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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업들이 현대미술을 사랑하는 이유

현대자동차는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과 장기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사진은 테이트 모던 외관과 터바인 홀 전경. Tate Modern exterior from St. Pauls, Photo: ⓒ Tate Photography

현대자동차는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과 장기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사진은 테이트 모던 외관과 터바인 홀 전경. Tate Modern exterior from St. Pauls, Photo: ⓒ Tate Photography

Tate Modern Turbine Hall, Photo: ⓒ Tate Photography

Tate Modern Turbine Hall, Photo: ⓒ Tate Photography

현대자동차가 현대미술을 후원하고 있다. 2011년 정의선 부회장이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을 현대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선언하고 2년 후인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과 10년간 후원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듬해에는 영국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11년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 테이트 모던의 간판 전시공간인 터바인홀 전시를 ‘현대 커미션’이라는 명칭 아래 3년째 후원하고 있다. 2015년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 2016년 필립 파레노에 이어 올 가을에는 덴마크 출신 작가 3인으로 구성된 수퍼플렉스의 전시가 예정돼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과도 2015년에 10년 장기후원 계약을 맺었다.  

김상훈의 컬처와 비즈니스:
아트 스폰서십

 
미술관 후원뿐 아니라 블룸버그 TV와 협업을 통해 ‘브릴리언트 아이디어’라는 문화예술 TV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라인 채널로 방영하고 있는데, 한국계 미국 작가인 마이클 주, 설치미술가 코넬리아 파커 등 세계 유명 아티스트의 삶과 작업철학, 세계관을 소개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현대미술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수퍼 클래스 고객 네트워크 구축의 지름길
베를린 국립미술관(Nationalgalerie)과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독일의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은 현대자동차 아트 스폰서십의 롤모델이라 할 만하다. 2011년부터는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을 후원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프란시스 알리스, 비요크, 지그마 폴케 회고전 등 굵직굵직한 전시 40여 개를 후원했다(참고로 MoMA의 ‘파트너’는 폭스바겐, 유니클로,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자매회사인 현대카드, 딱 세 회사다).
 
폭스바겐은 MoMA의 퀸즈 분관인 PS1도 함께 후원하고 있는데,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공간인 폭스바겐 돔(VW Dome)을 만들어주고, 작년 여름에는 PS1 40주년 기념 전시 ‘포티(FORTY)’의 비용을 댔다. 런던에 기반을 둔 작가그룹인 랜덤 인터내셔널의 ‘레인룸(Rain Room)’ 뉴욕 전시(2013)는 폭스바겐 아메리카가, 상하이 전시(2015)는 폭스바겐 차이나가 후원했다. 그리고 상하이에 이어 LA로 건너온 ‘레인룸’을 현대자동차가 후원했다. 쏟아지는 빗속으로 관람객이 걸어 들어가도 비를 맞지 않는 신기한 이 설치작품은 폐막일을 한 달 연기했음에도 매진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자동차 기업들이 현대미술을 적극 후원하는 한 가지 목적은 전세계의 영향력 있는 수퍼 클래스 고객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른바 수퍼리치(HNWI, high net-worth individuals) 고객들은 현대미술 컬렉터이자 미술관의 패트런일 가능성이 크고, 예술을 매개로 이들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자동차 회사의 사업에 크고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술관 입장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은 꽤 유용한데, 소장품의 해외전시나 국제전 개최 시 쏠쏠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업들이 예술을 후원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 품격 고양 및 유지에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여러 전문기관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럭셔리 카로서의 브랜드 이미지에는 아직 못 미친다. 단기간에 브랜드의 정통성(authenticity)을 확보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변신하기 위해 고급예술(high art)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 커미션(Hyundai Commission)’ 첫 해에는 멕시코 출신 작가인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의 작품이 터바인 홀에 전시됐다. Hyundai Commission: Abraham Cruzvillegas- Empty Lot ⓒ Abraham Cruzvillegas, Photo: ⓒ Tate Photography

