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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 야경에 반한 고객 아래층 내려와서 지갑 여는 ‘샤워효과’ 거둔다

편의점·음식점·수영장 줄줄이 옥상으로, 루프톱 경제학
신세계 직영 편의점인 이마트24 충무로 2가점은 3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한다. 흔들의자가 있는 루프톱에선 남산을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염지현 기자, [사진 이마트24]

신세계 직영 편의점인 이마트24 충무로 2가점은 3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한다. 흔들의자가 있는 루프톱에선 남산을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염지현 기자, [사진 이마트24]

당고개역 인근 5층짜리 건물 옥상에 들어선 캠핑장 ‘디옥상’. [사진 디옥상]

당고개역 인근 5층짜리 건물 옥상에 들어선 캠핑장 ‘디옥상’. [사진 디옥상]

#1. 지난 13일 오후 1시에 찾은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이마트 편의점인 이마트24. 일반적으로 건물 1층에 들어서는 편의점 상식을 깼다. ‘풍경이 있는 편의점’ 콘셉트로 3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편의점으로 꾸몄다. 1층은 기존 편의점과 비슷하지만 2·3층은 카페처럼 기다란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다. 외부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올라가자 서울 남산의 N서울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루프톱(옥상)이 나타났다. 곳곳에서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남산을 바라보며 1층 편의점에서 사온 라면·김밥·피자 등으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직장인 정성권(27)씨는 “사무실에 있다가 사방이 뚫린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남산을 보고 있으니 힐링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정용진 “고객 시간 빼앗아야 성공”
비즈니스 호텔까지 루프톱 바 경쟁
지붕 컨설팅하는 직업도 생겨

증축 없이 옥상 영업하는 건 불법
“상권 활성화로 규제 완화할 수도”

 
#2. 올 5월 4호선 당고개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 캠핑장이 생겼다. 동네 학원이 빼곡하게 들어선 5층 상가 꼭대기에 문을 연 캠핑장 ‘디옥상’이다. 옥상 문을 열면 132㎡(약 40평) 규모의 탁 트인 잔디밭이 펼쳐진다. 난간 너머로는 수락산과 하늘이 보인다. 이곳에 벽을 따라 나무데크 의자가 놓여져 있고,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가림막 텐트가 있다. 한편엔 각종 조리기구가 마련돼 있어 언제든지 바비큐를 할 수 있다. 김정현(34) 디옥상 대표는 “고객들은 산이나 바다로 떠나지 않고도 도심에서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전·오후로 나눠 한  팀만 받기 때문에 어린 자녀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다. 주말 기준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디옥상을 대여하는 비용은 8만원이다.
  
그동안 먼지 쌓인 물탱크와 빨래줄이 차지했던 ‘옥상’의 몸값이 뛰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전국 점포 루프톱에 농구·수영장 등 다양한 놀이시설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공을 들인다. 꼭대기 층에 고객을 모아 아래층으로 분산시키면 자연스럽게 지갑을 여는 샤워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대형 빌딩뿐 아니라 홍대 입구·이태원 경리단길·신사동 가로수길 등 20·30대 젊은층이 몰리는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건물 루프톱에 음식점과 술을 판매하는 바(Bar)가 들어서고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도심이 발전할수록 조망 프리미엄을 따지는 수요가 늘면서 자투리 공간이었던 건물 루프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필드 꼭대기엔 놀이시설 가득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꼭대기엔 인피니티 풀과 농구장 등 각종 스포츠 시설이 있다. [사진 신세계프라퍼티]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꼭대기엔 인피니티 풀과 농구장 등 각종 스포츠 시설이 있다. [사진 신세계프라퍼티]

루프톱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유통업체는 신세계그룹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앞으로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아야 유통업체가 성공한다고 본다.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끊임없이 제공해 체류시간이 늘수록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부터 경기도 하남·고양시 등지에 잇따라 문을 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다. 두 곳 모두 부지 면적이 10만㎡(약 3만 평)에 달해  활용할 수 있는 꼭대기 층이 넓다. 더욱이 수도권 외곽에 있어 높은 빌딩 대신 북한산 등 자연 경관을 접하고 있다. 스타필드 하남·고양은 최대한 지리적·환경적 장점을 살려 루프톱을 놀이공간으로 꾸몄다. 예를 들어 하남엔  4층에 있는 워터파크인 아쿠아필드와 스포츠 테마파크인 스포츠몬스터가 루프톱으로 이어진다. 특히 루프톱에 있는 인피니티 풀은 착시현상을 일으켜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하다. 수영장 옆엔 야구·농구·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 가능한 경기장을 만들어 연간 25만 명이 이용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도 루프톱을 활용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서울 충무로 2가점 꼭대기 층에 N서울타워 등 주변 전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휴식 공간을 꾸며 놨다. 이 회사 관계자는 “큰 비용을 쓰지 않고도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료수를 마시며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게 알려져 지난 5월 문을 연 이후 이용객 수가 매달 5%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2014년 인하점·청라점을 시작으로 전국 점포 옥상에 풋살(미니 축구) 경기장을 만들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이곳을 찾는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오는 전략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서수원점 풋살 경기장은 10개월간 약 1만4000여 명이 이용했다.
 
