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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중 한 명은 심야 라이딩…야행성 ‘음주 따릉이’에 고민하는 서울시

“어지럽다 싶으면 아무 데나 반납하면 되니까요.”
지난 9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인근 편의점 근처에는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연두색 ‘따릉이’가 여러 대 눈에 띄었다. 주말을 맞아 자전거를 타고 나온 시민들은 맥주를 마시며 여유를 즐지고 있었다. 젊은 연인도 종종 눈에 띄었다. 
 
따릉이를 세워놓고 맥주를 마시던 김모(27)씨에게 “따릉이 대여소에 있는 ‘음주 후 이용 금지’ 표지판을 보았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김씨는 “딱 한 캔 마셨다”며 “혹시 어지러우면 바로 반납하면 된다”고 말했다.
 
따릉이 정류장과 이 편의점 간 직선거리는 불과 123m.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씨는 “따릉이를 밖에 세워두고 맥주를 사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야외 테이블에 놓인 빈 맥주병을 쉴 새 없이 분리수거함에 옮겨 담았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안전 수칙. 음주 금지 표시가 있지만 단속이나 처벌은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안전 수칙. 음주 금지 표시가 있지만 단속이나 처벌은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 서울시]

 
따릉이는 눈에 보이는 대여소에 반납하면 된다. 일부 시민들이 자전거 나들이를 하다가 가볍게 술을 마셔도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유다.
 
SNS에 '음주라이딩' '따릉이' 등을 검색하면 술을 마시고 따릉이를 타는 사진 등의 게시물을 흔히 찾을 수 있다. [SNS 캡처]

SNS에 '음주라이딩' '따릉이' 등을 검색하면 술을 마시고 따릉이를 타는 사진 등의 게시물을 흔히 찾을 수 있다. [SNS 캡처]

 
시민들은 편리함을 느끼고 있지만 ‘야행성 음주 따릉이’에 대한 서울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015년 9월 첫선을 보인 따릉이는 지난 8월을 기준으로 1만3288대가 운영 중이다.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약 1만1000건, 2015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이용 건수는 432만여 건에 이른다. ‘음주운전’을 하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음주 따릉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기분 전환을 위해 음주 따릉이를 시도했다’거나 맥주캔 사진과 함께 ‘맛있는 라이딩’ ‘따릉이 잘 나간다’ 등 문구를 업로드한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따릉이 관련 사고도 증가세라는 점이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에 따르면 2016년 21건이었던 따릉이 사고 보험 처리 건수는 올해 7월말까지 36건으로 늘었다. 이용자 중 약 20%가 오후 9시에서 오전 3시 사이에 따릉이를 탄다. 심야에 음주를 한 뒤 따릉이를 타다가 대형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오후 7시 여의나루역 1번 출구 따릉이 대여소. 25대 중 8대만 남아 있다. 홍지유 기자

지난 9일 오후 7시 여의나루역 1번 출구 따릉이 대여소. 25대 중 8대만 남아 있다. 홍지유 기자

  

서울시는 심야 이용객 중 상당수가 음주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음주 따릉이’ 운행이 빈번히 이뤄지는 곳은 서울 시내 910대 대여소 중 이용자수가 가장 많은 여의나루역 1번 출구 대여소 근처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한강공원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자정부터 오전 3시까지의 따릉이 이용객도 전체의 5.2%에 달했다. 하루 600명 정도가 야심한 시각에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서울시는 사고 예방 차원에서 따릉이 야간 운영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자전거 사고의 위험성은 크지만 이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 상 차량으로 분류되기만 할 뿐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서다. 또 자전거 음주사고를 낸 가해 운전자가 형사 입건될 경우에도 자동차 음주운전 사고와 달리 사고 유형이 ‘상해 또는 기타’로 분류된다. 자전거 음주사고는 건수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최근 자전거 음주 운전의 처벌과 단속을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실제 사고가 나서 보험 처리를 하지 않는 한 사고 상황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활동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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