‘현대 커미션(Hyundai Commission)’ 첫 해에는 멕시코 출신 작가인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의 작품이 터바인 홀에 전시됐다. Hyundai Commission: Abraham Cruzvillegas- Empty Lot ⓒ Abraham Cruzvillegas, Photo: ⓒ Tate Photography

예술과 기술을 접목한 랜덤 인터내셔널의 ‘레인룸’ 전시 모습. Random International, Rain Room(2012) at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gift of Restoration Hardware, Rain Room design, ⓒ 2012 Hannes Koch, Florian Ortkrass, and Stuart Wood, photo ⓒ Jan Bitter

예술과 기술을 접목한 랜덤 인터내셔널의 ‘레인룸’ 전시 모습. Random International, Rain Room(2012) at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gift of Restoration Hardware, Rain Room design, ⓒ 2012 Hannes Koch, Florian Ortkrass, and Stuart Wood, photo ⓒ Jan Bitter

“혁신의 원동력은 예술이다”
미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 BMW는 197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트카’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알렉산더 칼더,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제프 쿤스가 만든 아트카는 전설이 되었고, 지난 6월에는 중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차오 페이(Cao Fei)가 증강현실을 접목한 ‘디지털 아트카’를 제작하여 이슈가 됐다. 또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작가의 예술 여행을 지원하는 ‘BMW 아트 저니(Art Journey)’ 프로그램이 있고, 국가별 지역별로 현대미술 컬렉터들과 그들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BMW 아트 가이드’를 발간하는 등 매우 독창적인 아트 마케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의적인 업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유독 BMW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포르쉐는 런던 아트페어를, 아우디는 디자인 마이애미를 후원하고 있으며(아트 바젤 마이애미의 VIP 카 서비스도 아우디가 맡고 있다), 마세라티는 최고가 브랜드의 위상에 걸맞게 아트 두바이를 후원하고 런던의 로얄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포드 자동차도 ‘포드 재단’을 통해 다수의 미국 및 해외 미술관 전시를 후원해 왔고, 지금은 브롱크스 뮤지엄을 후원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여왕이 타는 차’라는 묵직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아트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좀더 젊은 세대에 어필하는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자 혁신적인 미디어 예술을 후원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2015년에는 영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아이작 줄리앙의 멀티채널 영상 ‘스톤 어겐스트 다이아몬드(Stones Against Diamonds)’의 제작을 후원했다. 최근에는 양푸동, 호세 팔라, 모하메드 카젬에게 작품제작을 의뢰했다.
 
폭스바겐 차이나의 CEO 요켐 하이즈만은 ‘레인룸’ 상하이 전시 오프닝 때 폭스바겐이 현대미술을 후원하는 이유를 “예술이 혁신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기계와 전자기술의 총합체인 자동차만큼 혁신을 필요로 하는 제품도 없다. 그리고 현대미술도 첨단기술을 접목한 ‘아트+테크놀로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동차와 예술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예술이 가장 격하게 만난 지점은 아마 74년 미국의 퍼포먼스 아티스트 크리스 버든이 폭스바겐 비틀 지붕 위에 자신의 양손을 못으로 박는 작품 ‘책형(Transfixed)’을 발표했을 때일 것이다. 40년 가까이 지난 2012년, 그는 1100대의 모형 자동차가 엄청난 속도로 6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는 ‘메트로폴리스 II’를 LACMA에 설치했다.
 
2015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는 이른바 ‘키네틱 아트(kinetic art)’로 불리는 자동차 예술이 대거 등장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때 미국의 설치작가 루벤 마골린과 협업한 ‘헬리오 커브’라는 작품을 소개했다.
 
창의성은 예술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에게도 절실하다. 자동차 기업만이 아니라 혁신을 원하는 모든 기업이 예술, 특히 현대미술 후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김상훈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미술경영협동과정 겸무교수. 아트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마케팅 트렌드와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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