호텔업계에선 특급 호텔뿐 아니라 비즈니스·부티크 호텔까지 루프톱 바(탁 트인 옥상과 바를 겸비한 카페)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호텔이 지난해 초 선보인 부티크 형태의 호텔 엘세븐(L7) 21층엔 루프톱 바 플로팅이 있다. 이곳은 429㎡(130평)로 국내 최대 규모다. 해가 진 후 플로팅에 들어서면 N서울타워, 명동성당, 청계천까지 서울 야경을 한번에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온수 족욕을 즐기는 풋 스파까지 갖춰 외국인 관광객과 여성 고객이 줄을 잇는다. 플로팅을 운영하는 박형진 어반딜라이트 대표는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가을이나 봄엔 주말 기준 180여 명이 방문해 예약 없인 이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엘세븐 호텔 21층엔 국내 최대 규모의 루프톱 바 ‘플로팅’이 있다. 서울 남산의 N서울타워부터 청계천까지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봄·가을엔 180여 명이 이곳을 가득 메운다. [사진 어반딜라이트]

서울 중구 엘세븐 호텔 21층엔 국내 최대 규모의 루프톱 바 ‘플로팅’이 있다. 서울 남산의 N서울타워부터 청계천까지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봄·가을엔 180여 명이 이곳을 가득 메운다. [사진 어반딜라이트]

박 대표가 2014년 설립한 어반딜라이트는 국내 처음으로 호텔의 루프톱 바를 기획하고 운영·관리하는 곳이다. 3년 전 이미 서울 역삼동 머큐어앰버서더 강남 쏘도베 호텔에 ‘루프톱 클라우드’를 선보였고, 현재는 잠실 롯데월드 81층의 스카이 바 ‘바81’을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최근 2~3년 새 캠핑 같은 야외 활동이 늘면서 테라스 붐이 일고 다음으로 루프톱 바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탁 트인 공간과 야경을 선호하는 20·30대 여성들의 재방문 빈도가 높아서 그들을 타깃으로 루프톱 바를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리단길 골목 상권까지 옥상 경쟁
남산자락과 맞닿은 소월로길의 피피서울은 전망이 뛰어난 루프톱 바로 유명하다. [중앙포토]

남산자락과 맞닿은 소월로길의 피피서울은 전망이 뛰어난 루프톱 바로 유명하다. [중앙포토]

루프톱 인기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연남동처럼 요즘 뜨는 골목 상권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가 강사인 윤정원 여민블리스&요기도기 대표도 지난달 연남동으로 학원을 옮겼다. 3층짜리 건물에서 3층 사무실과 루프톱을 함께 빌리는 조건이었다. 윤 대표는 루프톱에 인조 잔디를 깐 뒤 국내 처음으로 반려견과 함께 요가를 배울 수 있는 도그요가 학원을 열었다. 기존 요가학원과 달리 옥상에 있어 반려견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윤 대표는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도그요가를 알려왔는데 루프톱을 활용해 직접 강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도그요가를 하면 반려견과 교감을 나누는 동시에 서로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얘기했다.
 
골목 상권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옥상 음식점과 맥주와 와인을 파는 가게들이다. 남산자락과 맞닿은 소월로 44가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루프톱 가게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2015년에 문 연 루프톱 바 피피서울이다. 루프톱 기둥과 천장 사이로 흰색천이 펄럭여 야외 결혼식장을 연상시킨다. 이곳에선 남산과 이태원동의 층층이 쌓인 건물이 내려다 보인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인테리어나 야경이 아름다워서 한 달에 2~3번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루프톱 인기로 지붕 임대료 상승
루프톱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상가 임대료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태원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최모 대표는 “4~5년 전만 해도 66㎡(약 20평) 기준 옥상을 빌리는 데 보증금 제외하고 한 달 월세가 100만원이 안 됐는데 지난해부터 180만원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요즘도 경리단길 이면도로에 접한 상가 중심으로 루프톱에 대한 문의는 많지만 대부분 임대료가 비싸서 포기한다고 덧붙였다. 임채우 전문위원 역시 “과거엔 눈에 잘 띄고 접근성이 좋은 지상 1층이 가장 인기가 높았는데 조망 선호도가 커지면서 서울 야경이 잘 보이는 옥상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부분 건물 루프톱은 불법 시설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선 서울 용산구청 등 지자체 신고 없이 고정식 기둥을 설치하고, 비닐이나 천막으로 지붕을 덮는 것은 건축법에 위반된다. 건물 대부분이 준공 단계부터 용적률 한도를 채워 짓기 때문에 옥상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영업을 하면 불법이라는 얘기다. 이뿐이 아니다. 옥외에서 음식관련 사업을 하는 것도 식품위생법에 어긋난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현재 상황에선 준공 단계부터 루프톱 시설을 고려하고 짓거나 용적률 잔여한도 내에서 증축을 한 뒤 근린상가로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서초구·송파구 등 일부 지차체에선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장소와 시설기준만 충족하면 1층 테라스 영업을 허가해 주고 있어서 앞으로 루프톱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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