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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수시 유감

나현철 논설위원

나현철 논설위원

또다시 맞는 대입철, 고3 둘째와 한바탕 냉전을 치렀다. 수시 원서 때문이다. 내신과 적성을 고려해 진로를 추천했지만 본인이 딱 잘라 싫다고 한다. 어찌어찌 설득해 본인과 부모의 희망 학과를 절반씩 쓰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원서를 쓰려고 보니 종류가 너무 많다. 지역균형, 학교장 추천, 글로벌 영재 전형, 학생부 교과 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등 이름만 봐도 헛갈리기 딱 좋다. 게다가 같은 전형에 1, 2가 붙어 있기도 하다.
 
인터넷 열공도 한계가 있다. 어떤 대학은 딱 한 번만 지원을 허락하고 다른 대학은 여러 전형에 동시에 응시할 수 있다. 이전 합격자들의 내신과 수능 점수를 공개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전혀 정보를 주지 않는 학교도 있다. 수시전형이 2000가지가 넘는다니 도저히 다 파악할 수가 없다. 결국 대입 전문 학원에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지원 학과를 정하면 자기소개서 차례다. 대학마다 조금씩 양식과 질문이 다르다.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일주일간 아이와 낑낑대며 답을 썼다. 강남에 자소서만 다듬어주는 컨설팅 업체가 있다고 하지만 그냥 밀어붙였다. 2년 전 큰아이 입시 때 실수로 다른 대학 자소서를 입력했는데도 1차 합격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입학사정관들도 그 많은 자소서를 일일이 읽진 못하나 보다.
 
원서를 접수하고 나니 맥이 다 풀렸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는 속설이 실감됐다. 지금의 수시는 학생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구조가 아니다. 고교 3년 내내 부모의 조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좋은 생기부를 만들 수 있다. 선생님들도 모르는 그 많은 전형을 빠뜨리지 않으려면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보와 돈이 적을수록, 가난하고 시골에 살수록 불리한 구조다.
 
이래선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 입시제도가 복잡할수록 지방 출신 학생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서울대 통계도 있다. 본인의 실력보다 주변의 정보와 재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예전의 학력고사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비판받지만 세상에 그렇지 않은 선발제도가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학력고사 땐 적어도 지금의 수시 같은 공정성 논란은 없었다.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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