염증 수치가 높을 때 ▶초음파 검사에서 간이 하얗게 나타날 때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간이 까맣게 보일 때 인지하게 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70~90%는 비만이다. 우리 몸이 쓰고 남은 에너지(칼로리)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중성지방이 생긴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면 에너지가 남아 지방으로 쌓인다. 말라 보이지만 배만 나온 이른바 ‘마른 비만’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김형수 교수는 “지방간은 복부 비만, 근육량 감소와 관련이 깊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아·청소년 지방간 환자도 많다. 비만 아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박모(16·서울 강동구)군은 키 1m68㎝, 체중 84㎏, BMI 30이다. 고도비만에 해당한다. 박군은 지난 4월 검사에서 지방간 환자로 진단받았다. 이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도 있었다.
 
배 나온 마른 비만도 안심해선 안 돼
 
지난해 지방간 진료를 받은 10대 이하 소아·청소년이 1만1047명으로,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남자(8436명)가 여자(2611명)의 3.2배에 달한다. 다른 연령대도 70대 이상을 제외하면 남성이 여성보다 지방간 환자가 많다. 김형수 교수는 “어릴 때 지방간을 치료하지 않으면 20~30대에 간염·간 경화·간암 등의 간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간 경화로 악화하면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간 경화가 되면 딱딱해지고 쪼그라들어 재생 능력이 떨어진다. 서연석 고려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 재생 속도가 손상 속도를 앞서야 지방간이 나을 수 있는데 간 경화가 되면 그렇지 못하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하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한 사람은 특히 식습관에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기름기 많은 음식을 피한다고 전부가 아니다. 밥·국수·빵 등 탄수화물과 과일·탄산음료 등 당 섭취를 줄여야 한다. 육류도 많이 먹으면 몸에서 지방으로 변한다. 서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이 줄어 살이 금방 찐다. 중년 이후에는 덜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간이 있는 소아·청소년도 비만이라면 식사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미 섭취 에너지가 높은 상태라 이를 정상으로 낮추는 것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비만하면 키도 덜 자란다. 김형수 교수는 “6개월에 체중의 10%를 뺀다는 목표를 세우고 걷기 등 유산소 운동과 식이조절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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