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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트럼프의 북한 핵타격 충동, 미 의회가 막아야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아시아 선임보좌관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아시아 선임보좌관

동북아에서 핵전쟁의 불안이 꿈틀거린다. 미국과 북한의 도를 넘은 치킨게임 탓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얼마 전 “미국인들은 밤에 편안히 자도 된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이 “핵전쟁이 곧 터질지 모른다”고 불안을 조장하자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의도하지 않은 핵전쟁’을 능히 벌일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위험한 성향에 대해 미국인들이 깊은 불안을 품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발언이다.
 

미국 대통령에 핵 공격 전권 있어
트럼프의 ‘충동적 북폭’ 걱정돼
대통령의 전쟁 개시권 줄이려면
미 의회 ‘전쟁권한법’ 개정해야

트럼프와 김정은은 서로 말 폭탄을 쏟아내는 게 각각 미국과 북한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말은 예상치 못한 결과(전쟁)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두 사람 다 깨닫지 못하고 있다. 두 강성 지도자의 대립으로 자칫 ‘핵 참살’이 일어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야 하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제6차 핵실험까지 거침없이 강행한 김정은의 기세를 접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봉쇄 정책을 쓰지 않으면 북한 위협을 막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다. 공화당 중진들조차 “대통령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충동적 행동(군사 공격)을 막을 조치가 시급하다. 미 의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북·미 전쟁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미뤄온 입법 조치에 나서야 한다.
 
미 연방 헌법 제1조는 오직 미 의회만이 전쟁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치른 많은 전쟁에서 미 대통령들은 의회의 허락 없이 독자적으로 개전(開戰) 결정을 내리곤 했다. 그게 가능했던 건 핵무기 때문이다. 소련의 공격에 대응하려면 대통령에게 최대한의 재량권이 주어져야 했다. 의회가 그 재량권을 제약하면 국가적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결단이 지연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 결과 대통령은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홀로 핵 공격을 포함한 각종 전쟁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미군은, 전쟁 발발의 초조감이 극심한 상황에서 핵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책임을 노스다코타주의 핵무기 기지 장교 1명에게만 지우지 않았다. 반드시 2명의 장교가 동시에 버튼을 눌러야 미사일이 발사되게 한 것이다. 미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견제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 이미 오래전에 했어야 할 일이다. 지금의 세계는 냉전시대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핵전쟁의 위험을 야기하는 나라는 러시아가 아니라 불량국가들이다. 그 선두가 북한이다. 이런 나라를 겨냥해 ‘화염과 분노’를 떠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을 공격할 경우 이를 억지할 미국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면 안 된다. 그러나 핵 예방공격이나 선제공격은 다르다. 대통령이 상황을 신중하게 판단한 다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그의 개전 권한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미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개전 권한을 부여한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의 개정에 의회가 나서야 한다. 대통령 외에 부통령과 국방장관·합참의장, 상·하원 지도자 등 4명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핵 예방공격이나 선제공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일이 그것이다.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 여러 명이 대통령의 전쟁 결정 과정을 감시하게 해 성급한 핵 공격을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지도자가 합의해야만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 핵전쟁 운운하는 북한과 미국 지도자의 경솔한 언사로 인해 불안에 빠진 동맹(한국, 일본)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미 헌법상의 난제부터 풀어야 한다.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고 그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외교안보 고위 관료들에게 대통령의 전쟁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한다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잘못된 선례를 남길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거부권을 의회 지도부로 한정하는 대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핵무기를 동원해 순식간에 수백만 명을 살상할 만한 권한을 대통령 1인에게 부여해온 미국의 시스템은 냉전 시절에도 엄청난 위험을 안고 있었다. 하물며 냉전시대와 크게 달라진 지금 대통령 한 사람에게 여전히 핵전쟁에 대해 절대 권한을 줘야 할 이유는 결코 없다고 본다. 이 글은 트럼프가 핵전쟁 야욕을 불태우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미국과 유별난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북한)를 다룰 때는 신중히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충동적 행동을 예방할 힘은 의회에 있다.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아시아 선임보좌관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13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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