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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재건축단지 ‘35층 제한’ 일괄 적용 타당한가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재건축 단지에 대한 도시계획심의가 열렸다. 주민 간 갈등과 서울시의 건축 규제로 20년 만에 열린 첫 심의다. 건물이 워낙 낡아 그동안 재건축의 당위성을 줄기차게 알렸지만 재건축 사업은 결국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도로 건설, 건물 층수 규제, 초과 이익 환수 같은 문제로 2002년 이후 사업은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무리하게 법과 규정을 초월해가며 층수와 용적률을 높여달라는 것도 아니다. 아파트 수십 개 동 가운데 5개 동만 층수를 높이고 나머지는 높이를 낮추는 것이 왜 문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 동의 층수를 조절해가며 디자인을 특화시키면 건물 사이 경관을 의미하는 통경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스카이라인도 살릴 수 있다. 이 지역 경관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 맞아떨어진다.
 
서울시는 국제 설계 현상 공모를 거친 특화된 단지를 계획할 경우 층수를 높여준다고 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노력 끝에 도시계획심의를 상정했다. 하지만 시는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없는 강변·산변·역사 도심에 층수를 높이자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시는 유럽의 구도심과 서울을 단순 비교해 가면서 오로지 층수만을 높이려는 이기적인 주민으로 몰아붙였다.
 
손으로 보름달을 가린다고 권력으로 짓밟힌 자유와 정의가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보름달은 다시 빛나기 마련이다. 은마재건축단지는 도시계획심의 상정 절차도 적법했고, 원안을 가결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는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해 ‘3종 일반주거지역’의 주거용 건물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했다.
 
23만㎡가 넘는 넓은 평지에 서울시 뜻대로 모든 건물을 35층으로 짓는다면 성냥갑 아파트 단지밖에는 될 수 없다. 시가 2015년에 만든 ‘2025 재건축기본계획’을 보면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층수 완화가 필요하면 정비계획심의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를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무조건 35층을 넘기지 말라는 고집만 부리고 있다. 재건축조합 측에서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국제 현상 공모를 했고, 1200명에 이르는 전문가와 학회의 의견을 들었으며 시민 공감대도 재형성했다. 서울시의 총괄 건축가 심사도 세 차례나 했다. “정비계획 심의를 하지 않겠다”는 엄포에 주민들은 벌건 녹물에 줄줄 비가 새는 낡은 건물에서 살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의 미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 재건축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
 
기고 이석주 서울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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