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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의 ‘일대일로’는 우리에게 그림의 떡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전 전략을 이야기할 때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제기된 이 전략은 중국의 서진(西進)을 재촉하며 중국의 명운은 물론 이에 참여하는 나라들의 운명 또한 좌우할 전망이다. 중국이 쏟아붓는 엄청난 자금 세례 탓에 세계의 경제 판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참여를 희망한다. 그러나 중국 동쪽에 위치한 우리에겐 그 온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인가.
  

갈수록 확대되는 일대일로 외연
6대 경제회랑 중점으로 건설돼

한반도와 맞닿은 유일한 노선은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 하나

우리가 대륙과의 접점 찾으려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절대 필요

2013년 동북아 국가들이 비슷한 대외 정책을 쏟아냈다.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이 그것이다. 몽골의 ‘초원의 길’까지 더하면 네 쌍둥이라 부를 만하다. 이 중 일대일로는 다른 세 가지와 차원을 달리한다. 백지에 그린 청사진이 아니라 기존 활동을 모은 바스켓이기 때문이다. 2000년 이래 세계 각지에서 활발하게 벌어져 온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모두 이 일대일로의 이름 아래 담긴다.
 
그러다 보니 일대일로를 지칭하는 영문 명칭도 OBOR(One Belt One Road)에서 B&R(Belt and Road)로 슬쩍 바뀌었다. 하나(One)라는 형용사론 일대일로의 넓은 외연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엔 ‘6랑6로다국다항(六廊六路多國多港)’이란 레토릭을 구사한다. 6대 경제회랑을 중점으로 6개 인프라(도로·철도·수로·항공로·파이프라인·정보망)를 건설하고 여러 나라의 여러 항구를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이러니 일대일로 노선도를 그린다거나 한두 마디로 일대일로를 개괄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중국 기업은 일대일로와 관련해 무려 61개 국가에서 8158건에 해당하는 1260억 달러어치의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돈 좀 있는 옆집이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겠다는 새마을운동을 주동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면 우리도 삽자루 들고 나서야 하나? 불행히도 우리가 삽질을 보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6대 경제회랑 중 우리와 맞닿은 유일한 일대일로의 동진(東進) 노선은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이다. 이 중·몽·러 경제회랑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몽골의 초원의 길을 포섭해 다국간 협력체로 거듭났다. 지난해 6월엔 3국 정상이 모여 32개의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한·중·러·몽의 네 쌍둥이 정책 중 우리만 뺀 나머지 셋이 뭉쳤다. 왜 우리만 빠졌나? 이는 누굴 원망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은 차치하고라도 우리가 북한이라는 블랙홀을 북쪽에 두고 있는 한 도로나 철도로 대륙과 연결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빼고 진행 중인 중·몽·러 경제회랑은 어떤 모양새인가? 이는 총 13개의 교통 관련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있다. 그중 한반도와 연결되는 노선으로 ‘두만강 교통회랑’(2번 노선)이 있다. 몽골에서 중국의 창춘과 훈춘을 거쳐 두만강을 따라 동해로 빠지는 노선이다. 이 노선은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 온 두만강개발계획(GTI)과 연동되고 장차 육로로 대륙과 이어질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나 문제는 두만강 교통회랑이 한반도와 전혀 접점이 없는 여러 노선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블라디보스토크로 빠지는 노선(1번 노선)이 유리할 것이고, 몽골은 최단 출해(出海) 루트(3번 노선)인 랴오닝성 진저우(錦州)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굳이 두만강 노선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진저우는 압록강 서쪽에, 블라디보스토크는 두만강 동북쪽에 자리 잡고 있어 모두 한반도와 접점이 없다. 이대로라면 동북아의 교통망은 한반도에서 비껴난 채 굳어질 것이다.
 
혹자는 북한을 배제하고 남한이 해상으로 진저우나 블라디보스토크와 연계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는 섬나라로서의 남한을 고착시키는 고립주의적 발상이다. 육상 운송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연계되는 것은 교통의 효율성이나 산업 연관 효과 측면에서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비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몽·러 노선 중 우리가 원하는 루트의 개발을 유도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몽골 300만, 극동 러시아 640만보다는 북한 2500만, 남한 5000만이 훨씬 큰 시장이고 산업 배후이기 때문이다.
 
사실 중·몽·러 경제회랑이 진척되면 될수록 그동안 이 지역에 마땅한 물류 노선이 없었던 이유가 새삼스레 드러날 것이다. 몽골이나 극동 러시아의 수요만 보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효용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는 이유는 중국이 일대일로라는 명분으로 채무상환을 따지지 않고 너그러운 자본을 풍부히 투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중국은 자국을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화물철도 노선들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경제성이 없어서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정부 보조금으로 불식시키며 그렇게 하고 있다. 중국이 동쪽의 중·몽·러 경제회랑에서도 그렇게 할 것인가?
 
즉 희박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해 유라시아 물류망의 동쪽 터미널을 완성시킬 것인가? 중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이 고민은 중·몽·러를 한반도와 연계시킨다는 발상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풍부한 수요와 산업배후를 지닌 한반도가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 동맥에 피를 공급해 투자의 효용을 몇 배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과의 동반 투자는 자금 회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으나 우리가 가진 잠재력은 상당하다.
 
지금으로선 일대일로는 우리에게 그림의 떡이다. 우리가 빠진 채 진행되는 중·몽·러 경제회랑이 이대로 굳어진다면 그렇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북방경제협력’이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지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처럼 외로운 메아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관건은 북한과의 관계다. 우리와 대륙의 접점은 결국 북한이기 때문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일대일로와 중·몽·러 경제회랑을 보며 생각한다.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해야 할 열 가지 이유가 있다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해야 할 열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몽·러 경제회랑이라고.
 
◆최필수
연세대 중어중문학부와 일본 히토쓰바시(一橋) ICS 경영학 석사를 거쳐 중국 칭화(淸華)대 경제관리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을 역임했다. 중국의 경제와 기업에 관한 연구와 저술에 힘쓰고 있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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