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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탈진시키는 맹목적 ‘노력 중독’

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노력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믿음은 보편적이다. 객관적 조건이 같다면 노력은 대체로 일의 결과를 좋게 한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실력은 늘고, 공부를 많이 할수록 좋은 성적을 얻을 확률은 커진다. 노력과 보상의 일치는 공정이라는 사회적 가치에도 잘 부합한다. 노력의 실익(보상)과 명분(공정)으로 노력은 사회적으로 예찬되고, 타인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노력과 보상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거나 없을 수도 있고, 보상은커녕 손해를 보기도 한다. 기대보다 못한 결과는 인지 부조화를 생성하고 감정적 불편함을 점화한다.
 
우리의 뇌는 노력과 보상의 불일치를 방치하지 않는다. 이미 벌어진 결과를 바꿀 수 없기에 우리의 뇌는 결과를 긍정적이고 의미 있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불일치를 해결하려 한다. 노력의 정당화는 ‘나쁜 결과를 위해 자신이 그토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불편한 사실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킨다. 또한 기대보다 낮은 결과를 자신이 수용할 수 있도록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존감을 보호하고 자기 고양감을 활성화한다.
 
노력의 정당화는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로 적절한 수준의 정당화는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노력의 정당화가 지나치면 우리의 뇌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급격히 상실한다. 가령 경제적 가치가 동일한 10만원이라도 우리의 뇌는 우연히 주운 10만원과 힘들게 번 10만원의 가치를 확연히 다르게 느낀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똑같은 업무라도 힘들게 완수할수록 수월하게 마무리할 때보다 일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하지만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든 동일 업무의 객관적 효용은 같다. 즉 노력의 정당화로 인해 우리의 뇌는 일의 가치를 노력의 유용성(usefulness)보다 강도(strength)로 평가하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착각은 노력이 덜 드는 유능함보다 노력으로 포장된 미숙함을 더 높게 평가하는 착시로 이어진다.
 
문제는 노력의 정당화가 비정상적으로 강화되면, 매사에 피나는 노력을 쏟아야만 감정적 만족감을 느끼는 이른바 ‘노력 중독’에 빠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노력 중독자는 주중에 충분히 마칠 수 있는 업무도 반드시 주말 근무를 해야 비로소 제대로 일했다는 만족감을 얻는다. 또한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다는 믿음을 포기할 수 없기에 승산 없는 게임을 지속하려 한다.
 
노력 중독자는 신체적 고통으로 정신적 불안감을 해소한다. 따라서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일이 잘 굴러가면, 행운을 즐기기보다 불안감에 시달린다. 노력 중독자에게 노력은 더 이상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며 숭배의 대상이다.
 
하지만 맹목적 노력은 인생을 탈진시킬 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쁜 결과가 반복되면 노력과 결과의 불일치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일의 경중과 관계없이 모든 일에 전력 질주해야만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감정적 중독일 가능성이 크다.
 
멀리 있는 과녁일수록 활을 강하게 쏘아야 한다.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활을 강하게 쏘면 화살은 과녁과 더 멀어진다. 노력이 유용하려면 강도만큼 방향도 중요하다. 노력의 방향을 모른다면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노력은 좋고 포기는 나쁘다’는 이분법은 틀렸다. 노력과 포기는 선택 대안일 뿐이다. 인간은 노력의 주인이지 도구가 아니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부대표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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