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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줍기가 올림픽 종목? 꽁초만 잘 주워도 국가대표

국내 첫 ‘쓰레기 줍기 스포츠’ 대회가 지난 16일 서울 연세로에서 개최됐다. 1시간 동안 40여 명의 선수들이 수집한 쓰레기는 51.6㎏에 달했다.[양보라 기자]

국내 첫 ‘쓰레기 줍기 스포츠’ 대회가 지난 16일 서울 연세로에서 개최됐다. 1시간 동안 40여 명의 선수들이 수집한 쓰레기는 51.6㎏에 달했다.[양보라 기자]

9월 16일 오후 7시 서울 연세로 유플렉스 앞 광장. 신문지·페트병 등 쓰레기를 한 아름 안은 40여 명의 사람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저울 앞에 줄을 섰다. 1시간 동안 골목을 누비며 쓰레기를 수집한 이들은 하나같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가연 쓰레기 2㎏ 200점. 담배꽁초 300g 300점.”
 
쓰레기 종류와 무게에 따라 점수가 발표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쓰레기 줍기 실력을 겨룬 이들은 스포츠 대회에 참가한 ‘운동선수’, 이들이 참가한 경기 종목은 ‘쓰레기 줍기 스포츠’다.
 
쓰레기 줍기 스포츠는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는 광고인 마미쓰가 겐이치(50)가 창안한 사회공헌활동으로, 현재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2008년 ‘쓰레기 줍기 스포츠 연맹’ 발족 후 일본 전역에서 581차례 대회가 열렸으며 참가 인원은 6만7872명에 달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선 ‘특정 관객 정식 종목’으로까지 채택됐다. 이날 신촌 대회는 도쿄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선수를 뽑는 ‘국가대표 선발전’ 예선 경기로 치러졌다.
 
이 대회 심판을 위해 우메키타 나코(47)·후쿠도메 마유코(47) 일본 쓰레기 줍기 스포츠 연맹 매니저가 방한했다. 이들은 신촌 대회에서 가연 쓰레기 100g에 10점, 페트병 100g에 10점, 담배꽁초 100g 100점이라는 룰을 엄격히 적용했다. 제한시간(1시간) 동안 담배꽁초 줍기에 주력한 ‘쓰메끼리팀’이 쓰레기 무게 12.1㎏, 총점 2415점의 기록으로 한국 대회 첫 우승자로 뽑혔다.
쓰레기 줍기 스포츠 확산에 열심인 일본인 후쿠도메 마유코(사진 왼편)와 우메키타 나코가 한국 대회 심판으로 나섰다. [양보라 기자]

쓰레기 줍기 스포츠 확산에 열심인 일본인 후쿠도메 마유코(사진 왼편)와 우메키타 나코가 한국 대회 심판으로 나섰다. [양보라 기자]

 
우메키타와 후쿠도메 매니저는 묘한 경쟁심을 부르는 ‘쓰레기 줍기 스포츠’의 매력이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라 말했다. 다음은 두 심판과 나눈 일문일답.
 
‘쓰레기 줍기 스포츠 연맹’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
“우리는 일본 규슈 남단 가고시마현에 사는 중학교 동창이에요. 쓰레기 줍기 스포츠의 취지에 공감해서 2012년 창안자인 마미쓰가 겐이치를 만나러 도쿄로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이후 이 연맹 규슈 지부장이 되어 이 스포츠를 확산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각자 생업은 따로 있습니다. 레스토랑을 운영(우메키타)하고, 광고 프로덕션 대표(후쿠도메)를 맡고 있습니다. ”
 
일본에서 쓰레기 줍기 스포츠가 인기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대회는 2016년 도쿄 시나가와구에서 개최된 대회로 105개 팀, 518명이 참가했습니다. 쓰레기 줍기를 ‘봉사활동’이 아니라 ‘스포츠’로 접근했던 것이 주효한 듯합니다. 상품이나 상금이 없지만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성취감이 크니까요. 도쿄올림픽 대회에서는 특별 제작된 기념 메달이 수여되니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아요. ”
 
일본 외에 쓰레기 줍기 스포츠가 열리는 나라는 어디인가?
“2016년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미얀마(양곤), 러시아(톰스크)에서 개최됐습니다. 러시아 대회 때는 하루에 쓰레기 1t이 수집됐는데, 단일 행사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쓰레기를 모았던 대회입니다. 한국에서는 16일 신촌 대회 이후 23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두 번째 대회가 열립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강릉에서도 열 계획입니다. ”
 
향후 계획은?
“쓰레기 줍기 스포츠는 사회문제를 스포츠 정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의가 큽니다. 더 진화한 사회공헌 스포츠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2015년에는 홋카이도 오타루에서 ‘눈 쓸기 스포츠’가 열렸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제때 눈을 치우기 쉽지 않았습니다. 젊은 스포츠맨이 경쟁적으로 눈 치우기에 투입됐습니다. 농작물 수확철에는 ‘감 따기 스포츠’ 같은 대회도 열립니다. 한국에서도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지요. 한국에서도 ‘벼 베기 스포츠’ ‘사과 따기 스포츠’가 열릴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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