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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두 소절 연습 … 말러 가곡과 씨름하는 두 남자

말러로 첫 듀오 무대를 만든 바리톤 이응광(오른쪽)과 피아니스트 한상일. [사진 봄아트프로젝트]

말러로 첫 듀오 무대를 만든 바리톤 이응광(오른쪽)과 피아니스트 한상일. [사진 봄아트프로젝트]

‘세상의 소란도 나와 상관이 없고/조용한 나라에서 평화를 누리네.’
 
두 소절을 한 시간 동안 붙든 두 청년이 있다. 바리톤 이응광(36)과 피아니스트 한상일(33)이다. 노래는 독일 시인 뤼케르트의 시에 말러가 곡을 붙인 ‘나는 세상에서 잊혔다’. 30일 이 노래를 무대에서 연주하는 둘은 18일 인터뷰 전에 이 부분만 한 시간을 연습하다 왔다고 했다.
 
“얼마나 느려져야 하는지 결정하느라 오래 걸렸어요.” 이응광은 “원래는 피아노를 너무 느리게 치면 성악가 호흡이 감당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상일씨가 이 부분은 더 느려져야 한다고 하도 주장을 해서요. 근데 계속 따라 부르다 보니 호흡이 길어진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한상일의 주장에는 이유가 있다. “악보에 느려지라는 기호가 여러 번 쓰여있고 시의 내용도 안식을 찾아가고 있어요.” 죽음에 가까운 절망 속으로 깊숙하게 빠지던 자아는 이 부분에서부터 천상의 평안을 찾는다. 음악에는 점차 힘이 빠진다. “의도를 정확히 표현하려면 많이 느려지는 게 맞아요.”(한상일) 결국 보통 6~8분이 걸리는 이 노래를 두 연주자는 거의 10분 동안 연주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시와 음악을 이렇게 한 줄, 한 소절씩 연구하고 있다. 이응광은 짙고 어두운 음색의 바리톤이다. 독일·이탈리아 등에서 오페라 무대에 출연했다. 한상일은 독주를 주로 해온 피아니스트다. 전형적인 솔리스트의 길을 걷다가 이응광과의 무대로 공식적인 앙상블 연주를 시작한다.
 
“둘이 한 무대를 만들게 된 건 우연이었어요. 같은 매니지먼트사에 있어서였죠. 알고 보니 상일씨가 완전히 ‘말러쟁이’였던 거에요.”(이응광) 평소에도 말러의 작품, 그 중에서도 성악이 포함된 음악을 좋아했던 한상일은 말러가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를 위해 작곡한 원곡을 피아노로 바꾸는 가장 효과적 방법을 연구했다. “같은 음이라도 원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악기가 플루트냐 오보에냐에 따라 다르게 연주해야죠. 말러의 오케스트라 작법에서는 관악기가 워낙 중요하니까요.”(한상일) 이응광은 “저희 연습 장면은 가곡에 대한 논문 발표 현장 비슷해요”라고 거들었다.
 
말러의 가곡은 무겁고, 편하지 않은 음악이다. 두 연주자가 이런 음악을 첫 듀오 무대의 연주곡으로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말러의 가곡은 힘든 시대를 반영하고 있어요. 세상의 짐을 다 내 힘으로 해결해 보려다가 결국에는 신에게 맡기는 내용인데 정말 아름다워요.”(이응광) 좀 더 쉽고 직접적인 노래 대신 굳이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음악을 고른 것도 이같은 아름다움 때문이다. 어려운 것을 뛰어넘었을 때의 기쁨이 진짜라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대를 앞둔 두 젊은 연주자의 연구 주제는 쉽지 않다. ‘말러는 왜 이 단어에 이런 음악을 붙였을까’라든지 ‘화성이 바뀌면서 단어도 바뀌는 것을 어떻게 정확히 전달할까’ 또는 ‘똑같은 단어가 여러 번 나올 때 어떤 식으로 다르게 불러야 할까’ 같은 것들이다. 두 진지한 음악가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는 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볼 수 있다. 말러 가곡 5곡 뿐 아니라 차이콥스키·라흐마니노프·리스트의 노래를 독일어·러시아어·이탈리아어로 들려준다. 23일 오후 7시 30분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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