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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중앙일보 <2017년 9월 1일 30면>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성과급으로 가는 계기 돼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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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이 어제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에서 노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밀린 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측은 노조가 청구한 1조926억원 가운데 4223억원을 지급해야 하게 됐다. 사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은 노사 합의에 따랐다며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업으로선 당혹스러운 일이다. 2013년 이후 192개 기업이 통상임금 소송을 당했고 지금도 115개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로 이들은 갑작스레 과거 3년간의 추가 노동비용을 물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시간외수당·휴일수당 지급 부담도 커지게 됐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를 빼면 기업 경영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기아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다 통상임금 부담까지 겹쳐 하반기 흑자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도 ‘인건비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게 됐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는 통상임금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현실에 기반한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요 경제단체들도 “한국에서 기업 하기 더 어렵게 됐다”고 걱정하고 있다. 상급심에서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귀담아듣길 기대한다.
 
이번 판결은 후진적 호봉제 임금체계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1970~80년대 한국 기업은 본봉을 적게 주고 수당을 많이 주는 임금체계를 채택해 왔다. 당장의 인건비를 아끼려는 회사 측과 해마다 자동으로 임금 상승을 누리는 노조 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한국 산업의 고도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호봉제 임금은 시대와 맞지 않게 됐다. 직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고, 더 이상 생산성과 나이도 일치하지 않게 됐다. 대법원은 2012년 정기상여금이 고정성·정기성·일률성을 충족하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해 임금체계 개편에 불을 댕겼다. 이후 많은 기업이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바꿨지만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산업이 여전히 호봉제를 고수하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강력한 노조의 입김에 회사 측이 원칙 없이 휘둘려 왔기 때문이다.
 
여기엔 정부와 정치권의 무원칙도 한몫했다. 임금체계 개편의 근거가 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수년째 발이 묶여 있다. 통상임금 기준과 원칙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다. 법원의 ‘신의칙’ 인정도 1심, 2심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과 비용을 기업에 모두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법원은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정치권도 관련 법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기득권에만 집착하는 노조의 자세 변화도 필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기존의 호봉제에서 성과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서둘러 개편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17년 9월 1일 23면>
기아차노조 통상임금 승소, ‘연대기금’에서 해법 찾자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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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노동자 2만7천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31일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며 422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회사 쪽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내세워 이른바 ‘신의칙’ 적용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제한할 때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경영계 등의 여론전에도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회사 쪽이 이미 항소 의사를 밝혀 소송전은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의 일자리연대기금 등 협상 제안에도 회사 쪽이 장기 소송전으로 끌고 가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기아차처럼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등의 경우에는, 노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약속한 애초의 ‘신의’에 따라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번 사건 재판부는 원고들의 통상임금 청구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당연한 권리”라는 전제 아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 쪽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3291억~7871억원의 경영성과급을 지급해왔고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피해는 증거자료가 없는 데다 회복 가능하다며 회사 쪽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연한 판결이다. 문제는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란 기준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재판부마다, 그리고 시점에 따라 판결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지난 18일의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등 여러 대기업이 막대한 지연이자까지 감수하며 신의칙 소송에 매달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노사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통상임금 논란은 비정규직 남용과 장시간 노동으로 이익을 내온 잘못된 경영 관행을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금속노조가 지난 6월 소모적인 소송전 대신 연대기금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간 단축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사용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사용자 쪽은 이제라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후진적 호봉제 임금체계 개편해야 vs 신의칙 소송 대신 일자리기금 마련을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지난달 31일 ‘통상임금’판결에서 승소한 기아자동차 노조측관계자들이 변호사(오른쪽)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통상임금’판결에서 승소한 기아자동차 노조측관계자들이 변호사(오른쪽)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지난 8월 31일 기아차 노조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에서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3년 치 4224억원의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상여금이 매년 지급되었고(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일률성), 사전에 주기로 약속했다면(고정성)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에서 ‘고정적·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민법 2조 1항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信義誠實의 原則·신의칙)’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의 소급 지급을 허용하지 않았다. 회사가 경영의 어려움을 겪을 때는 노조의 정당한 권리행사도 제한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신의칙 논리였다. 이번 기아차 판결에는 신의칙이 배제됐다. 하지만 문제는 판결 때마다 신의칙 적용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는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됐지만 2심에서는 인정됐다. 반대로 동원금속은 1심에서 신의칙이 받아들여졌지만 2심에서는 부정됐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사설의 첫머리에서 이번 판결에 신의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는 “기업으로선 당혹스러운 일이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이 노조의 입장을 고려했는지는 몰라도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가볍게 보았다는 것이 중앙의 의견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를 빼면 기업 경영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중앙의 사설은 이번 판결이 “기업에는 일방적인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판결”이었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의견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상급심에서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귀담아듣길 기대한다”는 중앙의 사설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겨레는 혼란이 야기된 것은 신의칙에 따라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겨레는 신의칙이 적용되는 상황, 곧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실제 존재하는 위험이 아닌, 경영계의 ‘여론전’의 결과라고도 해석한다. 사용자 측이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 각종 여론 매체를 통해 경제의 어려움을 홍보했음에도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한겨레는 이번 판결의 의의를 강조하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이번 판결은 후진적 호봉제 임금체계에 대한 경고”라고 중앙은 진단한다. 입사 초기에 적은 임금을 주되 해마다 오르게 하면 회사 측은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노조 측은 해마다 자동으로 임금 상승을 누릴 수 있어 호봉제 임금체계가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다.
 
“통상임금 기준과 원칙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 1심·2심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신의칙의 모호성이 기아차 통상임금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임을 지적하며 중앙은 “정부와 법원은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정치권도 관련 법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앙은 기득권에 집착을 버리고 “기존의 호봉제에서 성과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서둘러 개편”해야 할 것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겨레의 입장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자의적인 판단에 맡기지 않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자는 입장이다. “회사 쪽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3291억~7871억원의 경영성과급을 지급”해 왔다는 사실,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피해의 “증거 자료가 없다”는 사실, 경영상의 어려움이 “회복 가능하다”는 사실에 입각해 기업 측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한겨레는 지지한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신의칙의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재판부마다, 그리고 시점에 따라 판결이 오락가락”하는 점을 고려할 때, 대기업들이 “막대한 지연이자까지 감수하며 신의칙 소송에 매달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한겨레는 노사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한겨레는 금속노조가 지난 6월 소모적인 소송전 대신 연대기금을 만들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사용하자고 제안한, ‘일자리연대기금’을 사용자 측이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주문한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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